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카페에 앉아 밀린 일을 했다.
'내가 세 명이면 좋겠다'
연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생각할 즈음에 중년의 부부가 내 앞 테이블에 앉았다.
대화 내용은 파악할 의지가 없어 파편들만 귓가에 맴돌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부부의 목소리가 불현듯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로 들렸다.
당차고 애교가 많은 아내의 말투가, 점잖고 부끄럼이 많은 남편의 말투가 꼭 우리 엄마, 아빠와 같았다.
갑자기 내 목이 아주 크게 부풀어 오른듯 금방이라도 펑하고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물 밖을 나가고 싶어서 발버둥 치던 어린 날의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엄마, 아빠, 부르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일을 했다.
밝았던 창밖이 어두워졌다. 집에 돌아가려 카페 문을 나서자마자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넓은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 소리에도 수화기를 넘어 들려오는 아빠의 목소리는 선명하리만치 내 가슴을 저미기 시작했다.
별 일 없냐는 물음에 별 일 없다 대답했다.
밥 먹었냐는 물음에 밥 먹었다 대답했다.
집에는 언제 오냐는 물음에 잘 모른다 대답했다.
잘 자라는 인사가 오가고 전화를 끊자마자 정말이지 오랜만에 원 없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