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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크롬 Oct 19. 2020

왜들 그리 다운돼있어?

로버트 E. 세이어 <기분의 문제> 리뷰

  1.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기계발서에서 기분 자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워낙 주관적이고 생리적인 부분이기에, 조언을 해주거나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간주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면 <기분의 문제>는 이런 불가항력적으로 비치는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먼저 기분을 단순한 지표로 환원해 분석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기분의 사이클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비록 기분을 직접 조절하지는 못해도 그 영향력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2. 책은 감정의 스펙트럼은 복잡하지만 결국 기본적 기분의 변형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기분에는 네 가지 상태가 존재한다. 차분-활력, 차분-피로, 긴장-활력, 긴장-피로이다. 다시 말해 차분에서 긴장으로 가는 축 하나, 그리고 피로에서 활력으로 가는 축 하나로 기분을 묘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제일 좋은 상태는 차분-활력 상태이다. 조건에 따라 긴장-활력 상태가 더 적합한 기분일 때도 있지만, 우리가 스트레스 없는 일상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분은 차분-활력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오전 후반과 저녁 초반이 차분-활력 상태에게 가장 가까운 시기이다. 이때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빡센 일을 하면 좋다.





  3. 거꾸로 말하면 활력이 낮은 늦은 오후와 저녁에는 스트레스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말이 된다. 특히 긴장-피로 상태는 무언가를 하기에는 최악이다. 잠자기 직전의 기분인 차분-피로는 긴장-피로보다는 낫지만, 활력이 충만할 때에 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긴 어렵다. 한편 아침과 늦은 밤은 낮은 활력으로 우울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 이 시간에는 중요한 결정이나 심각한 생각을 피하는 것이 좋고, 불가피하게 활력이 낮음을 메타적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세상만사가 까다롭게 느껴지는 기분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4. 그렇다면 차분-활력을 위해 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은 뭐가 있을까? 사실 여기서 책의 한계이자 인생의 자명한 교훈이 등장한다. 바로 운동이다. 일을 하다 활력이 떨어졌다고 느껴질 때는 간단히 바람을 쐬고 산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령 10분의 활보가 30~90분의 활력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물론 초콜릿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행위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을 마무리하기 전 긴장-피로에 빠질 위험이 있고, 다이어트 문제를 동반한다. 술과 니코틴, 심지어 수다 떨기도 최고의 방법이 아니다. 심리치료사들이 권하는 가장 효과적인 기분 관리 전략은 운동, 그리고 유쾌한 취미 활동(무언가에 몰두하는)이다. 첨언하자면 여기서 남녀의 차이가 드러난다. 남자는 여자보다 기분 조절 능력이 떨어지지만, 취미 활동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여자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회적인 도움을 찾는 건 운동과 능동적 취미에 비해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스트레스를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5. 확실히 <기분의 문제>는 실용적인 도서가 아니다. 기분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정리하고, 일반적으로 쓰이는 전략을 과학적 언어를 통해 한 번 더 확인시켜 줄 뿐이다. 당신의 기분은 긴장과 활력에 따라 설명될 수 있다. 기분은 특정 사이클을 따르며, 기분이 다운된 시간은 항상 존재한다. 오늘따라 우울하다면 당장 밖으로 나가서 달리면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의외로 핵심적인 교훈이 숨겨져 있다. 우리의 판단이 기분에 크게 의존한다면, 완전히 합리적이고 독립적인 행위는 없다는 것. 그리고 당장 머리를 책상에 찧고 싶다면,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확인해 볼 것. 그 생각이 아침 11시쯤에도 드는지 반드시 기다려 볼 것. 멘탈 또한 기름칠이 필요한 기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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