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단 사원의 도시, 치앙라이(Chiang Rai)_2

렁쿤 사원을 가다

by 눙디

아침의 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마음까지 상쾌했다.

조식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많은 숙박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제와 달리 수영장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치고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뷔페가 아닌 주문식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예식장에서 흔히 뷔페로 차려내는 경우도 있지만, 정갈하게 한 상차림을 내어주는 방식을 나는 더 선호한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 한몫했을지도 모르겠다.


잠시 후, 묵직한 식기에 담긴 음식들이 차려졌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음식마다 장식처럼 놓인 보라색 버터플라이피 꽃이었다.

꽃 하나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정성이 배가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방콕의 주말시장 짜뚜짝(Chatuchak)에서 처음 이 꽃차를 본 적이 있다.

신비로운 보랏빛에 끌려 말린 차(tea)를 사 오긴 했지만, 정작 마셔보진 못했다.

너무 강렬한 색감이 낯설게 다가와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식용꽃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날도 꽃은 먹지 않았다.

맛이 궁금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흰 접시 위에 놓인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눈으로만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떠올려보니, 전혀 먹어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망고밥을 먹을 때 간혹 보랏빛이 감도는 찰밥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버터플라이피 꽃물로 물들인 밥이었다.

천연 색소임을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조금은 망설였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 꽃에는 항산화 성분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피부와 혈액순환, 시력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귀국 선물로 몇 개쯤 사가볼 생각이다.

흥미로운 점은, 산성 성분을 가지고 있는 레몬즙을 넣으면 분홍빛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작은 실험이라도 해보고 싶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은 몇 곳의 사원을 둘러볼 계획이었기에 옷차림에도 조금 신경을 썼다.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바지와 어깨가 드러나지 않는 티셔츠를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첫 번째로 향한 곳은 렁쿤 사원(Wat Rong Khun)이다.
흔히 '화이트 템플(White Temple)'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른 아침 서둘러 도착했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스 라떼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고, 저 멀리 사원을 바라보았다.


순백의 건축물이 파란 하늘과 맞닿아 빚어내는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햇살에 반짝이는 그 모습은 예술 작품처럼 다가왔다.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아직도 완공되지 않은 채로 지어지고 있듯, 렁쿤 사원 또한 1997년부터 시작된 공사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미완의 건축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날은 공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원 입구에는 무수히 많은 손 모양의 조각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지옥에서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듯한 모습은 섬뜩하기도 했고,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후에야 그것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리를 건너면 본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 다리는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을 의미한다고 한다.

건물 외벽은 수많은 유리 조각으로 뒤덮여 있었고,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무척 더웠다.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어 동선에 따라 움직여야 했기에 천천히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또 일부 구간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눈으로만 담아야 했다.

멀리서 바라본 사원은 그저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직접 걸으며 마주한 순간, 그 화려함 속에 깃든 상징과 이야기가 진정한 매력임을 알 수 있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건축물 또한 눈이 부실 만큼 화려했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화장실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이라 내부가 완벽히 깔끔하진 않았지만, 외관만큼은 웬만한 박물관이라 해도 믿을 만큼 아름다웠다.


사원 건너편에 자리한 카페는 규모가 작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덕분에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코코넛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일부 카페에서는 편의점 음료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곳은 코코넛 속 워터와 부드러운 과육을 함께 넣어주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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