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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공개 Jun 11. 2024

돈에 미쳐서 결혼하는 우리

비정상인가요?

“출산율이 0.98, 일본보다 낮아..”

“물가 상승으로 결혼하기 막막..”

“전 세계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남녀 초혼 연령 상승, 40세 비율 증가..”     


이제는 귀딱지가 앉을 정도로 지겨워져 버린 죽어가는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이다. 어릴 적 어렴풋이 배웠던 연령별 인구 수 그래프는 어느덧 반쯤 잘려 나간 호리병의 모습으로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뒤집어진 삼각형, 늙어버린 국가, 낳으면 손해라는 어린 생명을 낳아야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나.     


‘나’라는 사람은 소개한다면, 햇빛 알레르기로 책 한 권 낸 에세이 작가, 그림을 그릴 줄 밖에 모르는 용기 없는 예술가, 현생에서 그저 묵묵히 10인분 몫을 해내는 능력 있는 호구, 엉뚱하고 음울하면서도 웃긴 것들을 좋아하는 키치한 취향, 평범하고 화목한 가족의 차녀, 그리고 “가임기 여성”     


가임기 여성은 여럿 가임기 여성들을 관찰한다. 연애의 문턱에 주저하고, 연애를 해도 결혼의 문턱에서 주저 앉아버린 사람들이 보인다. 눈은 높아질대로 높아만 가고, 집값도 높아지고, 물가도 높아지고. ‘말은 통하는데...’, ‘즐겁기는 한데...’, ‘돈을 잘 벌기는 한데...’, ‘집안이 좋기는 한데...’ 그 뒤로는 진전이 없는 채 남은 시간은 점점 초조하게 줄어만 간다.     


우스갯소리로 ‘한 방에 30, 40대를 모아놓고 랜덤 소개팅을 돌려야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던진다. 들어보기만 했던 ‘단체 소개팅’이라는 게 정말로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정말로 그러지 않고서는 결혼하는 커플이 늘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누가 알겠어, 내가 모르는 암시장에서는 온갖 빨간 S라인(참고 : S-line, 꼬마비)들이 얽혀있을지.     


돈쓰기 자랑 인스타그램에서 손을 뗀지도 1~2년이 넘어간다. 이제는 더 이상 지인의 새 소식을 듣고 싶지 않다. 뉴스 다이어트(저자 : 롤프 도벨리) 중이랄까. 눈만 뜨면 쏟아지는 지인들의 New's에 지칠대로 지쳐서 이제는 ‘모를 권리’를 위해 도망다니고 있다. 지금 이 시국, 아니 파국 또한 먼 훗날에는 IMF처럼 ‘라떼는 말이야, 아무도 결혼 안했었어~ 애도 안 낳으려고 했어~’라는 때가 오려나 모르겠다.      


돈에 찌들대로 찌든 90년대생의 돌연변이 같은 한 커플의 달달하지만 짠내나는 이야기로 위로와 위안, 아니면 용기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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