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 In Red Ocean
ChatGPT가 출시되었던 2022년 겨울을 기억한다. 5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었다. 2년 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AI는 여전히 코파일럿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코파일럿(Copilot)은 '부조종사'를 의미한다. 비행기에서 주조종사를 도와 비행을 조종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우리 모두에게 유능한 비서가 한 명씩 생긴 셈이다. 이 녀석은 생각보다 똘똘해서 작문은 물론 그림, 프로그래밍, 영상편집까지 전반적인 분야에서 협업이 가능하다.
그렇다. '영상편집'도 문명의 이기라는 소중한 선물을 손에 쥐었다. 무음 구간과 불필요한 부분을 자동탐색 해주는 것은 물론 일괄적으로 컷편집도 가능하다. 영상 속 인물의 음성을 분석하여 음절 단위로 자막도 삽입해 준다. 제로샷 학습은(Zero-shot Learning) 인공지능에게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데이터나 상황에 대해서도 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었다. 이제 몇 줄의 질문만으로도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고품질의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다. 썸네일, 특수효과, 내레이션 등등.. 영상에 필요한 모든 래퍼런스는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소환된다.
단지 화면 속에 담긴 이미지나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그것들이 하나로 유려하게 이어지도록 결합하기 위해서는 편집의 섬세함이 요구된다. 편집은 각 장면에 숨을 불어넣고, 시청자의 마음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시간과 노동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당면한 가장 큰 고민거리도 '편집'이었는데, 이러한 문제를 AI는 단숨에 해결해 줬다.
시장에는 유수한 편집 툴(tool)들이 즐비하다. 다빈치 리졸브, Shotcut, 프리미어 프로, Lightworks, 파이널 컷 등등.. 우리는 그저 자신의 상황에 핏한 도구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필자는 편리한 컷편집 위주의 기능과, 자동자막 삽입,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우선순위였다. 수차례 웹서핑의 결과 한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의 'Vrew'라는 서비스를 골랐다.
러닝커브가 낮고 UI가 직관적이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무음구간 감지 및 일괄 삭제 기능, Whisper- Amazon 등 여러 음성 분석 엔진도 탑재했다. 자동 자막 삽입은 물론 텍스트 기반으로 영상 편집도 가능해서 간편한 사용을 원하는 필자의 요구사항들을 두루 충족했다. Standard 요금제로 보름 동안 사용해보고 있는데, 나름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필자의 편집 역량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투자 대비 효율이 상당하다. 그런대로 상상한 그림이 얼추 그려지는 것 같아서 말이다.(그렇게까지 대단한 그림을 바라지도 않는다.) 단, 프로젝트 간 소스를 붙여 넣는 기능을 Light 요금제에도 넣어 준다면 반 값에 사용할 수도 있을 텐데.. 아쉬운 점은 내수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거룩한 마음으로 극복해 보기로 했다.
편집에 대한 소요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편집은 그 자체로도 많은 공부가 되었다. 게스트로 앉아 있는 자신의 표정과 목소리와 반응들을 살펴보자면, 또 한 번 말을 가다듬게 되기 마련이다. 춤 연습을 할 때, 자신의 몸짓을 영상으로 찍어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고개는 조금 더 올리고, 팔과 어깨의 각도는 이 정도가 좋겠고, 박자는 조금 더 당기고 하는 식으로 메타인지적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편집을 하다 보면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수십 번 되돌아보게 되며, 다른 호스트들과의 어울림이 어떤지 여러 면에서 고찰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리덕스 필름(Redux Film), '감독판'이라는 게 있다. 공개된 판본과는 달리 개봉 이후에 감독 본인의 의도에 맞게 재편집한 영화의 판본을 말한다. 굳이 엮어보자면 필자의 영상도 '감독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필자가 직접 정리하고 편집하기 때문이다. 사실, 감독과 제작자가 분리되지 않은 처지는 영세하다는 말과 같다. 일부 대형 채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유튜버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러니 구태여, '감독판'이라 부를 필요도 없다. 그야, 감독판밖에 만들 수 없으니까. 그래도 나는 '감독판'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싶지가 않다. 감독판.. 뭔가 귀에 들리기에 멋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