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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연구소 May 04. 2023

“평화에게 기회를”

전쟁없는세상 1부_천주희

전쟁을 처음 배운 곳은 학교였다. 근현대사 시간에 ‘제 2차세계대전’과 ‘6.25 한국전쟁’을 접했고, 한국은 여전히 분단 국가라는 것을 잘 유념해야 한다고 배웠다. 교과서로 배운 전쟁은 조부모 세대가 경험한 사건이었고, 더 이상 내가 살아가는 시대에는 일어나지 않을 과거 한 순간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작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로운 전쟁이 일어나면서, 이런 생각이 깨졌다.


사람들이 후원금을 모으고, 평화의 목소리를 내는 동안에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일을 두고 국제 사회가 갈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발발 1년을 맞이해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산 무기가 지원되면 긍정적일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기사도 보았다. 이것은 이 전쟁에서 한국의 시민들이 평화 연대를 넘어 국제 사회에서 전쟁을 지속하는 데 어떤 역할을 부여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친구들과 이 사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를 지원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애석하게도 친구들과 나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이 문제를 오래 고민해온 곳이 있으니까. 지금부터 그곳을 찾아가서 전쟁, 평화, 군대 등의 사안을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 들어보려고 한다.  



‘전쟁없는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연구자들이 찾은 단체는 전쟁없는세상으로, 이곳은 반전운동을 하는 평화운동단체이다. 한국에서는 병역거부운동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올해로 20년이 되었고, 우리를 맞아준 이도 20년 째 활동가로 살고 있는 이용석 활동가였다. 나는 전쟁에 대해 묻기 전에, 단체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2000년 초반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단체는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말하기 시작했을까. 


전쟁없는세상이 만들어지던 시기에 국제 정세는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었던 때였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났고, 2003년에는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선언하면서 한국군도 곧 이라크에 파병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세계적으로 반전 여론이 형성되던 때, 한국에서는 파병 문제와 더불어 병역거부 운동이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병역거부(자)’,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이 언론에서 회자되었고, 42개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병역거부연대회의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에서 병역거부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초창기 병역거부운동은 대체복무제 도입과 병역거부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면서, '양심의 자유'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비공개 모임으로 있었던 ‘양심을 나누는 사람들’이 병역거부의 당사자로서 '반전 평화'에 힘을 보태고자 단체를 만들었고, 그 단체가 전쟁없는세상이 되었다.  



모든 전쟁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범죄일 뿐이며, 전쟁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전쟁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전쟁이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의 결과물이듯, 평화 역시 일상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전쟁과 전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우리 일상에서, 그리고 사회 구조에서 제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전쟁없는세상 강령>



전쟁없는세상은 강령에 명시하듯이, 전쟁을 우발적인 사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전쟁을 대하는 평화운동 단체의 역할도 전쟁 이후에 중단을 외치는 것에 두지 않는다. 그보다 전쟁은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의 결과물”이고, 평화 또한 “일상적인 노력의 결과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이들의 활동은 ‘전쟁을 유발하는 원인’과 ‘전쟁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기둥’을 없애기 위한 목표 아래,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사회 구조까지 평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전쟁없는세상은 여느 병역거부운동 단체와 달리 여성활동가들의 역할과 서사에 중요성을 부여한다. 이용석 활동가는 남성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다녀오면 준비 과정부터 출소 이후에도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그동안 운동의 중심을 잡고 꾸준히 활동해온 여성활동가들의 몫이 크다고 했다. 국내 병역거부운동은 여성활동가들의 리더십으로 견인되어 왔지만, 병역거부를 남성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탓에 이 운동이 남성 중심의 서사로 짜여진 탓에 새로운 서사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2 병역거부운동 여성활동가 인터뷰집' (출처: 전쟁없는세상)

전쟁없는세상은 작년에 병역거부운동에 참여한 여성활동가 10인의 이야기를 엮어 인터뷰집을 발간했다. 10인의 여성활동가들은 각자 활동 영역에서 굵직한 업적을 이루며, 한국사회에서 평화운동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인터뷰집에는 한국에서 병역거부운동을 시작한 최정민, 병역거부운동 조직가 여옥, 페미니스트이면서 평화활동과 교육을 연구하는 장박가람, 무기거래감시운동을 시작한 김한민영, 징병제 연구자 강인화, 여성(비남성) 병역거부자 지혜, 병역거부자 유정민석과 지지자 최현숙, 평화운동의 연결고리 황수영, 후원회 활동가 김경희 씨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쟁없는세상이 추구하는 평화의 방향이, 인권, 반군사주의, 페미니즘, 소수자 등과 만날 수 있었던 데는 여성활동가들의 삶에 기반을 둔 지혜와 추진력, 비판적인 사유 덕분이기도 하다. 


