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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순 Nov 14. 2020

사과해

강해지고 싶은 나에게 쓰는 편지



사과해


여지껏 직접 들어본 단어 중 가장 낯선 단어였다. 가장 짧고도 간결한 세 글자. 아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문장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사소하게 다퉜다. 기분 나쁨을 짧게 표현하려는 게 다였는데, 가볍게 보낸 똥모티콘이 묵직한 똥이 되어버린 건 순식간이었다. 장난스럽게 생각하고 보낸 작고 귀여운 똥모티콘이 그의 화를 불러일으켜 버렸고, 그는 똥모티콘을 받아서 기분이 나쁘니 사과를 하라고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사과를 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나?'


스스로 강해지는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곱씹는 요즘이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은 이제 조금 알 것 같은데, 내 감정을 위해 타인에게 무언가를 바랐던 적은 없었다. '사과해'라는 세 글자 속에서 감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과하세요!"


정치싸움은 고개를 내젓는 나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국정감사 때 성희롱을 당한 여성 국회의원이 남성 국회의원에게 큰소리치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감정이 상처 받았으니 당신은 잘못한 것이라는 당당한 태도가 더욱 굳건하게 느껴졌다.

상처를 받았다-에서 끝내지 않았다. 상처를 받았으니 사과해-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만약 상처를 받은 것에서 끝났다면, 받은 상처는 참다 참다 곪아버릴 것이다. 그저 착한 것만이 좋은 걸까? 참지 말 것, 당당히 말할 것. 상처로부터 강해지자.


똥모티콘을 보냈던 나는, 사과를 했다.

사과를 하라는 그 말은 선명하게 남았다.


- 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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