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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공개 Jan 18. 2022

그때 널 암살했어야 했는데

별 거 아닌데 과장해서 쓰는 단편 소설같은 비밀 일기

이것은 기록하는 비밀 일기장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할 수 있는 짜릿한 비밀이 있다면, 작가만이 기억할 수 있는 암묵적인 장치들을 글 속에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속에는 칼이 있을지, 둔기가 있을지, 약물이 있을지,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질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그때 널 암살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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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만큼 받지 못했다. 사랑이란 늘 그랬던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주었던 만큼 받은 적이 있었나 생각해본다. 

지나치게 줘버린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내 누군가를 꼭 더 사랑하지 않게 해주시고

내 누군가에게 더 많이 사랑받게 해주소서.

사랑에 이기적인 사람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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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너는 암살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었다. 너는 범죄를 저질렀고, 소피아는 범죄를 묵인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너희 둘은 한마디로 '공범'이라는 것이다. 너의 뒤를 좇는 한 남자가 뜬금없이 방문을 쾅쾅 두드리더니, 이보시오, 소피아랑 어떤 남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 봤소? 외치더군. 


네가 진실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묻는, 순진하게도 나에게 자신의 분노를 쏟아붓는 그 자에게,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미 나에게는 너와 내가 한 몸인데. 그 자가 단칼에 돌아서자, 나는 너에게 '너의 죽음을 노리는 암살자가 있노라'고 '부디 몸을 조심하라' 말했다. 그 한마디는 걱정, 측은, 그리고 사랑으로 점철된 거짓된 말이였다. 너는 사실 죽어야 마땅한 사람이였으니까.


필요할 때만 나를 필요로 하는, 한마디로 '시간떼우기'같은 존재로 나를 '활용'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거기에 늘 '활용'되면서, 늘 '활용당하기'를 갈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확실하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너는 오로지 너의 본능에 충실하고, 너의 주변에 충실하고, 너의 생활에만 충실했다. 


사랑을 흩뿌리고 다녀도 늘 거두지 못했던 건지, 거두는 방법을 모르는 건지, 그냥 버려지고 있던 건지. 날로 공중분해되는 나의 애정어렸던 관심을 보며 나는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 오늘도 역시 지나쳤다. 그나마 사람다웠던 당신에게 사랑을 베푼건 역시 내가 호구였던 것이다. 


나는 나에게 쫓기고 있다. 그때 널 암살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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