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Against-Pandemic #DBR293
2019년 12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강력한 독감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겨울에 발생하는 독감에 비해 강도가 매우 세고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기침이 심해 질식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기침을 하다 숨을 못 쉬어 쓰러지고 마는 한 중국인의 영상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기침이 너무 심해 폐에 상처까지 남겨 폐렴 증세를 유발하기 때문에 초반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고 "우한 폐렴"이라 불렀다.
2019년 2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에 침투했다. 확산성이 강한 바이러스라 좀처럼 쉽게 잡히지 않았지만 2~3주간 방역 작업으로 잠잠해지는 듯싶었다. 그리고 2월 중순, 신천지 교도를 중심으로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집단 발생하였고, 뒤이어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코로나는 일반 독감이 아닌 사스, 메르스와 같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분류되었고, 사회는 빠르게 공포로 물들어갔다. 자산을 현금화해야 한다는 믿음과 함께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현물 시장마저 빠르게 얼어붙었다. 백신은 쉽게 개발되지 않았고, 확산성 강한 코로나는 멈추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2020년 3월 말, 정부는 극단적인 거리두기 정책과 방역을 통해 코로나 진압에 총력을 다했고, 얼어붙은 경제의 유동성을 살리기 위해 각종 지원금과 대출 완화, 그리고 금리 인하를 통해 총력을 기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얼어붙은 경제는 기업의 현금 흐름에 비상등을 켜게 만들었다. 돈을 굴리기 위해 자산 현금흐름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기업의 생리이다. 즉,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어오기 위해 통장에 많은 잔고를 쌓아놓지 않는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자영업자는 버티지 못해 폐업하기 시작했고, 여행/관광 산업 등 매출에 직격타를 맞은 기업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큰 적자를 메우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나는 2월 코로나 발생 시점에 무엇을 준비할 수 있었을까, 어떤 대비를 했어야 할까, 대비를 했다면 지금보다 나은 상황이 되었을까. 코로나 질병의 공포만큼이나, 내가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정신적인 공포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기는 사람이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은 결국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대기업마저 내부의 기초체력과 위기대응력 정도에 따라 휘청거리고 있다. 직원들에게 지금은 '버텨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다. 매출이 없는 것을 불안해할 때가 아니라, 지금은 버티지 못하는 것을 불안해할 때이며, 우리는 버틸 수 있고, 버틴 후에 성장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래의 성장을 그리기 위해 이번 DBR호는 내가 무엇을 공부하고 찾아봐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주었다.
기업은 감염병 대유행이 일반적인 재해재난과 다른 특징을 가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정부의 권고지침과 더불어 기업 내 부문별 예상 이슈와 팬데믹 대응 방안을 참고해 기업 특성에 맞는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재난과 달리 감염병은 최소 8주 이상 지속하는 등 영향 기간이 매우 길다.
둘째, 재난은 건물, 장비, 시스템, 네트워크 등 물적 자원에 피해를 입히지만 감염병은 인적자산의 피해가 가장 크다.
셋째, 재난은 특정 지역에 극심한 피해를 끼치지만 감염병은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
넷째, 재난은 물적 자원이 복구되거나 대체 자원을 찾으면 업무가 빠르게 복구되지만, 감염병은 위의 세 가지 특성으로 인해 추가적인 업무 중단 비즈니스가 속출할 수 있다.
다섯째, 재난은 업무 영향 분석에 따라 기업이 수행하는 여러 비즈니스의 복구 우선순위를 미리 매겨두고, 그 순위에 따라 업무를 정상화하면 된다. 하지만 감염병은 임직원과 고객을 포함한 회사의 주요 이해관계자로 확산될 수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사회 재난으로 번질 수 있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흔히 계약서에 '천재지변'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천재지변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서로 간의 책임을 묻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관례이다. 페스티벌이나, 오프라인 이벤트는 주로 사람이 많이 놀러 나오는 여름에 집중되는데, 여름에 발생하는 태풍은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천재지변'이다. 다행히 일기예보가 태풍 시기를 꽤나 정확하게 맞추기 때문에 우리는 사전에 일기예보를 보고 프로젝트 진행 날짜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즉, 천재지변은 단기간에 강력한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기술의 발달로 테러와 같은 사태가 아닌 이상 충분히 예측 가능하여 사전에 조치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감염병은 다르다. 중국에서 확산될 가능성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였지만 영향 기간, 피해 범위, 업무 정상화 가능 수준, 소비 위축 수준 등 코로나로 인한 피해 범위를 예측하기가 어려워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대해 위의 표에서는 각 분야별로 예상 이슈를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예상 이슈를 조합하여 발생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시하였다. 이를 활용하여 3월 중순, 4~5월을 대비하기 위해 '장기화 시나리오'와 'V반등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최종 의사 결정을 진행하였다.
