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누구나 어느 맥락에서건 한 번씩 들어봤을 말이다. 굳이 예를 들어 보자면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개발에도 해당한다. 솔직히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모든 것의 근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느 상황에서 어떤 이론이나 원리, 기술, 단어로 대체되어 나타나던 결국 그 핵심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계속해서 변하지 않도록, 변하는 것은 더 잘 변화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둔다. 그리고 결국은 이 두 가지를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가 우리가 추구하는 많은 것들을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긴 했지만 개발에 관한 글을 쓰려는 의도는 아니다.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바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브런치 초반에 작성했던 글에 나와있듯 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건 상황과 같은 외부의 무엇을 배제했을 때 해당한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사람도 변한다. 어쩌면 사람만큼 쉽게 변하는 것도 없고,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변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옆길로 잠깐 빠져서 생각해보면, 대체로 볼 수 없는 것들은 잘 변하지 않는다. 반대로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은 주로 변하는 것들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물론 예외는 있다. 여하튼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개발뿐 아니라 사람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변하지 않는 것
사람의 무엇이 변하지 않을까. 사람 그 자체다. 사람의 존재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간단히 생각해본다. 20대의 나와 30대의 나는 다른 존재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나서 내가 생각했던 그 나이의 내 모습과의 괴리를 느낄 때가 있다. 난 아직도 예전의 나 인 것 같은데 나이만 들었다는 것이다. 그 이상해 보이는 사실이 진실이다. 결국 나는 시간이 흘러도 나이기 때문이다. 나란 존재는 변하지 않는다.
한 가지 더 떠올려 본다. 바로 초심이다.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초심 즉 그때의 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 흐름이 배제된 어느 시점, 말 그대로 그 순간 마음의 스냅숏이랄까. 시간이 지나고 완전히 떠올리거나 느끼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어쨌든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초심을 잃지 말자며 변하지 않는 것을 최대한 지키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변하는 것
나이, 외모, 행동, 성격 심지어 마음도 변한다. 사실 정의하기 어려운 사람의 그 무언가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중 조금 특이한 케이스라면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너무나 쉽게 변한다. 변하는 거야 자연스럽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문제는 나 조차도 변하는 내 마음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사람이란 어려운 존재고 항상 고민과 걱정을 한가득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다시 생각해 본다. 시간이 지나도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다면 적응을 못해 진화에 실패한 채로 사라질 테고, 모든 것이 계속해서 변하기만 한다면 마찬가지로 이전의 진화를 유지할 수 없어 결국 또 진화는 실패하게 된다. 결국 변하면서 변하지 않는 것. 이 둘의 조화야 말로 우리를 진화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선택밖에 없다. 즉 어떤 것을 변화시키고 어떤 것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선택했다고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선택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결국 지나고 나야 판단이 되겠지만 어쨌든 계속해서 선택해 나가야 한다. 선택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
글을 쓰다 보니 또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다. 어쩔 수 없다. 이런 것도 결국 나니까. 난 글을 쓰기로 선택했을 뿐이다. 난 또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까. 선택이 점점 많아지는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