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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Aug 13. 2020

내가 알던 그 스월비가 아니야

스월비 (Swervy) [Undercover Angel] 리뷰



  1. 스월비의 첫 정규 [Undercover Angel]은 총 두 가지 반전을 선사한다. 하나는 "우리가 <쇼미 더 머니>에서 알던 그 스월비인가?"라는 물음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이 과연 01년생의 작품인가?"라는 놀라움이다. 앨범 전체에 스며든 음울함, 그리고 트렌드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방향성, 지루할 틈 없는 사운드적 다양성까지, 아이덴티티 하나는 확실히 살아 있는 작품이 바로 [Undercover Angel]이다. 고로 테크닉적으로 어설프게만 느껴졌던 과거의 스월비는 이제 잊어버리시라. 음악이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다.




  2. 엄밀히 말하면 앨범은 힙합 본연의 맛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대신 특정 무드를 형성하는 데 집중한다. 'Alibi'와 'Did it Like I Did'가 초반의 동화적이고 그로테스크한 그림을 조성하면, 이어지는 스킷인 '천수경'은 종교적인 색채를 불어넣는다. 이어지는 킬링 트랙인 'Mama Lisa'는 전반부에서 한껏 끌어올려진 광기를 흩뿌린다. 다소 차분하게 그 뒤를 잇는 '왜 이래'와 'Trapped in the Drum' 두 트랙의 경우, 몽롱한 전개로 텐션이 떨어질 뻔했으나 팔로알토와 저스디스라는 피쳐링진의 투입으로 해결한다. 그리고 스월비의 기존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타격감 중심의 'Funs & Money'와 'GOMP'가 이어지고, 힙합의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했던 구간이 마무리되며 다소 부드러운 무드의 'YAYA2'와 락힙합의 '파랑'으로 앨범이 끝난다(리믹스 버전을 정규 편성에서 제외한다면). 이처럼 [Undercover Angel]은 스월비와 프로듀서 SUI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관은 물론이고, 전체 흐름까지 진득하게 고려한 앨범으로 보인다.




  3.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Alibai', 'Mama Lisa', '파랑'에 주목하고 싶다. 'Alibai'는 직관적인 사운드 및 우중충한 무드를 통해 1번 트랙에 최적화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알리바이 없는 여고생'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앨범 초반부터 청자들에게 뚜렷한 이미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Mama Lisa'는 존재감부터 시작해서 누가 봐도 앨범을 대표하는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캡틴락과 함께한 '파랑'은 사운드를 포함하여 [Undercover Angel] 내에서 가장 튀는 트랙이다. 앨범을 관통하는 음울함 속에서 빛나는 한 그루의 나무라고 보면 적절할 것 같다. 이 외에도 'Did it Like I Did' 리믹스 버전의 경우 그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로 인해 더욱 눈길이 간다. 이쯤 되면 프로덕션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피쳐링까지 앨범의 A to Z를 도맡은 SUI에게 리스펙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4. 한편 수작이라고 해서 메시지적 측면이 잘 묻어나는 작품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앨범이 그리는 무드는 독특하고 강렬하지만, 개별 곡부터 앨범 전체의 슬로건이 뚜렷하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기억에 남는 라인이 없다는 사실은 랩 앨범이라는 측면에서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오로지 듣는 재미로 앨범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것, 이것이 [Undercover Angel]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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