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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연구소 May 04. 2023

“돌고래를 바다로”

핫핑크돌핀스 1부_천주희

바다 수영을 좋아한다. 해마다 반려인과 바다 수영을 하면서 해양동물에 관심이 생겼고, 애정하는 존재도 생겼다. 그 존재는 국제멸종위기종인 ‘상괭이’다. 상괭이는 약 150cm의 작은 고래로, 표정이 마치 웃는 얼굴과 비슷해서 웃는 고래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즘 상괭이가  해안가에서 사체로 자주 발견된다고 한다.  몇 달 전에는 수산물 유통업자들이 상괭이를 냉동고 밖에 켜켜이 쌓아두었다가 사체를 방치하는 일이 보도되었고, 해양경찰청에서는 멸종위기종을 불법 포획하거나 우연히 걸려 잡힌 혼획의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고래를 포획, 유통, 보관하는 일은 불법이다. 그런데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동안 동물원과 수족관에서는 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알고도 오랫동안 불법 포획과 돌고래를 유통시켜 가두고, 공연에 이용해왔다. 또 일본에서 포획한 돌고래를 합법적으로 수입해 들여오기도 했다. 과학적 조사 및 연구를 위한 포획과 구조ㆍ치료를 위한 포획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고래 고기식당도 있어서, 사람들은 고래를 먹을 수도 있는 희귀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잠깐, 갑자기 이런 궁금증이 생긴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고래를 수족관이 아닌 어디에서 봐야하는가?’, ‘왜 생선은 먹으면서, 고래는 먹으면 안 되는가?’ 반대로 이런 질문도 던져볼 수 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고래를 수족관에서 보았는가? 고래는 언제부터 음식이 되었는가? 개인이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어느날 문득, 상괭이나 고래종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면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상상한 적이 있다. 상상만으로 슬픈 일이었지만,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만큼이나 그 부고가 와닿기란 어려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 소개할 단체는 핫핑크돌핀스로, 돌고래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삶과 관계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곳이다. 이들을 만나면, 해양동물과 생태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활동과 생태적 가치에 대한 지혜를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연락을 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제주에 사무실을 두고 있어서, 인터뷰가 확정되고 나는 제주로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활동가들이 서울에 방문 할 일정이 있다고 답을 보내왔다. 바다 가까이에서 만났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겠지만 서울 도심에서 바다와 돌고래를 이야기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공항철도역 가까이에 있는 곳에서 약속을 잡았다. 찬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였다. 인터뷰 시간이 되자, 핫핑크 점퍼를 입고 배낭을 멘 이들이 들어왔다. 핫핑크돌핀스의 황현진 활동가와 오연재 활동가였다. 두 사람은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군고구마를 선물로 내밀었다. 핫핑크 점퍼와 군고구마라니! 강렬하고 따뜻한 첫 만남이었다.  



수족관 앞에서 시작된 작은 투쟁, “납치된 돌고래를 바다로”


2011년 7월, 돌고래를 불법 포획해서 판매한 어민 9명과 돌고래 쇼 업체인 퍼시픽랜드 대표가 해양경찰청에 불구속 입건되었다. 이를 계기로 20년 동안 자행되었던 제주 돌고래 무단 포획과 수족관 업체의 불법 거래가 한국사회에 알려졌다. 당시 사회초년생이었던 현진 씨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퍼시픽랜드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화려한 돌고래 쇼가 끝난 후 좁고 열악한 환경에 갇혀있는 돌고래들을 목격했다.


사람들은 돌고래가 사육사와 소통하며 장난치고, 점프하고, 물보라를 일으키고, 물고기도 잘 받아먹으니, 쇼를 즐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진 씨 눈에는 이런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바다가 집이었던 돌고래를 납치하고, 수족관에 감금시키고, 공연에 동원하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보인 것이다. 현진 씨는 바로 다음 날부터 “납치된 돌고래를 바다로”라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1인 시위에서 시작된 돌고래 해방운동은 어느덧 해양생태운동으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현진 씨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이자 주요 활동가로 살고 있다.


