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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 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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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Aug 07. 2016

향기

번외

비가 내렸다 잠깐 갠 틈을 타 나는 밖을 나섰다. 그저 하염없이 걸었다. 이사를 오고 나서 반 년이나 지나도 여전히 낯설기만 한 동네 거리는 여름 꽃들로 가득했다. 너만 바라보고 걸었던 거리를 이젠 홀로 걸어야만 하는 나는 한동안 시선을 둘 곳을 찾아 헤맸다. 무엇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고, 무엇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네가 가장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던 지난 날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또 아니다. 그저 서로가 전부라 생각했던, 조금은 답답한 틀을 벗어나 함께 아름다운 것들을 누릴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랑에도 아주 작은 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길가에 피어 있던 붉은 꽃 하나가 예뻐 한참을 바라봤다. 할아버지 한 분이 옆에서 점잖게 여름에 보는 팬지꽃도 나름 예쁘다며 일러주신다. 너는 이렇게 때를 모르고 피어난 팬지를 보고 웃었을까 울었을까. 이 꽃이 무슨 꽃인지도 모르고 그저 앞날만을 바라보며 걸어나갔던 거리는, 이제 무엇이든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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