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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순 Nov 01. 2020

어리광

불안해하는 나에게 쓰는 편지

일요일 아침,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신에 힘주고 일어나고 싶어 한다. 웅크려진 몸. 밀린 설거지걸레질은 마음속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 데. 힘주고 있는 게 그냥 싫다.


일요일 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문을 닫아야 내일의 하루가 열릴 텐데. 웅크려진 몸. 잠들기를 미뤄본다. 내일의 들이 두렵고 오늘의 시간이 행복했어서 서둘러 잠들기 그냥 다.


잠이 깨고 싶지 않아서, 잠이 들고 싶지 않아서, 어리광을 부려본다. 평소엔 보지도 않았던 가십 인스타 짤방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새벽이 .


내 방엔 엄마도, 부모님도, 가족도 없이 나 혼자 누워있다. 강해져야 하는 이유인가 보다.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언제까지로 정해져 있는 걸까. 가끔은 쉬어 가라는데, 이렇게 쉬다가는 나이를 거꾸로 먹을 것다.


짧고 크게 한 숨 뱉어본다.

"훅"

어리광 부리는 어린 나를 내뱉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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