2011년 황현진 활동가가 1인 시위를 하던 시기, 제주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 반대 운동이 한창이었다. 홀로 시위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정마을의 평화운동가들은 황현진 활동가에게 활동의 지속성을 위해 단체 설립을 제안했고, 그 과정에 조약골 평화운동가가 합류하면서 핫핑크돌핀스가 만들어졌다. 황현진, 조약골 활동가는 현재 공동대표로 지난 10년 넘게 핫핑크돌핀스를 일궈왔다. 단체명인 ‘핫핑크돌핀스’는 씩씩한 느낌과 용기를 주는 ‘핫핑크’와 돌고래를 보호한다는 정체성을 담은 ‘돌핀스’가 만나면서 탄생했다.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황현진 활동가가 '비건 페스티벌'에서 돌고래 해방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 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 “너네는 뭐하는 곳이야?”


제주의 한 시골 마을에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떤 날은 제주 앞바다에서 돌고래 사진을 찍고, 또 어떤 날은 바다에 들어가 쓰레기를 줍는다. 종이 박스와 폐지에 알록달록 색을 칠하며 피켓을 만들고, 청소년들에게 생태교육을 하기도 한다. 마을사람들은 한동안 “너네는 뭐하는 곳이야? 돈은 언제 벌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도 별종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수도권이 아닌 제주 앞마다에 사무실을 만들고, 주변에는 온통 마늘밭과 양파밭뿐인 곳에서 복작거리니 “저기는 시골 마을에서 뭐하는 거냐?”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관광선박 업체들에게는 아주 성가신 존재들이었다.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한 운영가이드라인을 위반하거나 돌고래 불법 반출을 매섭게 감시하고,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이를 따지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관광선박업체들은 이제 핫핑크색 옷만 보이면 도망가고, 영업할 때도 ‘혹시 핫핑크돌핀스가 촬영하고 있는 거 아니야?’, ‘SNS에 올라가는 거 아니야?’라는 긴장감을 갖게 되었다. 이들의 출현은 누군가에게 이상해보이거나 불편함을 유발했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핫핑크돌핀스 활동가와 회원들이 제주바다에서  선박관광 중단과 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출처: 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알려가는 해양환경단체”이다. 2011년 황현진 활동가의 1인 시위에서 시작된 감금된 고래 해방 운동은 현재 방류된 돌고래들을 관찰하고, 멸종위기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 모니터링하고, 보호구역 지정 운동을 하는 해양생태계 보전운동이 되었다. “남방큰돌고래라는 존재의 위기를 알리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 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 곁에 자리를 마련했다는 황현진 활동가는 “공존하고자 하는 존재를 위해 직접 행동하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이들의 활동 방향이라고 소개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제주에서 불법포획되어 서울대공원으로 팔려간 ‘제돌이’를 바다에 돌려보낸 곳으로 유명하다. 2013년 ‘제돌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8명의 남방큰돌고래들을 수족관에서 제주 바다로 돌려보냈다. 핫핑크돌핀스 조사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국내에 감금된 고래류는 총 21명이다. 일본에서 반입된 큰돌고래, 러시아에서 온 벨루가들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여수, 거제씨월드,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전시되거나 공연, 체험 상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고래들이 안전하게 바다로 돌아가기까지, 이들의 해방 과정을 돕는 인간 조력자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핫핑크돌핀스는 (반)상근 활동가와 후원회원, 시민들의 활동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활동 인원에 비해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그 배경에는 각기 다른 경험과 이력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다. 오연재 활동가는 난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서 대안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고,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로 2021년 정부 산하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사퇴했다. 또 다른 공동대표인 조약골 활동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 건강,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고 ‘피자매 연대’ 운동을 했고, 강제 철거 현장, 미군기지 반대 운동 등에 참여해온 평화운동가였다.  


