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외출하기 전, 과일 한 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태국에는 아직 맛보지 못한 과일이 셀 수 없이 많다.
잭푸릇도 그중 하나였다.
투명 랩에 싸여 있던 노란 과육을 꺼내는 순간, 방 안 공기 속으로 묵직하고 진득한 향이 퍼졌다.
달콤한 향을 기대하던 내 코끝을 스친 건, 의외로 쿰쿰하고 낯선 냄새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 두리안 향이 겹쳐졌다.
'맛도 별로일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잭푸릇을 앞니로 살짝 베어 무는 순간, 상상과 전혀 다른 맛이 입안에 펼쳐졌다.
결이 살아 있는 과육이 부드럽게 찢어지면서 쫄깃했고, 씹을수록 단맛이 조금씩 농도를 더했다.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서 퍼지고, 씹을수록 향이 달콤하게 변했다.
잭푸릇은, 의외로 내 입맛에 기막히게 잘 맞는 과일이었다.
어제저녁에 냉장고에 넣어둔 로즈애플이 문득 떠올랐다.
냉장고 문을 열고 꺼내자, 뜻밖에도 로즈애플은 꽁꽁 얼어 있었다.
냉동실이 아닌 냉장고에 두었는데도 이렇게 차갑게 얼어 있을 줄이야.
손끝에 전해지는 냉기는 마치 투명한 얼음 조각을 쥔 듯했다.
평소의 로즈애플은 물기를 머금은 아삭한 식감이 매력적인 과일이다.
입안에 넣으면 청량감을 느낄 수 있어 상큼함이 필요할 때 즐겨 먹었다.
오늘은 그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해 아쉬웠지만, 로즈애플은 언제든 다시 사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아쉬움을 가볍게 털어내고, 나는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도보로 30분 거리에 쇼핑몰이 있다고 하니, 아침 겸 점심은 그곳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태국의 더위 속에서 30분을 걷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여행지에서 걷는 시간을 좋아한다.
걸을 때면 주변을 찬찬히 살피게 되고,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과 사람,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새롭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여행을 할 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다.
규모가 작은 쇼핑몰은 깔끔했지만,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오전 시간에 방문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층 입구로 들어서자, 꽤 넓은 공간에 도자기 그릇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어디부터 눈을 둬야 할지 몰라 흥분한 나머지 우왕좌왕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도자기를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양한 디자인과 질감의 도자기를 마주할 때마다, 모조리 집으로 가져가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그릇을 들었다 놨다를 수십 번 반복하면서도, 결국 살 수는 없었다.
아직도 많은 날들을 여행해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도자기 그릇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눈호강만으로 만족하며, 나는 식당가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식당가를 둘러보다가, 나는 '카우카무'를 하나 주문했다.
카우카무, 즉 족발덮밥은 태국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기 메뉴다.
돼지족발을 달콤 짭짤한 간장 양념에 삶아 밥 위에 올린 요리로, 식당마다 큰 차이는 없다.
따끈한 밥 위에 부드럽게 삶아진 족발이 올려져 있고, 간장 양념이 밥에 스며드는 순간, 입안 가득 풍미가 퍼진다.
나는 이 익숙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로 속을 채웠다.
맑은 하늘 아래, 푸른 나무들로 둘러싸인 커피숍은 마치 동화책 속 한 장면 같았다.
너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나는 자연스레 발걸음을 안으로 옮겼다.
창 측 자리에 가방을 놔두고, 밀크티 한 잔을 주문했다.
태국 밀크티가 진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향과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잠시 앉아 더위도 식히고, 생각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아침에 미처 먹지 못했던 로즈애플 한 팩을 사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