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왕실의 여름 별장이 있을 만큼 아름답다는 해안 도시, 후아힌.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해변 도시들보다 조용하다고 하니, 그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수완나품 공항 1층에서 후아힌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미리 확인해 두었다.
예약 없이도 현장에서 표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따로 예매는 하지 않았다.
내가 타고 싶었던 12시 30분 출발 버스는, 이미 매진이었다.
다음 버스는 오후 2시 30분 출발이었다.
시간에 쫓길 일은 없었지만, 공항에서 두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막막하게 느껴졌다.
수완나품 공항은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그런 복잡한 공간 속에서 조용히 머무르기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한쪽 구석을 찾아 자리에 앉자, 눈앞에 편의점이 들어왔다.
후아힌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기다리는 동안 속을 조금 채워두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 와 점심을 해결했다.
옥수수 알갱이와 율무, 그리고 콩이 어우러진 그 작은 컵은 생각보다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그날 이후로도 종종 찾게 되는, 나만의 최애 간식이 되어버렸다.
배를 채우고, 노트를 꺼내 이것저것 끄적이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오후 2시쯤, 버스를 타는 곳으로 다시 내려갔다.
출발 차량을 확인하고 대기 중이던 그때,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 고개를 그 방향으로 돌렸다.
중국인 여행객들이 모여 있었고, 그중 누군가가 과일 음료를 바닥에 쏟은 모양이었다.
바닥은 순식간에 끈적한 음료로 엉망이 되었고, 놀랍게도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큰 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적어도 어떻게 치워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라도 보였더라면, 덜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항상 가방에 물티슈를 챙겨 다니는 터라 꺼내려던 찰나, 어디선가 청소 미화원 한 분이 나타나 바닥을 치우기 시작하셨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반응 없이 떠들던 그들에게, 솔직히 실망감이 밀려왔다.
잠시 뒤, 버스에 올라탔다.
좌석 위에는 생수 한 병이 놓여 있었고, 3시간 30분이라는 긴 이동 시간 동안 목을 축일 수 있게 해 주는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도 내가 앉은자리는 화장실 옆이었지만, 후아힌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도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숙소에 도착해 커튼을 걷었을 때, 창 너머로 후아힌의 저녁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빛을 머금은 하늘 위로, 보랏빛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도시는 하나둘 불빛을 켜기 시작했고,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은 하늘과 맞닿아 멋진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평온함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캐리어를 풀고 잠시 숨을 돌린 뒤, 이제 슬슬, 후아힌에서의 첫 끼를 챙기러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