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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연구소 May 04. 2023

'안보'의 재구성

전쟁없는세상 2부_천주희

<전쟁없는세상 2부>에서는 올해로 20년을 맞이한 평화운동 단체의 활동 변화 과정, 운영 방식, 평화 분야의 최신 이슈를 중심으로 다룬다. 그리고 전쟁없는세상이 현재 시민사회에서 만들어가는 가치는 무엇인지, 공공성을 중심으로 담아보고자 한다.



“나에게, 전쟁없는세상이란?”


이용석 활동가는 전쟁없는세상의 전신인 ‘양심을 나누는 사람들’부터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온 사람이다. 2000년대 초반 대학생이었던 그는 언론을 통해 병역거부를 접했고, 학생운동 집단에서 반전 운동을 하며 전쟁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갔다. ‘군대’를 거부할 수도 있는 곳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그에게 병역거부운동은 삶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용석: 나에게 전쟁없는세상이란... 편한 고향 같은 곳인데, 그래서 긴장해야 하는 곳인 거 같아요. 제가 1~2년 된 활동가면 편하고 좋을 텐데, 저는 창립 멤버고. 그렇기 때문에 편하게만 느끼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약간 자영업자 같은 느낌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노동자이자 자영업자인.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싸, 내 월급 오른다’ 좋고, 최저임금 안 오르면, ‘이용석 개인은 안 좋은데 전업 활동가로서 내년도 예산은 빡빡하진 않겠다’ 이런 거. 월급 받는 자영업자 같아요. (웃음)


전쟁없는세상이 존재한 세월만큼 이용석 활동가도 20년 째 활동가로 살고 있다. 지금은 월급 받는 활동가이면서 동시에 자영업자 같은 마음으로 단체를 꾸려간다고 했다. 병역거부자이면서 평화운동가로서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평화주의자라서 병역 거부를 한 게 아니라, 병역 거부를 하고 나서 평화주의자가 됐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병역거부자를 인터뷰 하고 싶어서 찾아오는데 헛소리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병역거부는 그의 삶에서 한국사회의 군사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면서, 동시에 비폭력과 평화를 원칙으로 삼는 삶의 계기이기도 했다. 


다른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없는세상이 20년 동안 변해온 과정을 듣다보면, 평화 분야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어서 운동을 하기보다 그때마다 평화운동이라는 원칙 아래 새로운 사회적 의제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활동을 확장해 나갔다. 평화로 가는 길을 계속 탐색하고, 모르는 것은 함께 공부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다양한 분야에서 평화를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단체가 어떻게 시대적 변화를 감각하고 그곳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탐구해나가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전쟁없는세상’의 지난 20년


2008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확실시 되었던 대체복무제 도입이 무산되었다. 병역거부운동에 대한 활동력이 떨어졌고, 활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때 영국으로 유학 가 있었던 오리 활동가가 비폭력 트레이닝을 소개해줬고, 병역거부운동으로 한국 활동가들과 친숙했던 안드레아스(WRI 활동가)가 트레이너로  MAP(Movement Action Plan, 사회운동설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트레이닝으로 전쟁없는세상은 활동 방향성을 찾고 목표를 세웠다. 그러면서 전쟁없는세상의 병역거부캠페인, 무기감시캠페인, 비폭력 프로그램이 정해졌다.  


이용석 활동가는 작년에 페미니즘과 반군사주의에 관한 시각을 고민하면서 기존에 비폭력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젠더 트레이닝’을 다시 점검했다고 한다. ‘젠더 트레이닝’은 어떤 단체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젠더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분석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아가 새로 만든 ‘젠더 트레이닝’에는 “평화운동이 왜 페미니즘적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공부한 내용을 포함했다. 그것을 토대로 2022년 평화 캠프를 진행했고, 같은 문제의식으로 <2022 병역거부운동 여성활동가 인터뷰집>이 나올 수 있었다. 


전쟁없는세상은 “쉽게 연대체를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편”에 속하는 곳 중 하나라고 했다. 연대체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는 이유는 많지 않은 재원과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동에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활동가들의 소진을 막는 일이기도 하다. 이용석 활동가는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활동가들끼리 농담을 한다고 했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강화하기 위해 연대체를 만들지만, “제때 해산하지 못하면 일만 늘어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무리하게 상설적인 연대체를 늘리기보다 필요가 있을 때 모였다가 흩어지는 방식의 연대를 지향한다.  


