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단 사원의 도시, 치앙라이(Chiang Rai)_3

넓은 부지의 반담 박물관을 가다

by 눙디

치앙라이에는 '블랙하우스'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름만 들으면 사원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원이 아닌 박물관이다.

태국의 유명 예술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기대감을 안고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정식 명칭은 '반담 박물관(Baan Dam Museum)'으로, 태국 현대미술의 거장 '타완 두차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다.

축구장 22개에 달하는 넓은 부지 안에는 다양한 건축물과 작품들이 들어서 있다고 하니, 직접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태국어로 '반담(Baan Dam)'은 '검은집'을 뜻한다.

이름처럼 건물들의 색채가 어두울 것이라 예상해 보았다.


박물관에 도착했을 때 처음 마주한 건물은 검은색과 갈색이 조화로운 목조 건물이었다.
밝은 햇볕이 쏟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어둡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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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마다 전시된 작품들은 저마다 달랐지만, 내 눈길을 가장 끈 것은 동물들의 뼈와 가죽, 그리고 뿔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었다.

긴 테이블 위와 바닥에 펼쳐진 악어가죽을 통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고, 작은 탁자와 원통형 기둥에는 뼈와 뿔이 정교하게 매달려 있었다.

작가는 이 전시물들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작품들은 강렬하고 날카롭게 다가오면서도 묘하게 차분해지는 기분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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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박물관을 찾았을 때는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벽에 걸린 기묘한 그림들이었다.

그림 옆에는 QR코드가 붙어 있었는데, SNS 카메라로 스캔하면 작품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듯했다.

나는 SNS를 하지 않아 직접 체험해 볼 수는 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시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작가의 작품은 방콕 현대미술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들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박물관의 대부분 건축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형태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예술 작품처럼 멋스러웠다.

그중에서도 지붕이 뾰족하게 세 갈래로 솟아 있는 건물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다른 건물들과 달리 이 건물은 특히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주변의 조경 또한 잘 정돈되어 있었다.

쏟아지는 햇볕마저 건물의 멋스러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건물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그들에게도 이 건물이 깊은 인상을 남겼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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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는 나무로 만든 시소와 목마도 있었다.

오랜 시간 바깥에 놓여 있다 보니 낡고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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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크고 작은 건물들이 여러 채 있고 외부에도 볼거리가 많았지만,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큰 규모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만큼 조금 더 세심한 관리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넓은 부지 곳곳에는 큰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고, 그늘이 만들어내는 습하면서도 시원한 공기가 마치 휴양림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안겨 주어 참 좋았다.

건물과 조경, 그리고 숲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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