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치앙라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2007년 무렵이었다.
학과 사무실에서 함께 조교를 하던 대학원 후배가 치앙라이에서 1년간 교회 선교 활동을 했다고 했다.
그곳은 조용한 시골 마을의 정취와 무엇보다 사람들의 친절함이 마음에 남았다고 전했다.
사원들의 아름다운 풍경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도 꼭 치앙라이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향하는 길은 버스로 네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전날은 터미널(Chiang Mai Bus Terminal 3) 근처에 숙소를 잡아 묵었고, 미리 버스(Green Bus) 티켓도 예매해 두었다.
치앙라이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20년 처음 찾았을 때는 한창 아스팔트 공사가 진행 중이라 비포장 도로를 오래 달려야 했지만, 이번에는 모든 길이 깔끔히 포장되어 있었다. 덕분에 멀미도 하지 않았고, 체감 이동 시간도 훨씬 짧게 느껴졌다.
여정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어갈 수 있었기에, 길은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룸서비스보다는 직접 식당에서 먹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수영장이 보이는 테이블에 앉으면 분위기가 좋았겠지만, 햇볕이 강해 건물 내부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벽면에 걸린 액자들이 눈에 띄었다.
치앙라이 산악지대의 소수민족, 아카족의 모습이었다.
각기 다른 할머니들이 화려한 전통 의상과 장신구를 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저마다의 개성이 빛났다.
은은한 미소, 환하게 웃는 얼굴에는 삶의 따뜻함이 묻어났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소박하고 인간적인 표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깊게 파인 주름을 바라보며 오래전에 떠나신 친할머니가 떠올랐다.
102세까지 사시다 돌아가셨던 할머니.
문상객들이 모두 '호상'이라며 위로했지만, 내겐 공허하게만 들렸다.
오래 사셨다는 사실보다도, 이제 곁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펐기 때문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만큼 정성스레 차려진 음식을 마주했다.
화사한 색감의 접시와 음식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당근으로 만든 작은 꽃과 식용꽃으로 장식된 디테일은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잠시나마 일상의 피로가 잊히고, 눈과 마음이 함께 설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