현재 전쟁없는세상은 사무국 활동가와 운영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활동을 만들어가고 있다. 운영위원에는 뮤지션, 연극인, 인권 활동가, 평화 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참여한다. 작년에는 활동가와 운영위원, 그리고 회원들이 모여 무기감시팀, 병역거부팀, 비폭력팀, 비폭력트레이너 네트워크 <망치>, 젠더 트레이닝 리뉴얼 TF, 병역거부운동 여성활동가 인터뷰 TF 활동을 했다. 각 팀의 구성원들은 활동 목적에 맞춰 활동을 조직하고 진행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팀에 참여하기도 한다. 어떤 활동들이 있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환영합니다. 전쟁범죄자 고객님”


'DX KOREA 2022'에서 두 연주자가 무기 위에 올라가 방위산업체의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출처: 전쟁없는세상)



2022년 9월, 22일.  ‘대한민국방위산업전 DX코리아’(이하 DX코리아) 무기 박람회가 열렸다. DX코리아는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가 주관하는 무기 박람회로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무기 박람회이다. 이날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방문객인줄 알았던 두 연주자가 갑자기 탱크 위에 올라가 바이올린을 켜고, 기타를 쳤다. 무기로 가득찬 공간에 울려퍼진 선율에 박람회 직원들도 당황했다. 사람들은 깜짝 이벤트인 줄 알고 한동안 음악을 감상하기도 했다. 얼마 후, 반대편 탱크에 “방위산업체의 이윤=누군가의 죽음” 피켓을 든 무리가 등장했다. 연주자들도 피켓을 든 이들도 모두 전쟁없는세상 사람들과 평화운동가들이었다. 박람회 직원들도, 방문자들도 모두 놀라게 했던 이 캠페인은 전쟁없는세상의 주요 행동 중 하나였다. 


전쟁없는세상은 2006년~2007년도부터 무기감시활동을 준비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동시에 방위사업청 설립과 방위산업 육성을 추진했다. 방위산업 육성은 ‘자주국방’이라는 기치 아래 체계를 갖추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용석 활동가는 전쟁이 호전적인 정치 지도자가 결정해서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쟁으로 이득을 보고 원하는 세력이 부추기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중에 군수산업체는 무기를 팔아서 돈을 버는 곳이었고, 무기감시캠페인은 그런 군수산업체들이 무기를 생산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막고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병역거부는 ‘전쟁에 협조하지 않겠다’라는 강력한 행동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무기거래감시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해요. 웨스트파푸아나 예멘이나 미얀마에서 한국산 무기가 쓰이고 있을 때, 저는 진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거예요. 난 여기서 너무 편안하게 살고 있는데, 여기에서 한국 시민들이 역할을 잘 하지 못해서 그 무기들이 팔리게 되었고 (...) 저에게 무기거래감시운동은 ‘가해자의 자리에 서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해요.” - 김한민영, <2022 병역거부운동 여성활동가 인터뷰집> 중에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쟁없는세상에서 무기거래감시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던 김한민영 씨는 여성활동가 인터뷰집에서 무기거래감시운동의 의미를 “‘가해자의 자리에 서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기거래감시 운동을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활동가들은 2~3년 동안 무기 체계를 공부했지만, 병역거부자거나 여성활동가들이라서 군대에 가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용석 활동가는 총 한번 잡아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무기 체계를 공부하려니 이해도 안 되고 능률도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전쟁없는세상은 방법을 전환해서 하나의 무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것은 파편을 퍼뜨려 목표물 주변에 무차별적인 피해를 일으키는 확산탄이었다. 확산탄은 당시 지뢰와 더불어 비인도적인 무기로 낙인찍혀 있었고, 유럽에서는 확산탄 생산을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한화와 풍산이 생산하고 있었는데, 두 기업은 ‘세계 8대 확산탄 생산 기업’으로 유명했다. 활동가들은 한화와 풍산의 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에 “우리 세금을 살인 무기 만드는데 투자하지 마라”며 캠페인을 진행했고, 한국 정부에 확산탄 금지 조약 가입을 요구했다. 



