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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Jan 16. 2022

생각의 단편들

돌담

제주에는 돌담이 많다. 언뜻 보면 구멍이 숭숭 뚫린 게 대충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것 같아 참으로 허술해 보이지만, 이것이 바로 오랜 시간 거센 바람들을 품어가면서 같은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서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바람을 맞서는 대신 적당히 안고 품고하면서 그렇게 함께 지나가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람도 인생도 비슷하다. 마냥 평온할 수만은 없다. 기분 좋은 잔잔한 바람이 불기도 때로는 서있기 버거울 정도의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도 한다. 이럴 때 무너지지 않고 제 자리에 잘 서있으려면 계속 힘만 주고 버티기보다는 적당히 품고 바람이 지나갈 수 있게 여유를 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당연한 것들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은 당연하다. 정확히는 내 머릿속에 있을 때만 당연하다. 이 당연한 것들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된다. 하지만 종종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당연한 것을 상식이라 여기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 머릿속에 있던 것들을 남에게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강요이고, 나에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이해가 아닌가 싶다.


나에게 행복이란

가끔 가만히 있다 보면 저절로 아주 행복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눈을 감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그런 장면. 그런데 그 장면의 주인공은 항상 내가 아니라 주변의 누군가들 이었다. 정확히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 그럴 때면 나에게 행복이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 누군가들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것. 그리고 아주 가끔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안경

정말 오랜만에 안경 렌즈를 새로 맞췄다. 거의 6~7년 전에 안경을 새로 맞추고는 그대로였다. 당시에는 수입이라고 나름 비싸게 줬던 것 같은데 하도 오래 쓰다 보니 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딱 봐도 온통 흠집이라 멀쩡한 곳이 없다. 아무리 닦아도 닦아도 흠집 때문에 눈앞을 뭔가가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동안 세상이 그렇게 답답해 보였나 싶기도 하다. 이제 멀쩡한 렌즈로 바꿀 테니 세상이 조금은 더 맑고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새해에는

지난해도 마찬가지지만 올해가 되면서 새해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았다. 미리 계획을 한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어차피 해야 할 일은 계속 생겨나기 마련이니까. 돌이켜보면 억지로 해야겠다고 세운 계획보다 정말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들이 오히려 잊고 있다가 지나고 보면 이루어져 있어서 신기했던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올해는 뭔가 해야겠다 보다는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들을 하나씩 찾아가는데 집중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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