핫핑크돌핀스는 제주뿐 아니라 강원 지부, 서울경기 지부, 부울경(부산, 울산, 경상) 지역에서 발생하는 해양 이슈에 대응하고 교류하는 회원 모임을 갖는다. 해양 다큐멘터리를 보고 교육, 게임을 통해 해양생태계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고래류 감금 시설(수족관)이 있는 지역에서는 기자회견이나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다. 회원이 아닌 시민들도 ‘바당구조대’ 활동에 참여한다. 이들은 월 1회 (비)정기 모임으로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처 일대에서 수중 쓰레기 수거, 환경 기록 활동을 한다. 2023년 바당구조대에는 신입대원을 포함해서 총 22명의 대원이 활동 중이다.


핫핑크돌핀스는 고래류를 ‘마리’라고 표현하는 대신 ‘명’이라고 부른다. 모든 생명이 동등하게 소중하고 존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동물을 세는 단위 대신 인간과 동일한 목숨 명(命)을 사용한다. 이러한 명칭은 일상에서 사용되는 차별적 언어를 시민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식탁까지, “모든 이슈는 다 연결되어 있다”


황현진, 오연재 활동가에게 2022년 환경생태 분야에서 중요한 이슈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핫핑크돌핀스가 있는 제주도에 한정해보면, 제2공항 건설과 공항 연계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한 비자림로 숲 파괴 등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해양 쓰레기 문제와 재생에너지로 제시된 해상 풍력에 따른 생태계 파괴 문제가 심각한 사안으로 부상하는 중이라고 했다. 특히 작년에는 대만 고래류 보호 단체들과 교류를 시작했는데, 현재 대만은 해상 풍력 건설로 인해 흰돌고래 서식처가 파괴되어 심각한 상황이었다. 


현재 대만은 국가 단위에서 재생 에너지 전환을 시도 중이다. 그 과정에서 대만 서해안에 살고 있는 흰돌고래들의 서식처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50명 이하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대만 정부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 뒤늦게 ‘주요 서식 환경’(보호 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미 연안에는 플라스틱 공장, 섬유화학 공장, 대규모 해상 풍력 발전기가 들어 선 후였다. 대만 활동가들은 흰돌고래들의 위기가 결국 제주남방큰돌고래들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대책 마련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알려왔다. 


황현진 활동가는 환경오염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시작된 친환경 에너지, 재생 에너지 사업이 ‘생태적 전환’을 목표로 하지만 “전혀 생태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라는 말만 보면 더 이상 오염물질은 배출하지 않고, 땅, 바다, 동식물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업 방식이나 구조가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에너지 사업체에게 다시 이윤을 가져다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황현진: 지금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단지 건설 사업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개발 사업들이 지역 주민들의 동의만 얻으면 진행되도록 이뤄져 있어요. 근데 이런 방식은 말이 안 되는 거죠. '바다'는 소유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 연결되어 있는데. 바다에서 어떤 환경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생물종 감소 또는 변화가 일어나면 해양생태계 전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저는 바다가 굳이 "누구의 것이냐?"묻는다면 "남방큰돌고래와 그들의 친구 것이다."라고 말 할 것 같아요. (웃음) 왜냐하면 그들은 24시간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잖아요. 실제로 그들의 집이요. 집인데, 인간들이 감히 그들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해군기지를 짓고,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짓고. 다른 존재들의 삶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이죠. '바다에는 인간이 살고 있지 않으니 비어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함부로 시멘트로 매립하고 뭐든 지을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황현진 활동가의 말을 들으면서, 그동안 나는 바다를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국가나 개발사업에서 바다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돌아보았다. 해상풍력 설치, 대만 해역의 오염물질이 방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선언 등의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이 사안이 국가 이윤을 위해 단순히 환경을 파괴하는 문제로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문제들에는 인간이 바다를 마음대로 구획하고 소유해도 된다는 생각, “비어 있고 활용하기 좋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만의 흰돌고래 사례는 서막에 불과하다. 한국에 서식지를 둔 남방큰돌고래와 상괭이가 이미 감소하고 있다. 고래들만 오염물질에 노출되고 서식지를 잃어갈까? 당장에 우리가 먹는 김, 해초류와 같은 음식들도 해양생태계에 연루되어 있고 해안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원인 모를 질병을 얻게 되기도 한다. 지구 생명체들은 개발과 이윤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야기한 환경오염으로 인한 ‘느린 폭력’(롭 닉슨)에 노출되어 버린다.  해양 생명체들과 우리 삶은 바다를 매개로 지구 연결망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년 7월 20일은 '남방큰돌고래의 날'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출처: 핫핑크돌핀스)