내부 기술 수준이 우리의 비즈니스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아니어서 제외하고 경영/프로세스/인프라/임직원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경영부분은 소통채널에 집중하여 원격 상황에서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정비하였다. 또한 프로세스 부분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내부 지원 업무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원격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업무는 인프라를 개선하여 원격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로 우리 회사는 사람을 베이스로 하는 비즈니스인 만큼 버티고 난 후, 임직원의 심리 상태가 미래 경쟁력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하였다. 업무가 없는 기간 중 진행할 수 있는 교육/훈련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감염 및 건강사항 상시 체크를 통해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급한 대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선택하여 조치를 취했지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요소' 이기 때문에 위의 사항만 논의되었을 수도 있다. 만약 우리에게 프로젝트가 주어졌지만 함께 일할 벤더사가 모두 녹다운된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처럼 일이 없는 상황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
진단과 조치에 만일을 기하고 있지만 사태가 진정된 후에는 당시에 고민하지 못했던 다양한 요소를 리스팅하고 선별하여 Post-Corona에 대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1) 계획 및 절차 마련
- 감염병 대유행 대응에 특화된 실행 계획
2) 핵심 기능 정의
- 업무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업무 기능과 복구를 위한 자원 확보
3) 권한 위임 / 승계 체계 수립
- 주요 의사결정을 위한 비대위 구축 / 책임, 리더십, 거버넌스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분산된 권한 집중화
4) 대체 업무 운영 시설
- 대체 장소, 원격 근무체계, 관련 시스템 정비 등
5) 커뮤니케이션 채널
- 고객 포함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비상시 연락망 및 채널 유지
6) 주요 문서 및 데이터 관리
- 업무 전면 중단을 가정해 핵심 업무 복구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 자료 백업
7) 인적자원 관리
- 업무 재개 프로세스, 백업 인력 확보, 구성원 안전보호, 건강 유지, 감염 시 치료 등
8) 통제/지시 이양 및 이전
- 인력 손실이 클 경우, 담당 업무 이관 및 이전
9) 교육훈련/테스트 수행
- 내부 구성원을 포함하여 주요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대응, 복구 테스트 수행, 관리자 대상 교육, 훈련체계 수립
10) 복구, 정상화 활동
- 위기 종료 후 업무 복구를 중심으로 정상화 및 복귀 단계에 대한 활동 계획 수립
11) 추가 실행 계획 마련
- 장기화에 대비한 재무적 영향과 자금 확보 관점에서 지속적 점검, 공급망 안정화 대책, 사회적 책임 이행, 지역사회와 정부, 지자체 이해관계자들의 복구 노력 지원 동참 등
재택근무가 모든 면에서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스마트스터디 또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실시하면서 재택근무의 근본적인 비효율도 확인했다. 특히 재택근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선 시기였기에 가적들이 이해하지 못해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예컨대, 부모님이 휴가로 착각하고 집안일을 시키거나, 자녀가 함께 놀아달라고 보채거나, 가족들로부터 회사에서 잘렸다고 오해를 받는 일도 생겼다. 집이기 때문에 회사보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한계도 있었다. 사실 이런 개인적인 상황과 여건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회사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개선하기는 힘들다.
