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열한시 Apr 10. 2020

[BOOK] 최고의 리더는 반드시 답을 찾는다

#통합적사고 #타협이아닌 #최선의답을 #찾는방법



Summary


디자인씽킹, 통합적사고 등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론의 실천 방법

방법론에 대한 책만 읽고 총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각 조직의 리더를 위한 책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보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1. 통합적 사고


 우리는 '잘' 선택하는 법을 배운다.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내기보다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모두가 동의하는 단 하나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이 최고의 선택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때로는 파벌이 형성되기까지 한다. 이럴 때 우리는 타협에 만족하거나 동료와 언쟁을 벌이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행동을 미룬다. 정답을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차선책과 타협뿐이다.

  우리는 단순화된 사고 모형을 갖고 있으며, 이 모형은 실제 세상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이 이를 잘 보여주듯 이 모형은 우리의 행동과 선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이 모형으로 인해 인지적 편향을 갖게 되고 그 속에서 차선책에 안주하게 된다.  [ p. 40 - 46 ]


  아마 사회에서 일정 수준의 '결정 권한'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모두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직원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갈등하는 수많은 상황에 부딪힌다. 목표 설계와 그에 따른 보상체계를 만드는 일, 휴식공간 인테리어를 하는 일, 내부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 모두 선택의 연속이며 그 과정에서 어떤 직원은 만족하고 어떤 직원은 만족하지 못한다.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고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는 가정을 변명으로 적정선에서 타협을 요청한다. 그리고 최종 의사결정은 대부분 모두가 윈윈 하기보다 모두가 치우침 없이 조금씩 양보하는 수준에서 타협점이 완성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경험한 결과, 이 책에서 말하듯 타협이 계속되다 보면 직원들은 지치고 감정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앙금이 쌓이고 쌓여 결국 퇴사를 결정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매번 모든 의사결정에 힘을 쏟는지,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세상의 리더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너무 궁금했었다.





2. 인지적 편향


  일단 세상에 대한 특정한 믿음이 자리 잡을 때, 대개는 이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려고 한다. 믿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쌓일수록 믿음에 대한 확신은 강화된다. 더 무서운 것은 오히려 반대 증거가 기존 모형을 강화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형은 끈질기다. 일단 특정한 모형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그와 상반되는 모형을 받아들이려면 엄청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대부분 사람은 기존 믿음을 그대로 유지하는 쉬운 길을 택한다. [p. 48]

  안타깝게도 단순함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명백한 정보를 외면하고 반대 의견을 무시함으로써 우리를 비합리적 의사결정의 함정으로 몰고 간다 [p.52]


  블라인드에 보면 "인사팀 사람들 말은 하나도 믿지 마라"와 같은 글을 종종 보곤 한다. 서로 같은 직원으로서의 신분을 갖지만 서로 업무가 다르고 신경 써야 하는 고객군이 다르다 보니 상호 간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 모형이 생기는 것이다. 1971년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인지적 편향이 우리의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 상황과 조건에 매우 취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작년에 프로젝트 휴가에 대한 규정을 만들 때가 생각난다. 우리 회사의 특성상 프로젝트가 킥오프 되면 행사 전일, 당일에 밤을 새우기 일쑤고, 행사가 주로 주말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말에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리고 주말에 일을 하고 딱히 보상이 없는 것에 대해 불만이 하나 둘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의 상황과 직원의 업무 피로도를 고려하여 "프로젝트 휴가" 제도를 만들었는데 직원들의 표정이 그리 탐탁지 않았다. 원래 못 쉬던 거 쉴 수 있게 만들어주었는데, 이전보다 더 좋게 바꿔주었는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친밀성 편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함께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고용하고 승진시킨다. 하지만 친밀성 편향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는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들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그들의 생각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투영 편향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생각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똑같은 정보가 주어질 때, 다른 사람도 자신과 똑같은 대답을 내놓을 거라고 기대한다. [p. 56]



  우리 회사는 루틴 한 지원팀과 액티브한 실무팀의 업무 성격 자체가 정반대여서 사람의 성향 자체도 크게 다르다. 실무팀 입장에서 지원팀은 재미없고 딱딱한 사람들이며, 지원팀 입장에서는 실무팀이 기가 세고, 틀을 싫어하고 벗어나려 하는 사람들로 본다. 팀원끼리는 친밀성이 강하다 보니 다른 팀의 업무에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나는 프로젝트 휴가 제도를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했고, 이 제도에 적용받는 모두가 그 부분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수를 치고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제도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을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제도가 만들어진 과정, 고려한 사항들에 대한 공유가 없었으므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에 대해 날카롭게 대응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직원들은 이렇게 느꼈다고 한다. "그냥 하라는 대로 해, 다 알아서 생각하고 고민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나는 최선을 다해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을 그리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제도를 만들고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수평적인 형태로 팀을 구성함으로써 조직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기술을 조합하고자 한다. 팀원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보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만 집중하고자 한다. 동시에 팀원들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의견 대립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을 하면서도, 갈등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서 팀원들은 미소로 동의를 표하고 공손한 태도로 협력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합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기준으로 문제를 구분하고 최종 단계에서 각각의 대답을 하나로 조립할 뿐이다. 

