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형 우주경쟁의 서막

<승리호 리뷰>

by mockingJ

엄청난 속도로 우주를 누비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다국적 청소부들은 오늘도 열일 중이다. 목숨이 걸린 일임에도 그들은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장 선장(김태리)의 승리호가 나타나 그들의 일을 가로채가기 때문이다. 우주의 무법자인 승리호엔 훌륭한 작살 투척술을 지닌 업동이(유해진)와 멈추지 않는 심장으로 엔진을 돌리는 타이거 박(진선규), 거대 우주선을 제 몸 다루듯이 운전하는 태호(송중기) 그리고 카리스마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장 선장이 있어 공포스러운 존재다. 하지만 오늘도 양반은 못 되는 승리호가 어김없이 나타나 모든 것을 접수해버린다. 빼앗은 우주선을 분해하던 승리호 멤버들의 앞에 도로시(박예린)란 이름의 엄청난 위력을 지닌 인간형 폭탄이 나타나면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common.jpeg

우주로의 첫걸음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 <승리호>는 최초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대중의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개봉하고 약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영화사에서 우주는 여전히 미개척지였다. 그리고 이미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한 훌륭한 작품들을 접한 관객들로서는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를 지녀도 압도적인 비주얼이 없다면 우주 영화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경험한 바 있었다. 큰 우려 끝에 승리호의 첫 예고편이 공개됐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엄청난 비주얼을 선보이면서 수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common (1).jpeg

혁신과 비혁신의 사이

코로나로 인한 긴 기다림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승리호>는 첫 선을 보였다. 예고편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장대한 우주와 수많은 액션신들은 이미 봐온 것들의 연장선일지라도 한국 영화에서 익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에 대한 확장으로 이어질 거라 기대하게 했다. <미스터 고>로 시작했지만 <신과 함께>, <백두산>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덱스터 스튜디오’는 <승리호>로 때 묻은 과거에 대한 설욕전을 훌륭히 완수했다. 하지만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추구한 탓인지 부실한 서사가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웹툰 원작 속 설정을 차용해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했지만 다른 작품의 것을 빌려온 듯한 기시감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에도 이야기 측면에선 새롭다는 감정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 되고 말았다.

201429585.jpg

큰 기대를 했던 것만큼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은 더 좋은 작품일 수 있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국 영화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만큼의 입지를 확보했고 <승리호>를 통해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전히 확장돼 가는 우주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우주경쟁에 첫걸음으로써 의미 있는 출발과 함께 언젠간 우리의 우주를 창조해낼 거라 믿는다.

d95ed7c8c1ff4c078062b0fd46a6071b.jpe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가 고하는 작별의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