몽족의 나무카트
치앙마이 근교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올 만한 곳이 꽤 많다.
그중 오늘은 산악 마을로 이름난 '먼쨈'을 향해 길을 나섰다.
전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미리 버스표를 예약해 두었기에, 아침은 조금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왕복표를 끊을 때 나는 오전 11시 30분 출발, 오후 1시쯤 복귀를 원했지만 직원은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다"며 오후 4시 30분 출발 편을 권했다.
그 말을 따라, 조금 더 여유로운 일정을 예약했다.
출발 30분 전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벤 차량이었고, 그날의 탑승객은 나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었다.
우연히도, 또 다른 한 사람 역시 한국인이었다.
그분은 외국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붙이셨지만, 다소 피곤해질 만큼 말을 계속 이어가셨다.
여행에 대한 설렘을 나누는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본인의 여행 경력을 늘어놓는 느낌이 들었다.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볼 수도 없었고, 먼쨈까지의 그 길이 생각보다 더 멀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아, 먼쨈이 다 왔구나' 싶은 풍경이 창밖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멀리 산 언덕을 따라 줄지어 선 텐트형 숙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언덕 경사를 따라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 마치 작은 마을처럼 아기자기했다.
하얀 돔 텐트와 방갈로가 어우러진 풍경은, 요즘 유행하는 '글램핑'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감성적이었다.
저 언덕 위 숙소에서 아침을 맞이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잠시 상상해 보았다.
캠핑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캠핑이라는 말만 들어도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불편한 화장실, 쉽게 씻기 어려운 환경, 바닥의 습기와 벌레들, 그리고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준비물들.
자연을 좋아하지만, 밤새 뒤척이며 모기와 싸우는 낭만은 내겐 조금 먼 이야기다.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이 거리감이 내겐 딱 좋았다.
대략 1시간 정도 걸려 먼쨈의 종점에 도착했다.
상점들이 모여 있는 길을 지나 오르다 보니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왼편에는 '먼쨈 농림 복합 시스템 학습 센터'라는 간판이 있었는데, 먼쨈 지역에서 운영하는 생태 농업 교육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 유독 많았는데, 아마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오른편에는 '몽족 농장'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태국 북부 고산지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소수민족, 몽(Hmong)족을 떠올리게 했다.
몽족은 원래 중국 남부에서 시작된 민족이다.
오랜 세월 전쟁과 혼란을 피해 라오스, 베트남, 그리고 태국 산악지대로 흩어져 살게 되었다고 한다.
태국에서는 먼쨈, 도이인타논, 도이수텝 같은 높은 산자락 마을에 몽족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내가 직접 몽족 여성을 만난 적은 없지만, TV 속 그들의 모습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화려한 자수가 가득한 전통 의상을 입고, 얼굴과 몸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큰 목걸이와 귀걸이가 그들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듯했다.
문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성인이 되었다는 증표이자, '나는 몽족이다'라는 자부심의 표시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 문신이 다른 민족에게 납치되는 일을 막기 위한 보호막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는 나무로 만든 카트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대부분 브레이크도 없이, 그저 중력에 몸을 맡겨야 하는 구조였다.
험한 산길을 따라 카트를 타고 내려오는 이 레이스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웃음과 아찔한 짜릿함을 선물하고 있었다.
나무만으로 이렇게 달릴 수 있는 탈것을 만들어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정교하게 조립된 카트를 보며 '손재주가 참 좋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 작은 나무차를 타고 벌이는 경주를 사람들은 '포뮬라몽(Formula Hmong)'이라고 부른다.
이름만 들으면 거창한 레이싱 대회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유쾌하게 즐기는 지역 축제에 가깝다.
F1(포뮬러 원)을 패러디한 듯한 이름에서 이미 장난기가 가득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안에는 척박한 산골에서 길어 올린 유쾌한 창의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치 숲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줘 처음엔 제법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습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부에 와닿고, 주변에 사람도 차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져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 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