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희 <올 댓 카피> 리뷰
1. 어쩌다 음악 에디터 일을 하면서 맞닥뜨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제목 짓기였다. 하도 블로그질을 오래 하니 글은 어찌저찌 뽑혀 나오는데 제목이 항상 맘에 들지 않았다. 그냥 평소에 하듯이 '리뷰 : 누구 - [앨범] (발매년도)' 이런 포맷으로 할 순 없지 않은가. 기사는 독자를 끌어들여야 하고, 독자를 끌어들이려면 글의 얼굴인 제목이 매력적이어야 하니. 물론 프로 글쟁이가 될 생각은 없었기에 사명의식 없이 나름대로 제목을 갈아넣을 수는 있긴 했다. 하지만 나는 대충 사는 놈이 아니다. 결국 좋은 제목을 짓는 능력은 광고 카피라이팅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점으로 달려나가 광고 카피 관련 책을 두 권 구입했다.
2. <올 댓 카피>는 광고 카피라이팅 입문서이다. 그래서 광고 업계에 종사할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였다. 따라서 카피라이팅뿐만 아니라 광고의 기본 성격과 형태, 콘셉트, 마케팅, 브랜드 분석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진다. 카피라이팅도 단순 작문이 아니라 기획이란 커다란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즉, 앞의 단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좋은 카피의 전제 조건이라는 뜻이다. 책은 씽크(think) 90%와 잉크(ink) 10%로 카피가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위 단계가 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3. 그리고 후자인 잉크는 테크닉, 작문의 영역이다. 이 관점에서 카피는 여러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령 정보를 던지면서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는 뉴스형 헤드라인, 그리고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와 같이 짧고 강한 임팩트를 주는 단정형 헤드라인, 그리고 "노후 준비 잘 되고 계십니까?"와 같이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답을 구하도록 화두를 던지는 질문형 헤드라인 등이 있다. 당연한 소리지만 문학의 수사법도 카피에 종종 이용된다. "사람이 미래다"와 같은 은유법, "큰 산의 마음"과 같은 환유법 등이 바로 그 예다. 많은 정보와 글이 넘쳐나는 지금 세상에서 익숙함을 깨는 수사법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
4. 사실 나는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을 줄 알고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꾸준한 훈련과 아이디어 수집이라는 자명한 결론이었다. 세상의 비밀들은 이토록 시시한 법이다. 작곡이든, 기획이든 세상의 모든 창작이란 창작은 모조리 위의 과정을 거친다. 요행은 없다. 메모장을 더 자주 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