한화 그룹에 무기 생산과 투자 중단을 요구하며 벌인 캠페인  (출처: 전쟁없는세상) 



무기감시캠페인으로 바레인에 한국산 최루탄 수출을 막는데 성공했다. 2010년 말, 튀니지 혁명에서 촉발된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바레인 등으로 확산되면서 2011년 절정에 달했다. 이를 저지하고자 바레인 정부는 최루탄을 시민들에게 쏘았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바레인 활동가가 한국 평화운동 단체들에 ‘한국이 바레인에 최루탄을 수출하는 것을 막아 달라’고 연락해왔고, 전쟁없는세상과 평화운동가들은 6개월 만에 최루탄 수출을 중단시키는 성과를 이루었다.



전쟁을 대하는 ‘전쟁없는세상’의 자세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때, 던졌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여러분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한국 시민들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후원금을 보내고, 지지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뉴스를 통해 보도된 폐허, 불시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 피난 가는 사람들의 행렬, 여전히 불안에 떨며 방공호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움과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전쟁없는세상에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 집회를 열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있던 때에도 300명의 시민들이 동참을 끌어냈다. 하지만 러시아의 공격이 장기전에 들어서면서,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나라들이 등장했고, 한국에서도 무기를 지원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던 국내 단체들(이하 평화행동)의 분열을 야기하기도 했다.  


평화행동 내에는 무기 지원과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요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었다. 반면에 비폭력 방식으로 평화행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전쟁없는세상은 비폭력 평화행동에 서 있었다. 평화운동가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부당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적인 방식으로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전쟁없는세상은 무기 지원과 군사적 대응을 강하게 거부했다. 


이용석: 저희는 목숨 걸고 저항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저항이 군사적인 방식이 아닌 비군사적인 방식이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저희한테 “너네가 우크라이나 가서 해라”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러시아에도 저희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그룹들이 있거든요. 우크라이나에도 있고요. 꼭 모두가 거기(전쟁 현장) 가서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살고 있는 나라에서 그 사회에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전쟁없는세상은 전쟁을 국가 대 국가 간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평화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평화운동가들 관점에서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푸틴도 문제이지만 평화적인 노력보다 전쟁 준비만 하고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방치하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부도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없는세상은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연대하지만, 그중에서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병역 거부를 하는 사람들,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군사주의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평화활동가들과 연대한다. 


전쟁없는세상은 러시아에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과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번역해서 올렸고, 전쟁 중에 병역을 거부하며 수감된 이들에게 편지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해 전쟁에 반대하며 인천공항에 들어온 5명의 러시아 사람들에게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달라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1년 넘게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어느 편 할래? 우크라이나편 할래, 러시아편 할래’가 아니라 ‘전쟁으로 난민이 된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요?’이다. 전쟁없는세상은 질문을 바꿔 던지는 방법을 사회에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이상주의자들’ 


2000년 초, 한국사회는 ‘병역거부’가 무엇인지 몰랐고, ‘군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사회였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하 대체복무법)에 따라,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로 병역 대신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군대를 비판하면 빨갱이 소리만 남발하던 사회에서, 이제 군사주의를 비판하고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전쟁없는세상은 이 시기를 통과하며 성장했고, 그런 변화를 이끌어냈다. 


어느 시대에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전쟁은 일어났고, 국가, 기업, 자본, 무기산업, 권력 집단은 전쟁으로 얻은 이윤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반대의 관점에서 보면, 그러한 전쟁도 어느 순간 끝을 냈고,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은 전쟁의 역사만큼이나 장구하다. 이용석 활동가는 “이상주의자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 점을 전쟁없는세상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후원회원들도 개인 삶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활동이지만, 이곳에서 일궈낸 성과와 변화를 보면서 “회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쟁없는세상 회원들이 기업의 무기 생산 중단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마친 후 거리를 걷고 있다.  (출처: 전쟁없는세상)



