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그네 그리고 전망대
산길을 따라 내려와 다시 시작 지점에 도착했을 무렵, 먼쨈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나무로 만든 장난감 총을 들고, 과녁 맞히기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대충 만든 듯 보였던 과녁은, 알고 보니 커다란 종이를 벽면에 덧대고, 그 위에 과일을 하나씩 매달아 놓은 것이었다.
아이디어가 참 기발했다.
총을 들고 있는 아이의 포즈는 예사롭지 않아 보였고,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자세는 사뭇 진지했다.
과일을 맞히지 못했을 땐 아쉬운 탄성이 터져 나왔고, 반대로 과녁을 제대로 맞혔을 땐 환호와 웃음이 터졌다.
단순한 놀이였지만 그 안에는 협동과 경쟁, 그리고 작은 승리의 기쁨까지 담겨 있었다.
잠시 멈춰 서서, 그 순간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커피숍의 한쪽 귀퉁이가 살짝 보이게 사진을 담아보았다.
이곳이 산 정상 마을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한낮의 햇볕은 뜨겁고 숨이 찰 만큼 더웠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 모든 더위를 잊게 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구름과, 끝없이 이어진 초록 능선들.
고요한 숲이 주는 평안함 속에서 커피숍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한 폭의 풍경처럼 다가왔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커피숍 옆으로는 아찔할 정도로 높은 그네가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조성된 꽃밭으로 향했는데,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입장료가 있을 정도면 제법 아름다울 거라 기대했던 건, 어쩌면 나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꽃밭이라기엔 다소 쓸쓸한 풍경이었다.
이따금 피어 있는 몇 송이의 꽃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네는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아찔했다.
산 정상에 매달린 듯한 높이,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함에 숨이 멎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전장치 하나 없이 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저 높은 곳에서 바람을 가르며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감히 탈 생각조차 들지 않았지만, 그 자유로운 순간을 즐기는 이들이 부러웠다.
꽃밭 사이사이에는 쉼터와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었지만, 과연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구조가 꽤 위태로워 보였다.
특히 전망대는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다리 구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을 주었다.
튼튼한 철골 대신, 거칠게 다듬은 나무 기둥들이 이 높은 공간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는데,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건지, 아니면 재료의 한계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 걸음씩 내딛는 발걸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위태로운 구조물임에도 시선을 끌 만큼 독특하고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는 꽃들을 몇 장 사진에 담고는 천천히 자리를 옮겨보았다.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언뜻 보면 그루터기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니 나무를 다듬어 만든 야외용 테이블이 있었다.
비바람을 맞아 표면은 다소 거칠고 투박했지만, 조금만 손질하면 제법 멋스러운 테이블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곧이어 한련화를 비롯해 다양한 야생화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공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을 배경으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정성스레 가꾼 꽃들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온통 평화로움이 가득한 풍경이었다.
오후 4시 30분, 치앙마이행 버스를 타는 곳까지 내려왔지만 아직 한 시간가량 여유가 있었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하고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가 팟타이 한 그릇을 주문했다.
점심이라기엔 늦고, 저녁이라기엔 이른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은 제법 북적였다.
팟타이는 익숙한 맛이라 어디에서든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언제나 실패 없는 든든한 한 끼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어린아이 셋이 플라스틱 통을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통의 크기가 아이들 몸집만큼이나 커서 더 눈길이 갔다.
굴려보기도 하고, 그 위에 올라 말처럼 타기도 하고, 힘껏 들어보려 애쓰는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았다.
조금 키가 커 보이던 아이가 혼자 물통을 들려다 힘겨워하자, 키가 조금 작아 보이던 또 다른 아이가 다가와 함께 들어 올렸다.
작은 몸으로 낑낑대던 두 아이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릴 적부터 협동을 자연스럽게 익혀가는 모습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먼쨈에서의 하루가 따뜻하게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