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그녀는 멍하니 서서 방습제를 바라보았다.
방습제는 지딴에 바보같이 외치고 있었다.
'먹어서는 안됩니다!'
그녀는 멍하니 생각했다.
'이걸 먹으면 죽을 수 있을까?'
그녀는 찬찬히 새하얀 방습제에 적힌 새파랗게 적힌 글귀를 읽어내려갔다.
'무독성분이며, 환경친화적입니다.'
무독성분이라니 아쉽다. 먹어도 죽을 수 없다는 게.
그녀는 새파랗게 얼어버린 공기를 들이마신다.
담배를 피고 싶다는 굴뚝같은 마음에 있는 힘껏,
폐가 찢어지리만큼 들이키고,
내쉰다.
들이쉬고,
후.
담배연기. 온 세상이 숨을 쉬기만 해도 중독되기를 바란다.
그녀는 강박적이리만큼 심호흡을 했다.
그렇게라도 하면 정말 담배를 피는 것 같아서.
목적지 없이 어지러이 걸으며 초점을 잃은 채 걸어다녔다.
이리저리 돌고 돌다 결국 지하철 앞 낡은 칼국수 가게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인데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
어느 누구도 마주치기 싫은 그녀에게 더할나위 없이 편안한 곳이었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해물칼국수.
해감되지 않은 조개를 벅벅 씹으며
그녀는 여전히 살아있음에 한심해하며 행복했다.
발갛게 익은 새우가 꽃처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꽃이 아름다운 줄은 알아도 꽃이 되는 법은 영 어색했던 그녀였다.
2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