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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풍경도 나를 통과하겠지

by 널하우스


문명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능력은 무엇일까? 연산 능력도, 암기 능력도, 신체적 기량도 아닌—나는 단연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찬양받아 마땅한 능력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뛰어난 지적 성취를 이룬 사람일지라도, 그 내용이 타인에게 전해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능력'으로서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세상은 주관적 체험만으로는 굴러가지 않는다. 모든 가치와 의미는 결국 타인의 인정을 매개로 사회 안에서 성립되기 때문이다. 정당성은 언제나 ‘전달됨’에서 비롯된다.


이 점에서 나는 위대한 이론가보다도 그 이론을 ‘전달하는 사람’, 혹은 그것을 자기 삶에 받아들여 실천한 이들을 더욱 위대하게 느끼곤 한다. 러셀의 철학이, 프레게의 논리학이, 뉴턴의 물리학이 위대하다는 사실은 그것이 온전히 우리에게 닿았기 때문이다. 그 전파의 고리마다 있었던 설명자들, 교사들, 번역자들, 독자들 덕분이다. 그들은 문명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곧 커뮤니케이션을 몸소 실천한 사람들이며, 그러한 실천을 통해 타자의 지성을 자기 안에 내재화한 사람들이다.


물론, 러셀도, 프레게도, 뉴턴도 혼자만의 사색으로 지성의 정상에 오른 것이 아닐 것이다. 그들 또한 동시대의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의 축적 속에서, 언어와 개념을 다듬고 질문하고 응답하며 사유의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결국 지식의 성장은 개인을 넘어선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커뮤니케이션 만능론자’라 지적한다 해도, 나는 그 비판을 피하려 하지 않겠다. 오히려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다. 나는 모든 인간적 능력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성립되고 의미를 획득한다고 믿는다.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지성의 기반이며,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타인과 연결되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다.


“언젠가 풍경이 나를 통과하겠지.”


파스칼 키냐르의 『로마의 테라스』에서 한 노인이 남긴 이 말은 오랫동안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 문장 속에는 ‘통로’로서의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우리는 풍경처럼, 지식처럼, 감정처럼 서로를 통과한다. 그리고 그 통과의 방식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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