잠깐 화제를 전환해보자. 핫핑크돌핀스 활동가들이 강연을 하러 갔을 때였다. 강연을 듣던 한 참여자가 “그럼 뭐 삼겹살도 먹지 말라는 소리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일이 있었다. 참여자들은 돌고래 이야기를 들으러 왔을 뿐인데, 활동가들이 돌고래들을 비롯해 비인간동물들의 삶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먹거리', '오락거리'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한다고 하니 불편했던 것이다. 핫핑크돌핀스 활동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돌고래 위기를 알리는 활동을 하면서 “인간도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돌고래 타령이냐?”, “돌고래가 중요하냐, 사람이 중요하냐?”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황현진 활동가는 이런 말들에 포함된 “존재 간 우열과 위계”가 일상과 식탁에서도 사라지기를 바랐다. 핫핑크돌핀스 활동가들에게 육지 동물이나 해양 동물 같은 비인간 존재들은 동등한 생명체이지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와 철학은 핫핑크돌핀스 교육, 행사, 모임 자리에서도 볼 수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다과를 모두 비건식으로 준비한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사람들이 조금씩 가져온 차, 커피, 다과 등으로 식탁을 채운다. 



‘2023바당구조대’ 첫 소개 모임에 차려진 다과상 (출처: 핫핑크돌핀스)



돌고래를 통해 세상을 마주한다는 것은 그동안 인간으로 누려왔던 편의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삶이 어떠한 모순으로 구성된 것인지 성찰하게 한다. 이를테면, 반려 동물이나 저 멀리 바다에 사는 돌고래는 귀엽지만, 돼지, 소, 닭은 먹는 인간 문화의 모순을 말이다. 그리고 내가 차리는 식탁과 음식 문화까지도 돌아보게 한다.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재생산하는 일은 자본, 인간중심주의, 소비로 인해 분절된 삶에 다른 관계성을 기입하는 일이다. 하나의 생명체가 성장하고 살아가는 과정의 경로를 그려보면 우리는 모든 사안이 커다란 연결망에 얽혀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핫핑크돌핀스 활동가들이 돌고래 해방 운동을 하면서 육식 문화를, 군사주의를, 신공항 건설 같은 관광 사업을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돌고래와 인간, 지구공동체 구성원의 삶은 생존과 죽음, 그리고 위기를 또한 공유한다. 그런 점에서 “모든 사회 이슈는 다 연결되어 있다.”(황현진)



사회를 바꾸는 ‘문제 유발자’들의 집요한 반란


10년 전에 사람들은 고래나 해양생물을 보기 위해 수족관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직접 바다에 가거나 수영을 하면서 해양생물을 만나는 사람이 늘었다. 여전히 수족관을 찾고, 고래 관광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다. 황현진 활동가는 선박관광업체에서 핫핑크돌핀스의 활동을 두려워하게 된 것도, 이런 시민들이 인식변화와 자발적 참여가 이뤄 낸 성과 중 하나라고 했다. 


