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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연구소 May 03. 2023

듣고 기록한 이들

저자 소개_모두


변재원 / 소수자정책연구자


생후 100일 차 의료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다. 휘어진 몸은 휘어진 사회를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다. 타인이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차별과 선입견을 느끼며 살아왔다. 모든 게 석연찮은 뒤틀린 세상 속에서 의구심 없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은 존 레논의 음악과 핑크플로이드의 앨범 커버 정도였다.


이십 대 초반, 예술을 전공하며 세상을 감각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십 대 중반, 새로운 가족을 만나면서 가짜로 사는 삶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십 대 후반, 새로운 동지를 만나면서 책임과 열정이 무엇인지 마음에 새겼다. 삼십 대 초반, 타인에 기대지 않고 내 몸을 스스로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지금은 행정학을 공부하며 당사자성을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수자, 장애, 사회운동, 입법 및 예산 과정에 관한 연구 관심사를 갖고 있다. 냉소적인 사람으로 남지 않기 위해 정한 주제들이다. 그 외에도 매월 <경향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올해 전장연 활동에 관한 에세이 및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을 돌아보는 내용의 신간 출판을 앞두고 있다.


안희제 / 문화연구자


스무 살에 진단받은 크론병을 계기로 대학에서 장애인권 활동을 시작한 뒤 주로 질병과 장애를 중심으로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걸쳐 있는 거의 모든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재밌어 보이는 주제면 무엇이든 일단 달려들어 본다.


가벼운 공감보다는 정확한 통감이 더 나은 관계와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이야기를 깊이 느낄 때 비로소 더 나은 ‘우리’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서로의 안팎을 조심스럽게 오가는 일을 잘하고 싶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고민은 가장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고 생각하며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과 이런 고민들을 나누기 위해 대중문화를 진지한 대화의 장소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지금보다 나은 세상의 가능성은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비마이너>, <시사인> 등의 매체에서 글을 썼고, 혼자 쓴 책으로 『난치의 상상력』, 『식물의 시간』, 『망설이는 사랑』(예정)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 『아픈 몸, 무대에 서다』, 『우리는 이어져 있다』, 『몸이 말이 될 때』가 있다.


천주희/ 문화연구자


15년째 대학 언저리를 맴돌며 학생, 프리랜서, 예술가, 연구자로 살고 있다. 공부를 좋아하지만 공부만 하면서 살아본 적이 없었고, 도전하기보다 포기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냉소적이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주변에 다정함, 공존, 연결성, 호혜의 가능성을 만들어가려는 존재들이 있어서 염세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동안 청년, 여성, 예술가, 연구자의 삶을 탐구해 왔고, 그곳에서 차별, 배제, 혐오, 불평등의 정치적 감각을 배워왔다. 최근에는 해양생태, 환경, 기술의 배치와 같은 비/인간 문화와 관계성도 고민한다. 바다 수영, 탐조, 텃밭 농사에서 시작된 관심사들이다.


사유와 삶의 자리는 늘 함께 이동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 탓에, 나의 일상 모순과 불화를 겪으며 뒤틀리고 확장된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는 일이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오늘도 삶과 연구 현장에서 안녕의 온도를 찾는다.  


주 저서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가 있고, 공저로 『노오력의 배신』,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연구자의 탄생』 등이 있다.


최태현/ 사회연구자


거버넌스에 관한 시뮬레이션 연구로 박사를 받고, 대학에서는 컴퓨터 화면 너머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관찰하며 제도와 정책을 분석하고 그 윤리를 연구했다. 문득 삶의 남은 시간이 그간의 시간보다 적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모니터 바깥의 사람들을 보고 싶어졌다. 더 정확히는 세상과 어울리고 싶어졌다. 성과보다 의미를, 쌓기보다 내려놓기를, 데이터보다 실존을 고민하면서 늦은 방황을 하고 있다. 제도를 통해 인간을 상상하기보다, 울고 웃고 싸우고 함께 하는 인간과 사회 그대로를 기록하고 싶어졌다.


“교수님은 꿈이 뭐예요”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했던 어느 날, 나의 꿈을 이루는 것보다 타인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꿈꾸는 소심한 몽상가가 내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몽상을 현실로 조금은 옮겨보기로 했다. 그날 미처 말하지 못했던 늦은 대답의 일환으로. 


저서로 『모두를 위한 사회 연구: 과학, 방법, 민주주의』, 『현대 국가의 행정학』, 『작은 민주주의』(예정)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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