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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Feb 01. 2021

오래된 편지

오래전이다. 2014년 봄, 졸업을 계속 미루고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도 먹고는 살아야 했기에 중간중간 일을 계속했었고 그러다 졸업을 결심하고 복학 전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가 한 곳 있었다. 졸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복학을 위해 그만두면서 몇 개월 다니지는 못했지만, 아직까지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보다 더 생각 많고 고민 많던 그때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대표님과 몇 통의 메일을 주고받았었다. 언제나 그렇듯 난 인복만큼은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개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에 불과할 수도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당시 함께 했던 분들은 짧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주셨다. 덕분에 그곳에서의 경험과 대표님과 주고받은 대화들은 당시에도 그 이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글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주말에 메일함을 살피다가 당시에 오고 갔던 메일이 묵혀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한번 차분히 읽어봤다. 당시 오고 갔던 서로의 생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금의 난 얼마만큼의 성장을 해왔을까. 지식, 영향력, 용기 중 무엇을 가졌을까. 당시 대표님의 나이에 가까워진 지금 난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왠지 모르게 읽을 때마다 반성을 하게 된다. 당분간 다시 또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아래는 메일의 일부다. (오래전 글이지만 여전히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혹시 고민만 되고 답이 잘 안 나올 경우엔 질문이 틀렸을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을 바꾸려면 틀을 바꾸어야 하고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 OO 씨에게 필요한 것은 직장생활이냐 창업이냐 라는 식의 형식적인 고민이 아니고 자신의 젊은 시절의 에너지를 어디에 몰입을 해서 한계에 부딪히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유의미한 내적 성장을 할 수 것인가 에 대한 내용적인 고민으로 보입니다. 형식을 고민하기보다는 본질을 고민해 보라는 의미입니다. 패러다임을 바꿔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자신의 필요와 원함이 분명 해지며 이 순간과 과정이 즐거워지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적 성장,, 저번 메일에서 표현했던 3차원 리더십으로도 표현을 할 수 있지만 이번 메일은 다르게 표현을 해보고자 합니다. 내적 성장을 위해서는 3단계의 과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1단계는 자신을 깊이 알아나가고 자신을 가꾸어나가는 것입니다. 자신의 인격과 가치관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세계관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자신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1단계가 잘 안되어 있으면 사람의 존재가 불안하고 다른 사람을 끌어오거나 영향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단점과 약점을 잘 모르면 그것을 보강해줄 다른 사람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누차 얘기하듯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1단계 자신을 알아나가야 할까요? 책을 보거나 일기를 쓰거나 운동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진정한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자신을 자신이 보는 것보다 남이 봐주는 것이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얄팍하고 피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진실되고 구체적인 관계를 맺어나간다면 그 관계를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2단계는 남을 알아나가고 돕는 단계입니다. 남을 알아나가고 도울 때 2단계 내적 성장이 일어납니다. 자신을 깊이 돌아보고 알아나가는 메커니즘을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적용을 시키면서 그 사람들을 깊은 심리를 파악을 하고 대화를 하고 적절히 도와준다면 그 과정에서 깊은 리더십이 생기며 자신의 존재도 강화가 되는 것입니다. 1단계에서의 관계를 맺는 것은 돕는 것보다는 도움을 받는 것에 포커싱이 되어있다면 2단계에서의 남을 알아나가고 돕는 것은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가르칠 때 더욱 잘 배운다”라는 말이 있지요. 자신에게 주어진 사람을 (그것이 회사에서 나중에 팀장이 되어서 맺게 되는 팀원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계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나간다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성장을 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3단계는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철학과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과의 1:1 관계를 떠나서 하나의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과 나 자신이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이지요. 1단계와 2단계가 충분히 진행되면 3단계를 해야 할 단계가 올 것입니다. (1,2,3단계가 동시에 진행이 되기도 하고요)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철학과 긍정적이고 강력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 이는 꼭 대표이사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원이나 인턴이라도 적극적으로 자신이 고민한 것을 어필을 한다면 그 의견은 받아들여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3단계 내적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과 관계를 맺는 능력을 넘어서서 조직과 관계를 맺고 조직을 움직이는 능력을 갖춘다면 그 사람은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제공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사업가 기업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OO 씨가 3단계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자신을 한번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고민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요?? 더욱 행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3단계 내적 성장이론을 정리하면서 그리고 이를 OO 씨에게 mail로 전달하면서 나 자신도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OO 씨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게 남을 도우면서 실질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보람이자 서로가 갖게 되는 유익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깊은 대화를 메일로 할 수 있는 관계를 서로 맺어나간 것 자체가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사업을 하면서 얼마나 더 이러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인생이 길지 않음을 요새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도 OO 씨에게 그러한 관계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최선을 다해서 메일로 나의 생각을 전하겠습니다. 예비군 훈련 중일 텐데 몸조심하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

아래는 이후에 이어서 보내주셨던 메일.

