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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Aug 14. 2020

딸과 며느리사이

언제나 딸을 선택한다.

열심히 돈을 모아 새 아파트에 이사를 가게 되었다. 대출은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보금자리가 생긴 것에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새 아파트가 아니던가?

그렇게 이사를 준비하는 중!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다!

어머니: 미선야.. 나다. 너 이사 가지? 이사 준비는 잘 되어 가냐?

나: 아..네 어머니

어머니: 미선야, 엄마한테 너가 지금 살고 아래층 집 전셋값 좀 올리시라고 해라.

그 돈을 너희 좀 보태달라고 해. 요즘 전세값도 많이 올랐다는데 말이다“

나: ....


전화기 너머로 물소리가 들렸다.

나: 어머님.. 뭐 하세요?

어머니: 너희 아버지 빨래하고 있다.

시아버지는 뇌졸중으로 두 번 쓰러지셨다.

그런데 아버님의 빨래를 할 때 하필! 우리의 돈 문제가 생각나셨다니~     

아무 말도 할 수도 없었다.


‘또 시작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남편에게

나: 어머님은 아버님의 빨래를 하시면서 우리 돈 문제가 생각나셨나봐!

남편:....

나: 제발 어머님한테 그 돈 얘기 좀 그만 하시라고 해.

   우리엄마가 알아서 할 일을 왜 어머니가 감나라 대추나라 하시는 거야?

    자기집이나 우리집이나 형편은 매한가지 아니야? 왜 자꾸 친정에 도와달라고 하라고 하시는거야?

    내가 언제 어머님께 돈 보태달라고 했냐고????

남편은 아무날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사를 했다.

처음 빚을 지다보니 나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고 이자 나가는 것도 너무 아깝고 무서웠다.

왜냐하면 그때 신문에서는 ‘하우스푸어’라는 용어가 계속 나왔다.     


어느날,

큰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대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나는 어머님의 서운함을 큰형님께 말했다.

나: 형님 어머님이 자꾸만 친정엄마 집 전세 값을 올려서 저희한테 보태달라고 말하시네요.

형님: 그래? 그럴 수 있지 뭐...너희는 우리집보다 잘 살잖아!

나: 형님! 저희 집 잘 살면 지금까지 엄마가 일을 하시겠어요?

    만약 민서(형님딸)가 시집가서 민서 시어머님이 민서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형님은 좋으시겠어요???

형님: 그럼 너는 나보고 한번 당해보라는 거야?

     그리고 올케는 우리엄마를 친정 엄마처럼 생각하지 않나보네?

     우리엄마를 친정엄마처럼 생각했으면 올케가 이러면 안 되지?

나: 형님 그 소리가 아니잖아요!     

우리는 이렇게 크게 말다툼을 했다.


회사에서 퇴근한 남편은 “선미야... 너 또 왜 그랬어?”

나: 자기는 왜 내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누가 먼저 그랬는데?

남편: 내가 너 성격을 아니까 그래.. 너가 누나한테 너도 당해보라는 식으로 그랬다며?     

큰형님은 남편 뿐만 아니라 어머님한테도 전화를 걸어 나와의 통화내용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나 말이란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완전히 틀려버린다.

이렇게 시댁의 모든 사람들은 내가 형님에게 ‘너도 당해봐라’ 라는 말을 했다는 것으로 이해했고, 그 모든  화살은 나에게로 향했다.     


내가 무엇을 잘 못했다는 것인가?

나는 다만, 이해를 얻고 싶었다. 형님도 며느리 자 딸이기에 나의 마음을 이해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 형님은 며느리기 이전에 딸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저 형님의 이 한마디를 바랬다.“미선야..정말.. 엄마가 왜 그랬을까? 너가 풀어”

이  한마디 말을 듣고 싶었지만 이런 말을 원한 내가 욕심이었음을  그때부터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선택했다. 그냥 가만히 있기로...


시댁에서는 '손윗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말 할 수 있냐' 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등등으로 나 아닌 남편을 잡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갔고,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미선아, 나는 다 이해한다. 그렇게 싸울 수도 있지! 그런데 형님한테 그러면 못 쓴다. 너가 형님한테 전화해서 사과를 하면 안 되겠니? 너가 그렇게 하면 내가 너 더 잘 해 줄께! 미선야 내 부탁 좀 들어줘라”

나는 이런 어머님의 부탁을 안 들어드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머님은 항상 "내가 더 잘해줄께!"

그말을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 못했단 말인가?”

“형님 죄송해요. 전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 예요.”

그런 일이 있은 후 나는 시댁에 어떤 누구에게도 나의 속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기 시작했다.    

시댁은 시댁을 뿐이고 나는 더 이상 시댁에 어떤 바램도 어떤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한 남자의 아내이고, 남편의 집을 외면하고 살 수는 없었기에 나는 며느리로써의 도리는 최선을 다해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나의 둘째 딸인 세인이가 난청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나는 통곡을 했다. 너무 늦게 발견한 것에 통곡하며 자책의 나날들을 보냈다.

 

세인이 난청을 발견하고 나는 모든 것이  싫어졌다. 새로 장만한 집도 마찬가지였다.

이 집에서 세인이 난청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집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나는 집을 팔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추석에 내려간 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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