  팀을 꾸린 후 무엇을 분석할지 결정한다. 하지만 조직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는 세상에 대한 한 가지 모형일 뿐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 기존의 믿음을 강화하는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며, 인과관계를 단순화한 모형일 뿐이다. 조직은 편향된 모형을 통해 편협한 해결책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도 엄격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확신한다. [p.59]

  한 가지 해결책을 선택할 때, 조직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팀원은 불만을 품는다. 그래서 조직은 되도록 절충을 통해 상대적으로 덜 나쁜 타협안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런 타협안은 특정 선택지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지만,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합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합의는 골치 아픈 과정이며, 게다가 만족스러운 결정으로 끝나는 법이 거의 없다. [p.62]


  뒤에 실천방법에 대한 논의에서도 나오지만 핵심은 이 부분에 있다. 데이터가 편향되지 않게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놓친 데이터가 없는지 되물어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소스를 확보할 것. 그리고 고객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파악하여 해당 요소를 모두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만들 것. 마지막으로 선택과 대안을 만들어낸 과정을 충분히 설명할 것.





3. 더 좋은 대안을 만들기 위한 방법. 메타인지 / 공감 / 창조



  기존 의사결정 과정의 중대한 결함은 결론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올바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논의하지만,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좀처럼 묻지 않는다. [p.71]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은 판단을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를 섣불리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면 많은 아이디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투박하고, 이상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아이디어일지라도 그 안에 창조성의 씨앗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 [p.83]

  통합적 사고의 세 번째 단계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모형의 정의와 검토를 모두 마쳤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그 모형을 더 나은 새로운 해결책으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기회를 모색하는 일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여기에는 창조성과 통찰력 그리고 약간의 행운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적 압박감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p.101]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명확히 정의해야 원인도 규명할 수 있고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길을 잃고 무엇을 해결하고자 함이었는지 잊은 채, 아이디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탄생하게 되는 것 같다. 


  지난해 말 직원들과 이야기하면서 '소속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직원들은 '오전에 티타임'을 해보자 등등 업무만 하는 분위기보다는 조금 더 유한 분위기를 원했다. 회사의 BGM이 깔린다던가 하는 등의 문화 말이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아침에 차를 마시고 시작하거나, 음악을 깔아놓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고, "하고 싶으면 해라"라고 말을 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았다.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해서 다 같이 카페에서 20~30분 정도 수다를 떨고 들어왔고, 휴식이 필요한 직원은 자기 자리에서 쉬기보다 빈백이나 회의실 같은 독립된 공간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찾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 모습은 출근해서 놀러 나가는 모양이 되어 대표님의 신경을 자극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니 인사이트가 하나 생겼다. 


  '소속감'을 높이고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지금까지는 '시간'으로 간주했었다. 업무 시간 중에 티타임 시간을 만든다던가, 엠티나 회식 같은 별도의 친목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런데 정작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공간'이었다. 언제든 시간이 되면 티타임을 할 수 있는 공간,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즉, 좁은 사무실이지만 업무 공간과 휴식 및 소통 공간이 '구분'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가정하고 인테리어 TF팀을 꾸려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TF팀의 아이디어는 중구난방이었다. 다른 회사의 휴식공간을 레퍼런스로 들고 오면서 전구의 디자인, 테이블의 디자인 등등 수많은 아이템을 쏟아냈다. 결국 예산이 없어서 휴식공간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정도로 처참한 회의가 되었다. 


  회의를 끝내고 회의 일정을 다음날로 재소집한 뒤 인테리어 팀이 시작된 이유와 팀이 해결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공간의 분리가 사내의 소통을 만들고 소속감을 높인다'는 가정하에 공간의 분리를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만 고민하자고 했다. 그리고 디자인은 그 뒤에 예산에 맞춰서 알아서 구성해 달라고 했다. 그제야 우리의 논의는 '소통 공간과 휴식공간 그리고 창고 공간'을 어떻게 구분하고 배치하며, 어떤 크기의 구역으로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휴식공간은 얼마나 넓어야 할지, 소통 공간은 얼마나 확보해야 할지 등등 치열한 회의가 이어졌다. 결국 소속감은 소통 공간으로 비롯되며, 창고 공간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휴식공간을 줄여 소통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는 아침마다 소통 공간에서 커피 향과 잔잔한 BGM이 나오고 있으며, 직원들이 자신이 마시고 싶은 커피 원두를 구매해서 가져다 놓고, 커피 그라인더를 구매하는 등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4. 상반되는 모형을 확인하고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특히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긴장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통합적 사고 과정의 첫 단계다. 우리의 목표는 상반되는 두 가지 모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반되는 모형을 활용하여 더 나은 새로운 모형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입장이 같은 이들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꺼린다. 왜 굳이 말도 안 되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가? 실제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입장이 비슷한 사람과의 대화는 기존 세계관을 강화하고, 자신의 사고방식에 내재한 결함을 외면하게 하고, 창조적 사고를 제한한다. 그리고 개인과 조직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p.105 - 111]

