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약속이 있던 날, 대화를 하던 중 누군가 물었다.
"바라는 인생의 모습이 어떻게 되시나요?"
언제나 그렇듯 난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하고 싶다는 명확한 목표는 없다. 그래서 한 마디로 깔끔하게 답을 할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참 문제가 아닌가 싶긴 했지만, 그저 추상적이면서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그 모습을 적당히 말로 풀었다. 예상과 다르게 상대는 공감을 하고는 자신도 비슷하다면서 되려 mbti가 무어냐며 물어왔다.
이전의 어느 글에도 남긴 것 같지만,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이라면 소중한 내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내가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참 듣기에는 좋으나 대책 없어 보이기도 하고 막상 누가 물어보면 대답을 할 때도 매번 구구절절 설명을 하기도 쉽지 않다.
집에 돌아와서 그중 누군가 추천해줬던 드라마를 마저 봤다. 마침 마지막 회였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자니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다. 바로 '해피엔딩'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많은 이야기들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어쨌든 각자의 고난과 갈등,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엔 그래야만 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결말. 그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전해지는 그 느낌이 아마 내가 원하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16부작 드라마로 본다면 난 지금 몇 화나 재생이 되었을까. 아직 담아야 하는 내용들이 잔뜩 남아있기 때문에 후반부가 아직 아닌 것은 확실하다.
스코틀랜드의 어느 골목길을 걸으며 맥주값 보다 싸다는 위스키를 실컷 마셔보거나, 날 좋은 포르투의 어느 길을 자전거로 지나야 할지도 모르는 해외 로케도 아직 남아있다. 그러니까 이제 막 중반부로 접어들어 어디쯤인가를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중일 거다. 그리고 좀 더 지나고 나면 후반부의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겠지.
해피엔딩을 싫어하는 사람이야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왕이면 개연성 있고 수긍할 만한 이야기가 좋다. 인생도 비슷할 듯싶다. 주인공이면서 전지적이지 못한 작가인 탓에 맘대로 억지스럽게 끼워 맞추기가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결국 더 나은 해피엔딩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정도가 아닐까. 여느 주인공처럼 조금만 더 용기를 가지기. 보다 편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