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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가 어긋날지라도

마마무 정규 2집 [reality in BLACK] 리뷰

by 최크롬


휘인은 옳다


포시즌 시리즈 이후 8개월 만의 컴백이다. 이번에는 <퀸덤>의 화제성을 업고 앨범을 발표하는 치밀한 전략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마마무일지언정 차트 위의 발라드를 뚫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마무는 음원을 상위권(11. 27. 오전 8시 멜론 4위)에 올려놓았음은 물론이고, 자체 초동 기록을 경신(7만 장)하며 더욱 굳건해진 평판과 팬덤의 화력을 입증했다. 음악만이 아닌 브랜드 자체의 동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레퍼런스 의혹을 피해 갈 수 없는 타이틀곡 'HIP'이다. 일단 Melanie Martinez의 'Play Date'의 특정 부분을 비교하는 자료를 보았는데, 개인적인 입장에서 크게 문제 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굳이 영향을 받은 곡을 꼽으라면 Billie Eilish의 'bad guy'라고 생각한다. 하단부에 깔려 있는 베이스, 미디엄 템포의 박자, 그리고 멤버들의 얇은 보컬에서 적잖은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곡명 그대로 '힙'한 주제의식 또한 곡의 틀을 구성하는 데 있어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이와 같은 뼈대 위에 마마무 특유의 유쾌함과 트렌디한 리드 사운드를 얹어 만든 결과물이 바로 'HIP'일 것이다. 그러나 매 앨범마다 지속적인 논란이 일어나는 건 김도훈 작곡가의 업이다. 앞으로 어지간한 곡이 아니면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공주...?

앞서 언급했듯이 'HIP'에서 과거 타이틀곡과 가장 구분되는 요소는 멤버들의 보컬 운용이다. 메인보컬인 솔라는 물론이고 내지르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그래서인지 랩 퍼포먼스에 강한 화사와 문별이 주도권을 잡아가는 느낌이 큰데, 즉, 디바형 그룹인 마마무가 가창력보다 스타일을 더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디테일하게 보지 않는 이상 'HIP'은 신선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 김도훈 프로듀싱 중심의 마마무 스타일이 고착화된 느낌이 없지 않다. '뽕짝'의 바이브는 줄이고 어둡고 강렬한 느낌을 담았으면 더 흥미로운 곡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문별은 이번처럼 확실히 판을 깔아주어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녀는 자칫 느끼하게 들릴 수 있는 보컬이기에 '센' 곡에 더 적합하다.


그리고 앨범 제목 중 'BLACK', 즉 'Bless Life And Carry Knowledge'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과 '4M(MAMAMOO Multiverse)'이라는, 평행세계의 마마무를 전제하는 콘셉트가 꽤 흥미롭다. 전자부터 먼저 살펴보면, 'Bless Life'는 그렇다 쳐도 'Carry Knowledge'는 너무 멀리 나갔다. 'BLACK'을 풀어 헤칠 아이디어를 궁리하다가 애매하게 같다 붙인 느낌. 앨범 수록곡과도 연관성을 전혀 찾지 못하겠다. 후자인 '4M'은 뮤직비디오에 잘 나타나 있는데, 네 명의 멤버가 4개의 다중우주에서 가수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콘셉트다. 하지만 이런 연유로 콘셉트를 모르면 뮤직비디오가 난해하게 보인다. 더불어 이것이 'BLACK'이라는 제목과 앨범 내 곡들과도 특별히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그냥 독립적인 콘셉트'이다. 물론 어느 정도 팬덤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것 같지만 통일성이 없어 약간은 조잡하게 느껴진다. 무려 3년 9개월 만의 정규앨범이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엔터 CEO라는데... 과연 누구를 보고 배웠을까

수록곡을 포함한 앨범 내 음악의 전체적인 그림은 통일성보다는 밸런스 위주로 흘러간다.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곡들을 두루 넣으려고 노력한 것이 보였다. 'Universe'와 같이 힙합적 요소가 두드러진 곡부터 시작해서 발라드인 '열 밤(Ten Nights)', 올드팝 느낌의 'Better', 솔라 작곡의 하우스 'I'm Your Fan', 재지한 '춤을 춰 (High Tension)', [Decalcomanie] 앨범의 '그리고 그리고 그려봐'와 비슷한 'Hello Mama' 등 정규 2집에 걸맞게 마마무의 스펙트럼을 최대한 구현해 냈다. 덕분에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웅장한 신스와 보컬이 매력적인 '4x4ever'는 마마무가 한 번쯤 해주었으면 하는 스타일의 곡이었는데, 준 타이틀 급으로 세련되게 뽑혔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콘셉트와 음악적 완성도 각각은 훌륭했으나 연결고리가 없어 아쉬운 앨범이었다. 굳이 'color' 시리즈를 의식하고 'BLACK'이란 제목을 고집했어야 했나 의문이 든다. 평행세계에 걸맞은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해도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마무가 이번 정규 앨범을 통해 한 걸음 더 내디딘 건 분명하다. 마마무는 <퀸덤>의 추진력만을 믿고 컴백한 기회주의자가 아니다. 정규 2집의 음악적 뼈대는 탄탄하며, 기세는 당당하다. 그런 의미에서 [reality in BLACK]이 'HIP'하다는 사실은 묵직한 설득력을 얻는다.


솔직히 잘 어울려서 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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