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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 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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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ul 02. 2016

습관

오늘은 비가 내렸다. 그치고 난 뒤 창문에는 빗방울이 한가득 묻었다. 텅 빈 방 안. 가만히 창문 앞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모두가 깊은 밤에 취하는 시간. 칠흑 같은 어둠 속 실내의 불빛을 받은 빗방울들은 하얗게 반짝거린다. 손가락을 내밀어 맞대어 본다. 유리 너머로 만질 수 없는 빗방울들은 그저 가만히 매달려있다.


비는 한동안 오지 않았다. 줄곧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비가 내리게 된 날, 들뜰 새도 없이 무거워진 공기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손에 턱을 괴어본다. 좋지 못한 버릇임을 안다. 그래도 하는 것이다. 습관이란 그만큼 무섭다. 결과를 알면서도 하게 된다. 꿈속에서 너를 기다리는 것도 이런 습관이 되어가고 있었다. 좋지 못한 버릇. 만약 네가 문을 두드린다면, 나는 아마 만나지 않을 것이다. 비를 기다리지만, 비가 내리면 반기지 않는 것처럼. 마지막에 짓고 있을 나와 너의 표정을 이미 알고 있는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떨쳐낼 수 없는 지독한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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