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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Oct 13. 2020

What is it you truly desire?

당신의 진정한 욕망은 무엇인가요?

지옥의 왕인 악마(devil)가 지옥 생활이 지겨워 인간세상으로 올라왔다. 악을 처벌한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강력계 형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시작해서 보고 있는 미국 드라마 루시퍼(lucifer)의 내용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악마인 루시퍼에게는 인간의 숨겨진 본능을 끌어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매회 루시퍼는 범인을 찾기 위해 용의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What is it you truly desire?


눈을 마주친 상태에서 같은 질문을 받으면 누구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털어놓는다(여주인공 클로이만 제외하고). 뻔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대답을 하곤 한다. 심지어 본인들 조차 몰랐던 그 순간순간의 욕망이 드러나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가정을 한 번 해보자. 어떤 이유로 악마를 마주쳤다. 자신의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찾아주고 아무 일 없이 사라졌다. 어찌 보면 그건 오히려 행운이지 않을까. (드라마이긴 하지만 혹시나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흔쾌히 수락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본능에 따라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두 돌이 채 안된 조카를 보고 있으면 이 때는 분명 예외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관습이나 주변의 시선 등 어떤 이유로든 하고 싶은 것은 어느 정도 숨기고 자제하며 사는 법을 배우고 터득한다. 아마 우리는 이를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서 철이 든다거나 어른이 된다는 것, 사회생활 등으로 부르고 있는 중일 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삶에 만족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욜로(YOLO)'에 열광하고 '플렉스(Flex)'라는 원래 뜻과는 다른 이상한 단어가 유행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책이 스테디셀러에 올라 있는 것이 반증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딱 내가 원하던 것 같던 물건을 사고 나니 막상 쓸모없던 적이나, 너무나 재밌어 보여 시작했던 취미가 생각보다 나와 맞지 않아 금세 흥미를 잃었다거나, 화면으로 봤을 때 그렇게 맛있어 보여서 한참을 줄 서서 기대하고 먹었더니 정작 입맛에 맛지 않았던 경험 하나쯤은 모두가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그토록 원하던 직장을 힘들게 들어갔지만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사를 고민한다거나,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었지만 막상 불안감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후회한다는 주변의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도 같은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고민만으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대신 답을 찾는 방법은 깨달았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건 바로 직접 해보는 것이다. 위의 실패담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것이 내가 정말 원하던 것인지는 마주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욕망은 알기도 어렵지만 순간순간 변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이 지나가면 그 답을 알아내기는 더욱더 어렵다. 그렇다고 매번 본능에 이끌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 것을 시도해 볼 만큼 우리 인생은 길지 않을 수 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다면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더 '진정한' 바람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칸트(Kant)의 말처럼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다. 그것도 아주 뛰어난. 그렇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들은 매우 중요하다.


주변을 보면 가끔씩 정말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구나 싶은 사람들이 보일 때가 있다(그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대표적인 예로 누구나 아는 연예인 '노홍철'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먹고 싶은 것만 먹으면서 살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니"라는 얘기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으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그 말에 철저히 부합하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 자체를 행복이라고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이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삶도 분명 항상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슷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주위의 누군가들을 만나보면 정작 그들도 나름대로의 고민과 어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통해 지속해 나갈 동력을 얻는다. 어찌 보면 원하는 삶을 산다는 건 즐거움을 느끼는 무언가를 찾고 지속해 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삶과의 차이는 단지 행동으로 옮겼는가에서 시작한다.


진짜 바라는 걸 하고, 원하는 삶을 살라는 조언이 넘쳐나지만 정작 그게 뭔지 물어봐 주는 사람은 없다. 물어본다고 쉽사리 대답할 수 있지도 않을뿐더러 누가 알려 줄 수도 없다. 스스로에게 묻고 마주하고 알아가야 한다. 가끔은 잠시 멈춰 서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그리고 판단이 섰다면 때로는 과감히 부딪혀보고 시도해보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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