이용석: 비폭력 트레이닝 툴을 개발한 것도 지속 가능한 활동 때문이었어요. 활동가의 지속 가능성에 필요한 요건들이 되게 많지만, 그중에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인권 활동가들이 더 강한데요. 피해 당사자들을 만나면 거절을 못하고 모든 걸 다 하게 되는데, 활동가들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까. 모든 걸 다 잘할 수도 없게 되고 소진되고 지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암묵적으로 합의가 돼 있어요. ‘우리가 가능한 역량만큼만 활동 하자. 지금 우리가 뭐 한다고 세상이 갑자기 확 좋아지지도 않는다. 우리가 뭐 안 한다고 세상이 갑자기 크게 퇴보하지도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또 평균 연령 늘어서 (웃음) 100살까지 살면서 활동하려면 마라톤 하듯이 해야지 100m처럼 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국내에는 이웃 평화운동 단체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피스모모,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있다. 이들은 때에 따라 연대체를 만들기도 하지만, 별도의 연대체를 꾸리지 않더라도 각자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활동이 쌓이는 동안 분배되었고, 신뢰를 통해 유기적으로 만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쯤 되면, 참여연대가 제안할 때가 됐는데.’, ‘아덱스(ADEX)쯤 되면 이제 전쟁없는세상이 제안하겠지.’라며 단체마다 역할을 조정한다고 했다. 직접행동은 전쟁없는세상이, 교육프로그램 진행은 피스모모가, 국회 상대는 참여연대가 단체 특성에 맞춰 활동을 분담하는 형식이다.  


전쟁없는세상은 평화 분야의 이웃 단체들 덕분에 많은 의제에 참여하지 않고도 필요한 활동을 선택해서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전쟁없는세상이 활동을 선택하는 방식은 이렇다. 한 달에 한 번 운영위원회를 열고, 일 년에 두 차례 1박 2일 워크숍을 통해 활동 방향을 결정한다. 여름 워크숍에서는 장기적인 목표에 맞춰 활동을 잘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조직 형태와 시스템을 점검한다. 그리고 겨울 워크숍에서는 전년도 평가와 다음 해 계획을 논의한다. 이런 의제 설정 방식으로 활동 방향을 정한 것은 10년 차가 되던 해에 해산 될 위기를 경험하면서 도입한 방식이다. 



2023년 전쟁없는 세상 총회에서, 20주년 계획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  (출처: 전쟁없는세상)



전쟁없는세상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인터뷰 며칠 전에는 총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이전 프로그램을 발전적으로 해산하고, 새로운 주요 프로그램을 설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떻게 활동비를 마련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동안 큰 규모의 사업은 펀딩을 받아서 진행했고, 떨어지면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제는 그런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자각으로, 작년부터 회원 모집에 집중했다. 전쟁없는세상은 새로운 모금방식과 더불어 후원회원들이 “단순히 돈만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는” 방법도 모색하는 중이라고 했다.



서로를 참조점 삼아 연결하는 평화 지도


전쟁없는세상은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부재하던 의제를 새롭게 발굴하는 역할뿐 아니라, 다른 영역의 활동가들에게 참조점이 되어 기여하고 있다. ‘병역거부’에 대한 활동이 많지 않던 시절, 전쟁없는세상 또한 해외 단체 활동가들의 조언과 자료를 참조하며 성장해왔다. 1990년대까지 국내 평화운동은 종교를 기반으로 하거나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끌어왔다. 당시 전쟁없는세상은 이들과 다른 방식의 평화운동을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외국 사례를 많이 살펴보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전쟁과 평화가 “국가와 국경선을 넘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초기부터 국제연대의 필요성과 감각을 키워온 것이다. 


국내에서 전쟁없는세상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기자들, 평화활동가들, 직접행동을 하는 활동가들이다. 전쟁없는세상은 평화 영역에서도 병역거부, 무기감시 운동 및 박람회 반대와 같은 특정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그러다보니,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기자들은 먼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를 찾는다고 했다. 이용석 활동가는 “뾰족한 의제들을 주도해가는 역할들”을 전쟁없는세상이 하고 있고, 병역거부와 무기감시 캠페인 모두 한국사회에서는 이들을 통해 최초로 시작된 영역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용석: 새롭게 의제를 제안하고 사회 이슈로 만든 것에 (활동의) 의미가 있을 것 같고요. 또 한 측면에서는 저희가 직접 행동을 중심으로 하는 단체니까. 개개인의 활동과 소수 활동가들의 직접 행동 방식이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익숙한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인권 운동가들도 사건이 터지면 가서 인권침해 사례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내는 방식이 많이 했었는데. 평택 거치면서 강정에서도 그랬고. 저희가 직접 행동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를 중점으로 고민하고. ‘직접 행동이 사회 운동에 굉장히 좋은 무기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에서 긍정적인 의미의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전쟁없는세상은 무기박람회뿐 아니라 여러 군사기지 반대 현장에서, 시민불복종 형식의 직접행동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제주 강정 마을에서는 구럼비 발파를 막기 위해 여성활동가들이 스스로 몸에 쇠사슬을 묶고 공사 차량을 막아냈다. 이런 직접행동은 다른 현장에서 다양한 전술을 기획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물권 운동 단체에서 전쟁없는세상에 연락해서 직접행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려주고,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을지 상의한다고 했다. 



