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두 번째 해를 보내고 있던 봄, 나는 첫 담임을 맡고 있었다.
당시 학교에는 나와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없었고, 나 혼자 단독으로 담당하고 있었다.
5월의 첫날, 한 명의 교육실습생이 학교에 왔다.
모교에서 한 달간 교육실습을 하게 된, 대학 졸업반 학생이었다.
같은 교과를 전공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내가 지도교사가 되었다.
실습생은 단정한 옷차림에 조용한 태도를 지닌 실습생이었고, 꼭 필요한 말과 질문만 조심스럽게 건넸다.
모교이긴 했지만,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고 혼자 실습을 나왔다는 점에서 분명 낯설고 불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려 했다.
조례 시간과 수업 시간에 늘 함께했다.
관찰자 앞에서 모든 언행이 노출된다는 사실에 불편하고 민망한 순간도 있었지만, '내 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생각에, 내 말과 행동은 더 조심스럽고 정제되어 갔다.
체험학습이 예정된 날엔 함께 교외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 장난을 치는 학생도 있을 법했지만, 다행히 무례한 행동을 하는 아이는 없었다.
학생들과도 잘 어울리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실습생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실습생이 내 수업을 참관할 수 있도록 교실 뒤에는 항상 의자를 준비해 두었고, 무엇을 적는지는 몰라도 수업 중 종종 메모를 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2주 차 무렵, 나는 실습생에게 다음 주부터는 직접 수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수업을 준비해 오라고 당부했다.
실습생은 교과서를 펴고 틈틈이 공부하며 나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열심히 준비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3주 차 첫날, 나는 실습생에게 비교적 분위기가 좋은 학급의 수업을 맡겼다.
실습생은 교실 앞문으로 들어가고, 나는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섰다.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 후, 실습생은 환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그동안 공부하느라 힘들었죠? 오늘은 자유시간입니다."
맙소사!
내 귀를 의심했고, 눈앞이 하얘졌다.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환호하는 학생들을 향해 나는 뒷자리에서 외쳤다.
"얘들아, 잠시만!"
그리고 실습생에게 말했다.
"선생님, 잠시만요."
복도에서 마주한 실습생에게 조용히 말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이 수업, 제 수업이에요!"
실습생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글썽였다.
"수업 준비를 못 했어요."
"지난주에 미리 말씀드렸잖아요. 준비하셔야 한다고."
실습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실습생을 다시 교실로 보낼 수는 없었다.
교무실에 가 계시라고 하고, 나는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착각했어. 교생 선생님과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 진도 나가야 할 부분이 있네. 미안해!"
아이들은 아쉬운 듯한 목소리를 냈지만, 재치 있는 한 학생이 "다음에 두 배로 자유시간 주세요!"라고 외치자 교실은 금세 웃음으로 가득 찼고, 수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돌아보면, 내가 그렇게 화가 났던 이유는 명확했다.
첫째는, 내 수업을 여러 차례 지켜봤던 실습생이, 내가 단 한 번도 수업시간을 '자유시간'으로 바꾼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런 판단을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둘째는, 갑작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다. 미리 일주일 전부터 준비하라고 충분히 이야기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하지 못했다'는 말은 책임감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수업 내용이 결코 어려운 주제가 아니었기에, 실망감은 더 크게 다가왔다.
교무실에서 마주한 실습생에게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선생님, 내일 수업이 3교시에 있으니 꼭 준비해 주세요. 혹시 어려우면, 미리 이야기해 주세요."
실습에 대한 부담이 컸던 걸까. 이후 실습생은 며칠간 수업에 나서지 못했다.
4주 차에는 수업평가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평가 전에 수업을 한 번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고, 지도안과 교안을 함께 작성하며 여러 번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수업평가일.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부장님들이 참관하는 교실에서 실습생은 준비한 만큼 차분하게, 실수 없이 수업을 잘 마쳤다.
실습생과 나는 긴장한 탓에 수업이 끝난 뒤엔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때의 나는 부족한 교사였다.
나 또한 선배 교사들로부터 배우며 성장해 가던 중이었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깨가 무거운 일이었다.
지금도 마음 한켠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그날의 말.
그날 내가 던진 말 한마디가 실습생에게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말이었을까.
실습생에게 나는, 그 낯선 학교에서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였을 텐데 말이다.
지금 돌아보면, 나 역시 서툴렀고 마음의 여유도 부족했다.
그때 조금만 더 따뜻하게, 그 상황을 좀 더 지혜롭게 넘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아쉬움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