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살기-3
SNS를 보다 보면 수많은 고양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게 되는데, 그 때문인지 나를 고양이 집사로 알아본 빅데이터는 온갖 고양이 용품 광고의 알고리즘 속으로 밀어 넣는다. 물론 주기적으로 채워 넣거나 교체해야 하는 용품들이 있어 자주 검색하고 주문하고 있기는 하다. 광고에서는 어떤 제품은 파스텔 톤의 색감으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디자인을 자랑하고, 또 어떤 제품은 고양이들이 매우 선호하는 제품이라며 구매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요즘엔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서도 쉽게 반려동물의 건강이나 습성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수의사 선생님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 앉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하고, 반려동물 행동에 대한 연구를 오래 해오신 분이 본인의 노하우를 공유해주시기도 하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근거를 찾기 쉽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집사들과 반려동물 애호가들에게 관심을 끌고 도움을 준 덕에 구독자 수가 넘쳐나게 된 채널들은 당연하게도 수많은 광고주들의 (반려동물 용품) 광고 타깃이 되었으리라. 내가 마침 그 제품이 필요한지는 어떻게 알고(아님) ‘인터넷 전문가’들은 제품의 장점과 단점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비교해주신다. 어느샌가 그 제품들은 내 장바구니에 담겨있다. 아니, 특별히 할인을 한다기에…….
그래도 나는 굉장히 많이 비교하며 찾아보고 또 고민해서 구입하기 때문에 대부분 구입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예를 들어 몇 달 전에 구매한 새 고양이 화장실의 경우, 가격은 약간 높은 편이었지만 굉장히 만족스럽게 잘 사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이전에 사용하던 것과 달리 위가 막혀있지 않은 ‘개방형’ 화장실이어서 주위를 경계하며 배변 활동을 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적합하면서도, 위(벽 부분)와 아래(모래 담는 통)를 분리할 수 있어 청소와 관리에 있어서도 매우 편리하다. 한 가지 장점이자 단점을 꼽자면 다른 제품에 비해 면적과 부피가 매우 크다는 것. 다다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전체 모래갈이를 할 때면 모래의 양이 심각하게 많이 낭비된다. 그렇다고 오래 방치된 모래를 계속 사용하게 둘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지만, 사용하는 데 있어 다른 장점이 매우 크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
초보 집사였던 내가 다다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필요에 의해 구매했던 많은 제품들을 지난 몇 년 동안 이렇게 점차 바꿔나갔다. 화장실, 모래, 식기, 이동장, 빗, 먹을거리와 장난감들까지. 고양이와 관련해 나보다 전문성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다다에게 더 나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또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열심히 인터넷 쇼핑을 했다. 다행히도 다다는 그렇게 까다로운 편도 아니라서 새로 구매한 용품과 바뀐 배치 등에 쉽게 적응했고, 고맙게도 잘 사용해주었다. 구매 성공률이 너무 높으니, 이 정도면 나를 안심시켜주려고 뭐든 좋아하는 척을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다다에게 필요한 게 아니라 나에게 필요했던 구매는 아니었을까?
앞서 말했듯이, 요즘은 어디서나 쉽게 고양이의 건강이나 습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덕분에 고양이는 이럴 것이다-하는 잡다한 지식이 하나둘씩 머릿속을 채워가며 다다를 보살피는 데 도움을 받고 있지만, 때로는 과연 그게 다다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었을까 의심이 든다. 식기의 종류를 바꾸기 전에도 다다는 음수량이 매우 많았고(원래 물을 잘 마신다), 화장실이나 모래 등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기 전에도 정말로 별 탈 없이 잘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집고양이의 운명(?)으로 자신에게 제일 적합한 환경과 습성을 찾고 스스로 적응해나갔을 터, 이전의 환경도 이미 다다에게 충분히 괜찮은 것이었을 테다. 고양이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습성을 모두 다다에게 적용해 생각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뜻은 아니지만(왜냐하면 구매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내가 나쁜 집사가 되어있다든가, ‘조용한 학대’를 하고 있다든가 하는 무시무시한 경고는 어느 정도 무시해도 되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고양이 용품 쇼핑의 결과는 나의 만족으로만 끝난 것 같다.
흔히 고양이는 치주 질환을 쉽게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양치질에 매우 신경 써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양치시키는 것은 매우 쉽지 않다. 자신의 이빨에 칫솔을 문대는 행위를 대단한 인내심으로 끝까지 참아주는 부처 같은 고양이들도 있지만, 다다와 같이 아무리 시도해도 양치질을 할 수 없는 고양이도 있다. 다다는 입에 무언가 닿는 순간 모두 씹거나 먹으려고 해서 치약을 제대로 바르기도 어렵고, 괜스레 칫솔질을 잘못 시도했다가는 잇몸에 상처를 낼까 두렵게 만든다. 그래서 치아 또는 잇몸에 바르는 치약을 매일 발라주는 것으로 대체하는데,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동물병원에 갔을 때 수의사님께 여쭤보니, 치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다다같이 양치를 수월히 할 수 없는 고양이가 생각보다 많고, 이런 경우에는 예방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바르는 치약 사용)은 하되 정기적인 검진과 스케일링을 받을 것을 강조하셨다. 다다는 올해 봄에 처음 스케일링을 받고 치석을 말끔히 제거했다.
적잖이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이라 그런지, 여러 블로그와 댓글들만 보고 나는 내가 다른 ‘인터넷 집사’들과 달리 양치질도 제대로 안(못) 시켜주는 나쁜 집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다를 진료해주신 수의사 선생님이 생각보다 많은 고양이들이 겪는 문제라고 말씀해주신 이후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뭐든지 ‘케바케’(case by case, cat by cat?)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양육 방법이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또한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집사들이 개인의 만족을 위해 정작 고양이에게는 와닿지 않는 필요로 과한 보살핌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걔는 걔, 나는 나, 다다는 다다인 것을……. 다른 용품을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것저것 ‘필수품’이라고 떠들어대지만, 내가 만족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인지, 정말 고양이에게 필수적인 것인지 잘 구분했어야 했다.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가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것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아프면 아프다고, 무엇이 필요하다면 필요하다고 말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을. 그렇지만 고양이는 말을 할 수 없다.
또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이것이 필요하고 저것이 필요하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다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프로 집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