병역거부의 날, 강정 구럼비 발파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물을 돌며 항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출처: 전쟁없는세상)



그러나 평화운동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직접적인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용석 활동가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노동운동, 여성운동에 비해 평화운동은 “사람들한테 피부로 다가오는 면”을 만들기에 어려워서 고민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삶과 평화 이슈 사이의 간극이 멀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용석: 우크라이나 전쟁만 하더라도 멀리서 일어나는 일이고. 잘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나라도 굉장히 중요한 행위자로서 행위를 하고 있거든요. 예멘 난민들이 한국에 왔었잖아요. 500명. 한국산 무기들이 예멘 내전에 쓰이고 있고. 그러면 예멘 내전에 대한 한국의 책임도 분명히 있는데, 잘 드러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피부로 체감하기 어려운 평화 운동 의제를 좀 친절하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계속 해요. 근데 또 가장 쉬운 방식은 피해를 드러내거나 과장하는 방식이잖아요. 불쌍해 보이게 하는. 그게 때로 필요할 때도 있는데 그런 방식은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공포나 위기나 피해를 무섭게 말하는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이 이슈의 중요성을 알리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전쟁없는세상이 시민들에게 평화운동의 필요성을 알리는 방식은 잘 드러나지 않는 연결 고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난 나라는 나의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현실감을 느끼기 어렵지만, 내가 내는 세금으로, 한국 기업이 생산하고 투자한 무기로 그 전쟁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전쟁 난민이 발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용석 활동가는 당장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풍경,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드러내거나 재현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하거나 모금을 할 수 있지만, 전쟁없는세상은 ‘공포’, ‘위기’, ‘피해’를 강조하기보다 우리의 일상과 전쟁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참여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전쟁없는세상이 그리는 공공성의 다른 이름, 안보의 재구성 


이용석: 한국이 갈라파고스처럼 단절된 곳이 아니고. 지금 봉준호니 BTS니 다들 자랑스러워하잖아요. 우리가 (해외로) 나가는 만큼 우리한테 오는 사람들도 많은 거잖아요. 문화든 뭐든 섞일 수밖에 없는데. 평화운동에서는 공공성이라고 하면, 전쟁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는 난민들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한국 사회는 전혀 안 하고 있으니까. (...) 우리 사회가 어떤 태도로 이 사람들을 맞이해야 되고, 또 이 사람들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데에 한국 사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런 것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공론장에서 공적인 자리에서 풀어내는 게 평화운동의 역할일 거고요.


이용석 활동가는 전쟁없는세상에서 만들어가는 공공성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동안 자신들의 활동이 공공성을 강화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여러 사례들이 나왔고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공공성의 퍼즐을 맞춰갈 수 있었다. 이용석 활동가는 인권운동과 평화운동의 차이를 설명하며, 인권운동이 난민 자체에 주목한다면 평화운동은 난민 중에서도 예멘 내전이나 시리아 내전, 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전쟁 때문에 오는 사람들에 주목한다고 했다.


이용석 활동가는 문화적 차원에서 서로 뒤섞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전쟁으로 인한 피해나 결과도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것이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전쟁의 결과나 영향에 대해 우리는 공동의 윤리적 책임을 분담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용석 활동가는 만일 평화운동에서 공공성을 논의한다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는 일”에서 논의가 되어야 하고, “국가든, 지역사회든 한국 사회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안보’라는 개념과도 연결 되었다. 그에게 안보란, ‘군사 안보’에 한정된 의미가 아니었다. 많은 국가들은 안보를 지키기 위해 군사적 수단으로, 다른 군대의 침략을 막는 것을 안보라고 생각하지만, 그에게 안보란 자연재해,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안전하게 평화롭게 사는 것”을 포함하는 보다 큰 개념이었다.   


