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크롬 Aug 13. 2020

이것이 콘셉트 빌딩이다

유키카 [서울여자] 리뷰




  1. 유키카라는 캐릭터는 참 독특하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시티팝 일본인 가수'와 더불어 리그오브레전드 관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게임하는 여자'라는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유키카의 이런 흔치 않은 정체성이 음악과 비주얼적인 요소와 별개로 그녀만의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토대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다. 물론 유키카와 케이팝 프로덕션의 조합이 흥미로운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 또한 포함해서 말이다.






  2. 작년 초 그녀가 본격적으로 유키카라는 이름을 앞세우고 낸 싱글 '네온'은 레트로의 유행과 함께 좋은 반응을 얻었고, '좋아하고 있어요', 'Yesterday'와 같은 웰메이드의 싱글을 꾸준히 내놓은 유키카는 7월 [서울여자]라는 정규앨범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EP도 아니고 정규앨범? 처음에는 굉장히 의아하긴 했다. 시티팝이라는 음악적 콘셉트에 묶여버린 그녀가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여자]는 타 아이돌 그룹의 앨범 못지않게 내실이 튼튼한 앨범이다. 유키카의 소속사가 게임 회사라는 사실이  반전으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3. 앨범은 하네다공항과 김포공항의 코드인 'From HND to GMP'로 시작된다. 여기서 일본인인 유키카가 '서울여자'로 거듭나는 여정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I FEEL LOVE'부터 타이틀 '서울여자', '네온', 'Yesterday'로 시티팝의 향연이 이어진다. 하지만 유키카 하면 시티팝이라고 해서 정규 앨범을 시티팝으로만 채울 순 없다. 그래서인지 다음 트랙인 '발걸음'과 '안아줘'는 일반 케이팝 아이돌의 수록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업템포 발라드와 하우스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선공개 싱글이었던 '좋아하고 있어요'에 이어 '그늘'로 다시 시티팝의 무드로 돌아오고, 보너스 트랙들을 덧대면서 앨범이 마무리된다. 한편 유키카가 출연한 유튜브 프로그램명과 같은 '친구가 필요해' 인터루드와 'All flights are delayed' 아웃트로의 경우 인트로와 더불어 [서울여자]의 서사를 붙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앨범 내에 거대한 스토리텔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유키카라는 캐릭터를 가장 직관적이고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장치로 볼 수 있다.






  4. 재미있는 건 모노트리 소속의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이다. '서울여자'와 '안아줘'를 빼면 사실상 모노트리 파티라고 봐도 무방하다. 더불어 유명 작곡팀인 Mospick과 오레오가 이름을 올렸다는 것도 흥미롭다. 아마도 회사에서 좋은 곡을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지 않았을까 싶다. 혹은 유키카가 현재 '시티팝 아이돌'을 표방하는 거의 유일한 가수이기에 [서울여자]가 작곡가들에게 있어 일종의 실험의 장이 되지 않았나는 생각도 든다. 일반 케이팝 아이돌보다는 유키카가 시티팝을 부르는 게 더 그림이 나오지 않겠는가?






  5. 한편 이 앨범의 화룡점정을 꼽자면 바로 '서울여자'라는 키워드이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쟁쟁한 여성 솔로 가수가 '서울여자'라는 타이틀을 내세운다 한들, 유키카만큼 신선할 수 있을까? 케이팝 가수를 꿈꾸는 타국의 소녀가 스스로를  '서울여자'라고 칭하는 이질감, 그럼에도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어엿한 솔로 가수로 거듭난 유키카의 이야기가 있기에 '서울여자'라는 키워드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더불어 도시의 무드를 상징하는 시티팝과 '서울' 사이의 연결고리까지. 콘셉트 빌딩이 탄탄하고 확실하다. 물론 이러한 형식은 설명하기 나름일지도 모른다. 결국 유키카는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다는 것, 거기에 '서울여자'의 본질이 녹아 있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알던 그 스월비가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