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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하는 작별의 형태

<페어월 리뷰>

by mockingJ

빌리(아콰피나)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가족과 이민을 갔다. 시간이 지나 서른이 돼버린 빌리에겐 이렇다 할 직장은 없지만 그녀를 끔찍이 사랑하는 할머니(자오 슈젠)가 있다. 어느 날 빌리는 할머니가 암 선고를 받아 얼마 살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중국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손녀를 봐 기뻐하는 할머니 너머로 죽음이란 진실을 숨기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부터 할머니에게 죽음을 알리고자 고뇌하는 빌리와 가족들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기 시작한다.

개인이 우선인가, 집단이 우선인가. 수없이 제기되었던 의문에 룰루 왕 감독은 자신의 의견을 과감하게 내놓는다.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공통된 문제에 직면한 가족들이 결혼식이라는 구실을 통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긴 시간 보지 못한 가족들의 재회가 감격스러울 법하지만 서로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탓에 이곳저곳에서 파열음이 발생한다. 2019년 1월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지 일 년이 넘은 지금 개봉된 <페어월>은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와 같이 이주민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개인의 통찰을 담고 있다. 믿기 힘든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시작하기 앞서 “실제 거짓말에 기반함”이란 재치 넘치는 메시지를 던지며 룰루 왕 감독 자신의 경험이 담겨있음을 확고히 한다. < 페어월>은 <미나리>와 같은 배급사인 A24가 배급을 맡았으며 2020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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