황현진: 사실 저희가 여러 차례 업체에 연락하고 변화를 요청해도 잘 반영되진 않아요. 자신들의 삶을 부정 당한다고 느끼고 방어하기 바쁘죠.  근데 감사하게도 몇 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동물권,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엄청 높아졌어요. 비거니즘에 대해서 관심을 갖거나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고, SNS나 언론에 '그것이 문제야'라고 직접 댓글을 달거나 문제제기 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같이 변화를 요청하는 대중들이 있으니까, 수족관이나 돌고래 선박관광 업체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인식이 높아진 대중들의 역할이 커요.


황현진 활동가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이거 조금 이상하지 않아?’라고 느끼는 지점을 포착하고, 함께 문제의식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변화의 필요를 “조금 더 크게 이야기 해보는” 것이 활동가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핫핑크돌핀스에서 출간한 『낚시꾼 흔적 도감』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낚시는 즐거운 행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로지 재미로 살아있는 존재를 바늘 꿰고, 잡았다가 풀어주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다수는 즐겁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불편한데, 낚시 행위가 취미 활동이 될 수 있을까? 다른 존재를 해치는 일을 레저 스포츠라고 불리는 게 맞나?"라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전에도 “돌고래 수족관에서 만나는 거 괜찮나? 원래 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곳은 어디지?”라는 질문을 던졌던 사람들이 있었다. 핫핑크돌핀스는 그들 가운데서 목소리를 꺼냈고, “누군가 해야 한다면 우리가 하자”(황현진)는 마음으로 “집요하게”(오연재)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들의 집요함은 고래류 불법 반출 문제를 공론화했고, 자원활동가들과 현장에서 상황들을 기록하며 업체 요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사회를 위해 문제 제기를 하고, 무슨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은 걸까? 



핫핑크돌핀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를 관찰하고 있다.  (출처: 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에게 더 나은 사회란,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권리가 동등하게 보장되는 세상”이다. 황현진 활동가는 “인간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것처럼, 비인간 존재들도 서식처를 빼앗기지 않고, 함부로 감금당하거나 죽임 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를 바란다고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불편해 하고, 업체들도 자신들의 사업에 반대하는 활동에 싫어했지만 이제는 그들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남은 돌고래를 방류할 때도, 선박관광 업체들도 핫핑크돌핀스에 조언을 구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활동가들의 문제 제기와 주장은 때로 사회에서 잘 이해될 수 없거나 이상적인 말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핫핑크돌핀스는 오랫동안 돌고래를 비롯한 비인간존재들과 공존의 중요성을 알리고, 설득하고, 그 결과가 지구공동체 전체를 이롭게 만드는 것이라는데 동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핫핑크돌핀스의 새로운 실험과 집요한 반란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10년 후 우리는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와 어떤 존재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 여전히 수족관에 감금된 고래 21명이, 다시 그들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올까? 비인간 존재들의 해방에서 마주할 열린 미래를 기대해본다. 






핫핑크돌핀스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면


1. 핫핑크돌핀스샵 놀러가기

핫핑크돌핀스샵(바로가기)은 온라인 가게로, 시민들을 위한 해양생태감수성교육 프로그램 참여 방법이 소개되어 있고, 해양생태감수성 교구와 핫핑돌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2. 후원하기 

연대와 후원은 핫핑크돌핀스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 후원 방식은 일시/정기 모두 가능하다. 단, 기업 후원은 받지 않는다. 최근 의류, 화장품, 리사이클 업체 등에서 기업의 친환경 홍보를 위해 후원을 제안하는데 모두 거절했다. 그래도 후원을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개인으로 연대 후원을 하시라!  

* 후원하기(바로가기) 


3. 교육 프로그램과 연대 활동 참여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핫핑크돌핀스 센터에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핫핑크돌핀스 사무국에 미리 연락해서 방문 일정을 문의하면 된다. 배를 타지 않고도 돌고래를 만나는 방법을 안내 받고 공존을 위한 생태적 삶의 방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돌고래학교>와 <해양생태감수성 교육>도 운영 중이다. <남방큰돌고래 생태해설사 과정>도 올해부터 시작했다.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는 교육, 캠페인 참여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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