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음악이야 이 바보야

'BUTTERFLY', '감싸줄게요' 리뷰

by 최크롬
사진은 최애로 한다 (출처 : 우주소녀 - 'BUTTERFLY' MV)


1. 가장 최근에 컴백한 두 걸그룹을 한 번 비교해보고자 한다. 왜냐? 이 두 그룹의 행보가 지극히 반대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내 예상으로 우주소녀는 이번 곡을 계기로 꽤나 반등할 것 같고, 다이아는 지속적인 하락세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음반 판매량과 뮤직비디오 조회수만 봐도 이 경향은 확실하다. 우주소녀는 이번 EP [Neverland]를 통해 초동 기록을 경신한 반면, 다이아는 1000장 대이니... 말 다 했다. 또한 'BUTTERFLY'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발매 일주일도 안돼서 '너에게 닿기를'을 비롯한 기존 히트곡의 조회수를 씹어먹고 있는데, 다이아는 50만 회도 달성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물론 두 걸그룹이 지난 활동 기준으로 같은 선상에 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길래 그들의 운명을 좌우한 걸까? 이 사례를 통해 걸그룹의 성패를 좌우하는 근본적인 속성을 끄집어낼 수는 없을까?




2. 사실 대단한 비밀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역시 음악이다. 'BUTTERFLY'는 기존 몽환적이고 다소 차분한 느낌의 우주소녀의 노선과는 다른, 디스코 리듬에 떼창을 훅으로 때려박은 곡이다. 직관적인 신스 덕에 묘하게 레트로한 느낌도 있고 계절에도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BUTTERFLY'는 훅이 깡패다. 처음 들었을 때 초반 벌스는 매우 무난해서 실망할 뻔했는데, 프리 코러스와 훅이 모든 것을 만회해 주었다. 간단히 표현하면 '두 번 들으면 꽂히는' 곡이다. 최근의 예로 에이프릴의 'LALALILALA'가 있다. 물론 후자가 중독성은 더 강하긴 하지만 우주소녀 노래의 훅이 이 정도로 전달력을 가진 것은 이례적이다. 나아가 기존 영광의 얼굴들을 비롯한 작곡진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공식에 살짝 지루하긴 했었는데 이번 기회로 청량, 프레쉬한 키워드 중심으로 새로운 콘셉트를 잘 찾은 것 같다. 아쉬운 점은 뮤비가 살짝 아이즈원 느낌이 난다는 것...




주은 딱 이상형이라 좋아하는데 다이아에 있어서 매우 유감이다 (출처 : 다이아 - '감싸줄게요' MV)




3. 다이아는 초반에 선방했던 '그 길에서'의 콘셉트를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작곡진도 이기, 용배를 기용했다. 문제는 킬링 포인트는 물론이고 전~~혀 임팩트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없다는 것. 심지어 훅에서 "~요"로 끝나는 가사도 그렇고 스트링 간주까지 아주 그냥 데뷔 초반의 여자친구가 아니던가? 익숙하다 익숙해. 직관적으로 몇 번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뮤직비디오는 진부하고, 청순 걸그룹의 표준을 그대로 가져왔다. 물론 이 외에도 심심함을 만들어내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메인 멤버였던 정채연이 활동에서 잠시 빠진 것, 그리고 멤버들과 콘셉트 간의 부조화 등. 일단 멤버들의 잦은 영입과 탈퇴는 전통적으로 아이돌이란 브랜드를 공고히 만들 수 없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다(NCT도 아니고). 팬이 아닌 이상 다이아는 기본 멤버가 몇 명인지 잘 직감조차 되지 않는다. 이렇듯 불안정한 멤버 구조는 팬덤의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다이아는 대체로 청순 콘셉트와 잘 조화되는 그림이 아니다. 정채연 정도를 제외하면 약간 쎈 인상이고(뭔가 티아라의 분위기를 물려받은 느낌...), 살짝 크러쉬한 매력이 더 적합해 보인다. 게다가 지금은 정채연조차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통으로 청순한 매력을 어필하는 '감싸줄게요'는 비주얼적으로 조화롭지 못하다.




4. 이 외에도 요즘 청순 콘셉트의 음악이 딱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외부적인 문제도 있다. 그래서인지 외국 출신 혹은 팝 스타일로 전자음악을 잘 만지는 작곡가가 아이돌 시장에서 타율이 높은 것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최근 주춤한 여자친구도 그렇고, 다이아의 현재 성적표에 비추어 볼 때 청순 콘셉트가 몰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심지어 요즘 청순 콘셉트로 데뷔하는 아이돌이 얼마나 되던가. 아마 청순은 좀 더 역동성을 갖추고 레트로에 흡수되거나 아이즈원과 같은 어리고 예쁜 어벤져스형 아이돌이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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