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으로 본 FLEX의 역사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리뷰

by 최크롬

1. 경제학적으로 소비는 오로지 효용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가? 쌀과 같은 필수재의 경우는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먹는다는 것은 오로지 나의 생존과 직결된 일이니까. 하지만 옷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는 정말 효율적으로 몸을 보호하고, 추위 혹은 더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만 옷을 구매할까? 그건 아니다. 우리는 체육복이나 등산복만 입고 다니지 않으며 브랜드의 차이, 유무가 옷 구매를 크게 좌우한다. 따라서 특정 경우에서는 소비를 부추기는 다른 요인이 있는 게 틀림없다.





2. 이를 설명하는 여러 이론 중 하나가 '과시적 소비'이다. 제도학파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어떤 경우 우리의 소비가 효용을 무시하고 타인에게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말한 의복 문화도 그중 하나에 해당된다. 과시적 소비는 사회적으로 명예와 부를 갖춘 계층인 유한계급의 전형적 특징이다.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은 유한계급의 탄생부터 과시적 유한, 소비와 같은 그들의 기질이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분화되고 발현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의복 문화, 보수주의, 약탈적 기질, 요행 바라기, 종교 의례, 고등교육은 유한계급으로부터 비롯된 것들로서 풀이된다.





3. 유한계급 제도는 평화로운 원시시대에서 호전적인 약탈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등장했다고 여겨진다. 도구의 발달로 식량 확보에 문제가 없고, 사유재산 제도가 정착되어 가는 때가 그 조건이다. 여기서 인간의 노동은 두 갈래로 나뉜다. 바로 '생기 있는' 것과 '생기 없는' 것이다. 이는 영웅적 행위와 생산적 활동을 의미하는데, 전자는 전쟁, 정치, 의식과 같은 것들이고 후자는 일상적 노역에 가깝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남녀의 분업과 궤를 같이한다. 소유 개념은 여자에 대한 소유에서 발전하여 여자의 노동 산물에 대한 소유를 포함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노동은 열등한 자의 상징이 되고, 불균등하게 부를 축적한 계급과 더불어 재산은 존경, 권력의 상징이 된다. 부의 축적은 이제 필요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4. 따라서 유한 생활, 즉 시간의 비생산적 소비는 재력과 권력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작용한다. 이는 비물질적이고 비효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데, 수사법과 운율론 같은 비실용적인 지식에 대한 연구와 스포츠, 경마 등의 오락거리가 그 예시이다. 엄격한 예의도 유한계급의 산물이다. 그것을 익히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유한 생활이 부인과 피고용인으로 옮겨간다는 사실이다. 유한 생활을 더욱 자랑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소유물들조차 유한 생활을 한다는 사실이다. '준유한계급'은 이렇게 생겨나며, 그들은 주인의 유한을 대행한다. 돈의 소비 또한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유한계급은 과시, 체면 유지를 위해 고정적으로 많은 돈을 지출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과 빈번하게 접촉하는 현대 사회는 그러한 경향을 더더욱 부추긴다. 그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지출이 늘어나면 과시적 소비를 저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5. 과시적 소비는 미에 대한 판단 기준과 결합한다. 그 결과 값비쌈이 아름다움이 된다. 그리고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참신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실용적 목적 이상의 외면적인 무언가를 반드시 갖추어야만 한다. 때로는 신체적 편의성을 무시한 의복이 등장하기도 한다. 기계 생산품을 혐오하고 수공예품을 치켜세우는 경향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흔한 것들에 대해 혐오를 느낀다. 그리고 유한계급은 보수적인 기질을 보존한다. 물론 인간은 본래 변화에 민감하지만, 유한계급은 과시적 소비와 부, 불평등한 분배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사회 발전을 간접적으로 저해한다. 그들은 금전 문화에 유리한 약탈적 기질을 통해 부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 야만시대의 특성을 현대에도 지속적으로 살아남게 함으로써 인간의 성질을 보수적으로 이끈다. 약탈적 기질은 유한계급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다. 그들이 향유하는 사냥과 같은 스포츠도 약탈 기질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6. 유한계급의 특징은 도박을 할 때의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도 나타난다. 즉, 자신의 승리를 애니미즘적 사고로 확신하는 것이다. 스포츠와 내기를 좋아하는 성격은 열렬히 종교를 믿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베블런은 이러한 신앙과 신에 대한 주종 관계, 충성 감각을 고대의 유물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종교 의례에서도 유한계급의 특징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축제일이다. 이 날은 신을 위한 유한 대행이며, 신에게 바치는 제물은 소비의 대행이다. 심지어 베블런은 대중을 향한 공공심도 결국 과시적 성격을 띤다고 본다. 겉으로는 봉사와 사회적 이익 실현의 모습을 띠지만 사실상 그들의 예의와 문화를 선전하고 막대한 기부(ex. 비효율적 디자인과 규모를 가진 건물 짓기)를 통해 부를 뽐내기 때문이다. 학문계 또한 유한계급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집단이다. 고등교육기관의 의복, 학위 수여와 같은 행사는 종교의식으로부터 관계가 깊다. 과거 여성의 입학을 금지한 것, 대학 스포츠 활동, 학문적 보수성, '격조 높은' 학문에 대한 찬양은 모두 결국 앞서 말한 유한계급의 특징으로 설명된다.





7. <유한계급론>이 흥미로운 이유는 2020년 현재에도 유효한 논의를 다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효율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배적일지라도 과시적 소비에 대한 이론은 여전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비주류, 진보적 경제학자였던 베블런의 주장들은 지금 보아도 굉장히 파격적이다. 한편으로 책은 경제학이라기보다는 사회학 서적에 가깝다. 엄밀한 논리로 주장을 이어나가기보다는, 사람들의 행태를 관찰한 근거로 유연한 가능성 하에서 설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한계급론>도 사회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이론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꿰뚫어보는 베블런의 안목은 놀랍다. 인문학적 통찰력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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