    각각의 모형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모형 사이를 지속적으로 탐험하기 위해, 모형은 최대한 극단적인 형태로 정의해야 한다. 두 가지 극단적인 모형을 통해 기존 가정에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사고를 자극할 수 있다. [p.120]


    정리해보면 상반되는 모형이라는 것은 상대적이어서 문제 해결과 아이디어의 시작을 어디에 놓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위에서 진행한 휴식공간을 만든 프로젝트의 사례를 들어보자. 처음에 우리는 '소속감'을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2가지 대립하는 모델이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다 같이 진행하는 소속감 증진 프로그램 ( 아침 티타임 등 )"과 "자율적으로 자신이 시간이 날 때 사람을 모아 진행하는 프로그램". 처음에는 두 모델의 갈등 요소를 "소속감 증진을 위한 단합 시간"과 "개인의 자율성"의 문제로 보았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 문제는 "눈치를 보지 않고 쉬는 시간"과 "자율적으로 눈치껏 쉬는 시간"의 갈등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자율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되는 것이었고, 그 해결책은 "쉬라고 만든 공간"이었다. 

  "눈치 보지 말고 티타임도 하고 쉬고 싶으면 쉬어"라고 말하는 것은 "아침에 강제 티타임"을 제안한 직원의 마음과 그 이유를 깊숙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탓이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내 입장에서는 "알아서 했으면 좋겠지만" 일반 직원 입장에서 이곳은 엄연히 회사이고, 업무 공간에서는 업무를 해야 하고, 대표는 대표고, 직원은 직원이었다. 




5. 아이디어의 완성. "공유"



    고텀은 디자인 사고를 활용하여 쓰레기를 분류하고 이동시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고텀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매우 마음에 들었고, 몇 시간 동안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다. 수업시간에 고텀에게 자신의 발명품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고텀은 장치의 물리적 구조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장치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고텀이 설명을 마치자 아이들은 그 장치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질문을 했다.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고텀은 당황했다. '다른 아이들이 나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공격하고 있다!' 결국 고텀은 짜증을 내며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절대 수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자신의 설명 방식도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고텀은 말했다. '아이들이 저의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하나 봐요'

    성인들 역시 회의 시간에 자신의 아이디어가 인정받지 못하면 사내 정치 탓을 하거나, 동료들의 무지 또는 수동적인 태도를 비난한다. 혹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신의 접근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의 이해와 인정을 받지 못할 때, 그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동료들이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p.221- 222]


    이 책의 모든 핵심이 다 담겨있는 사례와 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실무자는 이 책에서 나온 단계를 정확히 따르고 템플릿에 맞추어서 분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데이터를 축적하고, 사례를 수집하고, 레퍼런스를 체크하고, 각 대안의 장단점 및 적용 시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하지만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더라도 편중되지 않은 데이터는 없으며 데이터를 많이 수집한다고 해서 좋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자원에 쫓기고 있으며, 한정된 데이터와 한정된 자원 속에서 최선의 아이디어라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가이드에 따라 의사결정을 진행하더라도 결국 최종 아이디어는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요소를 선택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을 뿐, 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며, 뒤돌아서 보니 포기했던 요소가 사실은 가장 중요했던 요소일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명확한 사실이 있다. 우리는 기획하고 실행 안을 체크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만 이것을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공유하는 것을 실행하는 데에는 거의 시간을 쏟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하더라도 이 책에서 제시한 프로세스에 따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점검해보고, 탄탄해진 논리를 바탕으로 구성원들과 논의한다면 갈등이 아닌 가치를 만드는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이 책에서 나온 토론토의 사례에서 담당자가 전후 설명 없이 "우리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참가자 투표를 통해 시상을 할 예정입니다"라고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였을지라도 각종 반발에 부딪혀 실행해보지도 못할 아이디어가 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독재적인 리더십으로 밀어붙이며 실행했을 수는 있지만 그 결정에 반발한 사람들이 퇴사하거나, 성공적인 결과를 보고도 '운'이라고 치부하거나, 그 리더를 싫어하는 감정적 앙금으로 인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잃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며, 그 전후의 가정과 맥락을 설명해준 후, 뜨거운 관심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았다면 참가자 시상이 가져다주는 문제점을 보완할 아이디어까지 수집할 수 있었을까. 


    3년 가까이 조직문화를 담당하여 업무를 진행하면서 확신하는 단 한 가지가 있다. 리더는 아이디어와 실행방법에 대한 고민보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이유와 그것을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Magazine] 초개인화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