#1
보통 사람들이 20대 후반에서 시절에 큰 의사결정 1개를 하고 30대 초반에 그거보다 더 큰 의사결정 1개를 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일과 사랑이지요. 어떤 일을 하고 할 것인가 를 보통 20대 후반에 결정을 하고 30대 초반에는 누구랑 가정을 이루며 살 것인가. 즉 결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말입니다. 그럼 20대 중반까지는 뭘 하느냐?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랑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지를 <준비>하는 삶인 것 같습니다.
일과 사랑 두 가지 중에서 뭐가 더 중요하냐? 물론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업과 직장은 바꿀 수 있지만 아내는 못 바꾸니까요 ^^ 그러나 어떠한 일을 하면서 자신이 살 것인가 어떻게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면서 살 것인가?라는 문제는 인생에 있어서 결혼보다는 못하지만 매우 매우 중요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정되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자신이 잘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2가지가 일치하지 않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둘 중에 뭘 선택할 것인가? 제 생각에는 2가지가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치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지금 37살이 된 지금 나 OOO의 경우는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가 되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일치를 시켰습니다. 우연히 된 것이 아니라 의지와 노력으로 만든 것입니다. 처음부터 일치를 시키기가 나의 경우는 어려웠습니다. 나의 능력이 나의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지금 나이에라도 일치를 시켜서 기쁩니다. 감사해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이 조금 더 나보다 빠르게 일치를 시키면서 행복하며 기쁘게 일을 하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경우 어떻게 일치시켜나갔는지를 돌아보고 나눠보고자 합니다.

나의 경우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2가지를 일치를 시키는 데 있어서 3가지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우선은 내가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아는 <지식>입니다. 막연하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다든지 내가 잘하는 것도 두리뭉실 알고 있다든지 아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뭘 잘하는 지도 있지만 뭘 못하고 뭐가 약한지를 정확히 알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내가 부족하고 약한 부분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막연히 다 할 수 있다거나 내가 다 못할 것 같다거나 의기소침하거나 둘 다 자신을 잘 모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경우에 내가 뭘 정확히 원하는지 내가 뭘 정확히 잘하고 못하는지를 아는 것에 한참의 시간을 썼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영향력>인 것 같습니다 뭘 잘하는지 뭘 못하는지 <지식>을 알고 있다고 하여도 영향력이 없어서 (내공 or 능력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2가지를 일치시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동시에 공부도 필요합니다. 성찰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경험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실전 경험이 없는 이론은 반쪽도 안됩니다. 물론 경험만 있고 이론화시키지 못하면 영향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경험과 공부를 통하여서 그리고 성찰과 묵상을 덧붙여서 진정한 <영향력>을 키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타이밍을 잡는 용기>인 것 같습니다. 지식과 영향력이 충분히 채워졌을 때 적절한 타이밍이 오는 것 같습니다. 나의 경우는 창업이었지만 꼭 창업이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창업은 그냥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아! 이것이 타이밍이구나 라고 느껴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용기를 가지고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해야 하는 일 잘하는 일이 겹쳐질 때 행복이 찾아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일을 하면서 과정 속에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리고 그 일 자체도 재미있고 (물론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과정이 감사하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이 따로 있을까요? (물론 가정을 이루며 사랑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너무 행복하답니다) 둘 중에 하나를 골라서 하나만 잡고 사는 인생은 둘 다 포기한 인생보다는 낫겠지만 둘 다 잡은 사람에 비하여 행복이 낮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노력하고 땀 흘려서 만들고 쟁취(?)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는 것 잘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것 둘 중에 뭐를 먼저 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처해지고 살게 되는 사회적 배경마다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나의 경우에는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통해서 내가 잘하는 일을 먼저 하였고 위의 3가지, 자신에 대한 정확한 <지식>그리고 <영향력>과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나의 경우에도 처음에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랐었는데 사실 나는 일찍 결혼을 했고 아기를 가졌기 때문에 일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나의 경우이고 OO 씨는 나랑 다르고 기회도 다르다고 (결혼도 안 했으니까요 ㅎ) 생각합니다. OO 씨에게 강하게 끌어가는 원함이 있다면 신중하게 고민한 후 의사 결정하고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모든 선택에는 + 와 – 가 있습니다 즉 – 가 없는 선택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 를 두려워하거나 싫어한다면 어떠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뭘 먼저 하더라도 OO 씨는 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OO 씨가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고 그것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내가 이 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한 것은 OO 씨를 붙잡기 위한 것 절대 아니고 같이 과정을 공유함을 통해서 함께 답을 찾아나가며 결과적으로 사람을 얻게 되는 열매를 맺고 싶어서였습니다 ^^ 퇴사하는 것에 대하여 죄송할 필요 없습니다. 난 OO 씨랑 함께 이 과정을 공유하며 대화한 것 자체로 감사하고 그리고 앞으로의 OO 씨가 기대되고 응원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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