평화로운 세상, 전쟁없는 세상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먼 나라 이야기, 남성의 이야기로만 생각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것은 폭력이다. 당장 멈춰라.”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은 일상에서부터 전쟁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폭력의 방향을 평화로 바꾸어야 하는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국방 관료나 정부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부터 비폭력의 관점에서 삶을 사유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전쟁없는세상에서는 일상에서 비폭력을 연습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비폭력 트레이닝’ 워크숍과 평화캠프를 진행한다. 작년에 열렸던 <2022 평화캠프: 젠더화된 군사주의와 맞짱뜨기>는 2022년 8월 12일부터 8월 15일까지 평택평화센터에서 진행되었다. 평택은 역사적으로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기지 주변으로 기지촌이 형성된 곳이기도 했다. 기지촌은 전쟁으로 착취된 여성들의 삶과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캠프 참여자들은 평택의 기지촌 여성평화박물관 ‘일곱집매’를 둘러보며 기지촌 여성운동 활동가들을 만나기도 했다. 


평화캠프에서는 여성 병역거부자, 해군 장교 출신의 군인권 활동가, 퀴어 병역거부자가 참여했고, 이스라엘 여성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를 통해 참가자들은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이 선언하는 병역거부란 무엇인지 토론하기도 했다. 참가자이자 여성병역거부자인 멸치(활동명) 씨는 여성이 군대에 징집되지 않는 한국에서, 여성병역거부 선언은 그 자체로 병역거부운동에서 새롭게 당사자성을 구성해내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이라는 운동의 언어, 구체적인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는 계기였다고 캠프 후기에 남기기도 했다. 


전쟁없는세상은 시민불복종 형태인 병역거부로 시작했고, 지금도 시민들의 직접 행동을 통해 전쟁으로 촉발된 문제들을 고발하고 평화운동을 벌인다. 이런 운동 방식은 자신의 삶에 기반을 두고 시도하는 시민불복종 운동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시에 개인이 감수해야 할 희생도 따르는 방식이다. 때로 경찰 조사를 받거나 벌금형을 받거나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용석 활동가는 이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소수의 사람들이 “사회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힘”을 만들어내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없는세상이 그리는 다음 단계는 대체복무법 개선과 기후위기를 접목한 반군사주의 운동이었다. 또 한국산 무기수출 반대 캠페인을 준비중이고, 전쟁에 반대하며 한국으로 온 러시아 난민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은 ‘전쟁’이라는 국면, ‘평화’를 향한 움직임 속에서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짜고, 오늘도 잘 싸울 수 있는 고민을 한다. 이들이 꿈꾸는 전쟁 없는 세상은 누군가에게 이상주의자들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전쟁터까지 영향을 미치는 폭력을 저지하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온 것도 사실이다. 오늘도 전쟁없는세상은 나와 타인의 안위와 평화를 위해 새로운 행동을 준비 중이다. 평화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 ‘레디, 액션(Ready, actions)!’ 






전쟁없는세상 활동에 함께하고 싶다면


1. 평화를 위한 행동과 캠페인에 참여하기

전쟁없는세상에서는 ‘시민불복종’ 행동, 기자회견, 촛불 집회, 전쟁 난민을 위한 서명 등 다양한 행동과 캠페인을 연다. 캠페인 소식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바로가기) 공지사항과 뉴스레터(구독하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정기/일시 후원하기와 ‘비폭력 직접행동 기금’ 후원 (바로가기)

전쟁없는세상에서는 정기후원과 일시후원을 받고 있다. 후원자들은 월 2회 평화운동 뉴스레터와, 년 1회 전쟁없는세상 활동 보고서,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비폭력 직접행동 기금’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과 활동가들이 벌인 ‘무기박람회 저항행동’, ‘병역거부’ 등에 필요한 실행 비용, 벌금 및 재판 비용에 쓰인다. 전쟁없는세상이 만들어가는 변화에 ‘회원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열려있다. 


3. 비폭력 프로그램과 평화 캠프 참여

조직에서 평등/평화 문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비폭력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3시간짜리 워크숍부터 3박 4일 워크숍까지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평화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고, 주제와 목적에 맞춰 기획된다. 게임, 역할극, 토론, 의사결정 방식 등을 배울 수 있다. ‘비폭력의 역사, 철학’, ‘비폭력직접행동’, ‘젠더’, ‘캠페인 전략’,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 ‘대안적인 삶’을 모색하는 곳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길!  * 문의 및 신청: peace@withoutwar.org 또는 홈페이지에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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