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왕실 휴양지, 후아힌(Hua Hin)_2

by 눙디

미리 검색해 둔 식당은 없었다.

때마침 야시장이 열리는 시간이라, 발걸음은 자연스레 후아힌 야시장으로 향했다.

낮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밤공기에는 바다의 습기가 묻어 있었다.

숙소에서 나온 순간부터 피부 위로 도시의 공기가 내려앉았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지도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큰 도로 옆 인도를 따라 곧장 걸으면 되는 단순한 길이지만, 내가 상상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상점들은 대부분 셔터를 내렸고,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들 외엔 길이 한산했다.

불빛마저 드물어 도시 전체가 어두웠다.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 얽히고설킨 검은 전선 위엔 이름 모를 새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그 아래, 인도 곳곳엔 하얗게 굳어버린 배설물이 박혀 있어 매우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귓가에는 반복적인 소리가 끊임없이 맴돌았는데, 처음엔 새들의 지저귐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 소리가 단순한 지저귐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틀이 지난 후에서야 깨달았다.


첫인상은 솔직히 좋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해변 마을'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낮 시간은 전혀 다른 모습일 거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새로운 도시의 공기를 마시며 내가 좋아하는 야시장을 향해 걷고 있는 나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배가 고파서 야시장 구경은 잠시 미뤄두고, 길가에 눈에 들어온 식당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간이 테이블 몇 개와 불판이 놓인 간이 주방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나도 조용히 서 있었다.

기다림이 길게 느껴질 무렵,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한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내게 말을 걸었다.
음식이 볶아지는 커다란 웍을 가리키며, "맛있어 보이죠?"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맛있어 보여요."

그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배고파요?"
"네, 조금이요."
내 대답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나는 배고파 죽겠어요!" 하고는, 마치 비밀을 알려주듯 덧붙였다.
"난 두 개 먹을 건데, 당신도 두 개 먹어요."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주름 사이로 번지는 웃음, 장난기 가득한 눈빛을 가진 남자는 캐나다에서 왔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다.

유쾌한 남자분 덕분에, 방금 전까지 시계를 보며 세던 배고픔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주저 없이 팟타이를 주문했다.
태국 음식 중에서도 '팟타이'와 '파인애플 볶음밥'은 언제 어디서 먹어도 실패가 없는 메뉴라, 여행에서 자주 찾는 편이다.

손님 대부분은 음식을 포장해 갔지만, 나는 자리에서 먹고 갈 생각이라서 바람이 드나드는 테이블에 앉아 조리 과정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살짝 올라오는 팟타이가 식탁 위에 놓였다.
넓적한 쌀국수 면은 소스를 머금어 윤기가 번들거렸고, 부드러운 달걀과 아삭한 숙주, 통통한 새우가 그 위를 수놓았다.
접시 한쪽에는 잘게 부순 땅콩가루가 소복이 담겨 있었고, 초록빛 라임 한 조각이 상큼한 마무리를 예고했다.
눈과 코, 그리고 이미 혀끝까지 맛이 전해지는 한 접시였다.


한 입 가득 팟타이를 넣자, 달콤 짭짤한 소스와 고소한 땅콩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못한 탓에 더 맛있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먹어본 수많은 팟타이 중에서도 단연 손가락 안에 꼽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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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한입을 우물거리며 맛을 음미하던 중, 시야 한쪽 끝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처음엔 착각이겠거니 했지만, 그 '무언가'는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확실했다.

크기가 제법 되는 쥐 한 마리였다.


내 테이블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식욕이 식어버렸다.
평소 나는 길거리 음식도 거리낌 없이 먹고, 허름한 식당에도 잘 들어가는 편이다.
비위가 약한 편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지만, 쥐의 출현 앞에서는 달콤했던 팟타이의 맛이 단번에 사라졌다.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조용히 식당 밖으로 걸어 나왔다.


시장 구경을 하면서 간단하게 꼬치라도 하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대감을 안고 시장 안으로 들어섰지만, '여기가 정말 야시장 맞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분위기가 조용했다.

즐비하게 늘어선 이동식 자판도 없었고, 사람들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발길을 붙잡을만한 흥미로운 구경거리도 찾기 어려웠다.

발길을 멈추지 않고, 후아힌 야시장 옆에 붙어 있는 찻실라 야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상가 안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상점들이 있었지만, 먹거리보다는 옷과 기념품 같은 쇼핑 위주의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태국의 크고 작은 야시장을 여러 번 다녀봤지만, 이곳은 유독 활기가 덜해 조금 실망스러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파인애플과 로즈애플, 그리고 잭푸릇을 샀다.
사실 과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태국에 왔으니 한 번쯤 맛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고밥도 함께 사서 돌아왔는데, 망고는 잘 익어 달콤했고 파인애플 역시 달달해 맛있게 먹었다.

냉장고에 로즈애플과 잭푸릇을 넣으려던 찰나, 문에 붙은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잭푸릇과 두리안은 냉장고에 넣지 마세요.'
결국 로즈애플만 냉장고에 넣고, 잭푸릇은 테이블 위에 두었다.

두 과일은 내일 먹기로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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