스마트스터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2015년 재택근무 후기를 담은 보고서와 데이터를 포함해 2020년 버전의 재택근무 가이드를 사전에 준비해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했다. 이를 통해 구성원 스스로 재택근무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대비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노력할 수 있었다. 예컨대, 집에 어린 자녀가 있는 구성원의 경우 재택근무가 도저히 힘들어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협업의 특성상 화상회의와 콘퍼런스콜이 많은 점을 감안해 특정 시간에는 가족과 공간을 분리해 쓰는 방식 등으로 스스로 규칙을 정하기도 한다. 스마트스터디의 구성원들은 스스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재택근무의 노하우를 쌓으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조직문화에 적합한 근무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4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사례를 기록하는 것'이다. 기억은 쉽게 변질되며 나 또한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다. 당시에 결정했던 기준은 사라지고, 결정된 결과만 남는다. 그러면 '과거에 그렇게 했으니까' 해야 하는 문제에 빠지기도 하고, 당시에 고민했던 기준을 지금 다시 수립해야 하는 만큼 비효율적인 시간이 발생한다.
Post-corona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면서 추가로 진행할 업무는 재택근무 가이드 제작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행된 재택근무가 미래에는 우리의 경쟁력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직원 스스로 이번 재택근무의 장점과 단점을 느꼈을 것이고, 장기간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스스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의 방법들을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사례는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양질의 표본 데이터가 쌓일 것이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한 만큼 국가적으로 사례가 많이 쌓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료를 활용하여 가이드를 구축한다면 재해가 아닌 다른 이유로 재택근무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에 상황을 맡기지 않고 찬찬히 들여다보며 합리적인 반응을 선택하는 것이 위기 상황에 빠진 리더에게 특히 중요하다. 정말 지금이 전시 상태인지,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잘못되면 전쟁처럼 모든 것을 잃고 망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내가 상황을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상황과 나의 해석을 분리하도록 돕는다.
조직으로서는 리더들이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상황이 어려운 만큼 현실적으로 KPI를 조정해야 한다. 위기 상황임에도 조직이 원래의 목표만을 고수하면 개인과 리더는 몸을 갈아서라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기 수비다. 그리고 그럴 경우 원하는 목표 달성을 이루기보다는 예견되는 실패에 대한 자기 방어, 부서 이기주의, 상호 비방, 희생양 찾기 등으로 조직이 균열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명확한 역할과 책임과 이에 따른 공정한 성과관리를 해야 한다. 구성원부터 리더에 이르기까지 조직 내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무엇이고 그에 대한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면 코로나와 같은 외부의 돌발변수에 대해 개인이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 일은 적을 것이다.
세 번째로 불안을 낮출 수 있는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제도화해야 한다. 조직의 불안은 리더에게 전가되고 리더의 불안은 구성원에게 확산된다. 조직이 외부의 위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이 위협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며 극복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어떤 노력을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2월 코로나 대응에 미흡했던 만큼 코로나 사태는 패닉으로 다가왔었다.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 중단 요청과 통보가 가시화되면서 공포는 더 가중되었다. '위기'라는 단어가 떠오르자마자 '어느 정도의 위기'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최근에 얻은 전셋집 걱정까지 이어질 만큼 나의 이성은 공포를 통제하지 못했다. 1주일 정도 패닉 상태에 빠져 집에서 일하는 둥 마는 둥 보내다가 어느 날 하루 회사로 출근했다. 그래도 우리 회사의 영상팀은 불철주야 일하고 있었다. 저 팀은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는 자조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해야 하는 일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에 맞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서라도 매출을 발생시키는 일이 '나의 역할'이고 '나의 책임이었나' 고민하게 되었다. 생각이 명확해졌다. 우리 회사의 매출에는 나의 책임이 있고, 영업이 아닌 간접적인 방법으로 나의 역할을 다 해야 하지만, 클라이언트 회사의 매출은 나의 책임이 없다. 사회적 책임으로 벤더사와의 상생을 강구해볼 수는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한 클라이언트의 매출 감소는 나의 책임이 아니다. 나의 역량 문제일지, 변명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던 문제가 명쾌해졌다.
내가 고민하는 기간, 주변 동료들 또한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내가 확실해진 이상 적어도 하나의 메시지는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로 인해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것 까지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우리는 버틸 수 있다는 것. 4월에는 구두로 전달하였고, 5월에는 4월 진행상황을 종합하여 메일로 공유할 예정이다.
단순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신승리가 아니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우리는 기초체력이 강하다고 느꼈다. 위기대응 속도가 조금 더디긴 했지만 합리적인 돌파구를 찾아냈다. 문제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은 성공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법인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 같이 힘내서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