이용석: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안보 문제를 해결해야죠. 근데 국가의 재정도 제로섬 게임이잖아요. 군사 부분에 더 많은 돈을 쓰면 다른 영역에 더 돈을 못 쓰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안보를 재정의 하는 게 필요해요. 예를 들면, 저희가 병역거부운동하면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장을 했는데 저희는 ‘대체복무제가 공공성을 강화하는 분야에서 수행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한국은 교정시설에서 대체복무하는 걸로만 정해졌어요. 예전에 병역법자들이 감옥에서 하던 일 그대로 하는 거예요. 경비 교도관처럼. 물론 그것도 국가의 일이니까 공공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은 아니거든요. 안보를 군사 안보에서 탈피해서 ‘인간 안보’, ‘사회적 방어’, ‘대안 안보’라고 여러 가지 말로 부르는데, 그런 식으로 안보의 개념을 다변화하고 군사 안보에서 탈피해야 해요.


이용석 활동가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안보를 재정의하면서, 군사 부분에 소요되는 비용을 다른 영역으로 사용하면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재난,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역할이나 고령화 사회에서 돌봄이 필요한 치매 노인, 독거 노인에 대한 복지 시스템 투여 과정에서 병역거부자들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없는세상은 공공성의 측면에서 병역거부자들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전의 병역거부자들은 교정시설에서 수감자로 있다가 현재 대체복무자로 지위만 바뀌었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을 사회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은 이용석 활동가가 말하는 ‘인간 안보’ 또는 ‘사회적 방어’로서 복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국가 중심의 공공성을 넘어 사회적 공공성을 만드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2023 세계군축행동의 날, 막대한 군사비 지출을 비판하는 캠페인  (출처: 전쟁없는세상)



지난 해 4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서 발표한 <세계 군사비 동향 2021>(2022)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군사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가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한국은 ‘2021년 군사비 지출 상위국’ 10위로 이름이 올라가 있었고, 2021년 한 해에만 502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리고 올해 4월 발표된 <세계 군사비 동향 2022>(2023)에서는 군사비 지출 상위국이 10위에서 9위로 상승 이동하면서, 한국의 군사비 지출 추세가 세계 구도 안에서도 막대하게 지출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간과 인간이 모여 만든 사회가 전쟁 같은 방식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는 반성에서 ‘안보’ 개념은 군사적 범위를 넘어 대안적인 삶과 사회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것이 이용석 활동가가 다시 정의하고 싶은 ‘안보’의 의미다. 그동안 사람들은 분단국가라서 ‘어쩔 수 없이’ 군사비를 지출하고, 군사동맹국이라서 ‘어쩔 수 없이’ 무기를 지원해왔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진정 ‘평화’라면, 이제는 ‘평화로 가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벗어나서 ‘평화로 가기 위해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 길에 전쟁없는세상이 만들고자 하는 공공성, 사람을 죽이는 안보가 아닌, 살리는 안보가 있다. 






전쟁없는세상 활동에 함께하고 싶다면


1. 평화를 위한 행동과 캠페인에 참여하기

전쟁없는세상에서는 ‘시민불복종’ 행동, 기자회견, 촛불 집회, 전쟁 난민을 위한 서명 등 다양한 행동과 캠페인을 연다. 캠페인 소식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바로가기) 공지사항과 뉴스레터(구독하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정기/일시 후원하기와 ‘비폭력 직접행동 기금’ 후원 (바로가기)

전쟁없는세상에서는 정기후원과 일시후원을 받고 있다. 후원자들은 월 2회 평화운동 뉴스레터와, 년 1회 전쟁없는세상 활동 보고서,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비폭력 직접행동 기금’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과 활동가들이 벌인 ‘무기박람회 저항행동’, ‘병역거부’ 등에 필요한 실행 비용, 벌금 및 재판 비용에 쓰인다. 전쟁없는세상이 만들어가는 변화에 ‘회원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열려있다. 


3. 비폭력 프로그램과 평화 캠프 참여

조직에서 평등/평화 문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비폭력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3시간짜리 워크숍부터 3박 4일 워크숍까지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평화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고, 주제와 목적에 맞춰 기획된다. 게임, 역할극, 토론, 의사결정 방식 등을 배울 수 있다. ‘비폭력의 역사, 철학’, ‘비폭력직접행동’, ‘젠더’, ‘캠페인 전략’,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 ‘대안적인 삶’을 모색하는 곳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길!  * 문의 및 신청: peace@withoutwar.org 또는 홈페이지에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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