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추억 타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 Oct 07. 2015

첫 사랑니

봄은 늘 네 생각으로 가득했다. 꽃잎들이 피고 지어 떨어지기까지 늘 네 생각만 했다. 어느새 나는 네가 봄인지 봄이 너인지를 모를 정도가 되었다.


빨리 여름이 오기를 바랐다. 봄인 네가 있는 계절 속에서 나는 매일 너무나 아팠기 때문이다. 이 가슴앓이가 여름이 오면 끝나겠지, 여름이 오면 무더운 더위에 네가 씻겨내려가겠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여름이 지나도 가을이 지나도 여전히 너만으로 가득 차오른다. 더운 열기를, 추운 바람을 타 어느새 하얀 눈 위에 소복소복 함께 쌓이는 너는 여전히 나의 계절에 머물러있다. 아니 이제 내가 너란 계절에 머물러 있는 건지 구분이 잘 되질 않는다. 이 겨울이 지나면, 이 하나의 계절이 끝나면. 너란 계절도 끝날까?


아직 뽑지 못한 이가 거슬린다. 혀를 안쪽으로 깊이 뻗어도 사실 제대로 닿지 않는다. 하지만 썩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있다. 아픈지도 잘 모르겠다. 무뎌져 가고 있는 건지, 억지로 외면하려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바보같이.

모르는 것이 여전히 너무나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벚꽃, 가로등, 바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