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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ul 02. 2018

삶의 의미를 묻다

<차곡차곡 철학하기 십삼편>

철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고, 인간에 대한 이해는 곧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이다. 어쩌면 이것이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인지도 모른다.
- 띵커벨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물을 때가 있다. '사는 게 뭘까?' 사는 게 뭐냐 묻는 건 인생 앞에서의 무력한 한탄이기도 하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또는 목적을 묻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 일이 뜻대로 된다거나, 내가 무엇을 실현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안다면 사는 게 무언지 물을 필요가 없다. 그냥 그대로 살아가면 충분하니까. 그런데 그렇지 않다. 내가 선택을 하고 그것에 내가 책임을 져야 하므로. 종교적 소명의식이 있거나 재능이 특출 나서 이것 이외에 다른 것을 해야 할 이유를 못 찾는 사람들에겐 이런 고민이 덜할 테지만.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것
인생을 더 낫게 살길 원한다는 것

어쩌면 인간에게 있어 ‘의미’란 ‘음식’과 같다. 영양분을 섭취하여 삶의 에너지를 얻는 것처럼 의미를 부여하여 삶의 동기와 살아갈 이유를 얻을 수 있다. 요가나 명상, 나아가 단식을 하면서까지 자기의 의미를 탐색하는 것을 보면 의미를 찾는 행위가 인간에게 얼마나 본질적인 요소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구나 더 좋은 삶을, 보람된 삶을 살아가고 싶기에 삶의 의미를 묻는다. 태어난 것은 내 선택이 아니고,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지만 태어났기에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한다 할지라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렵다. 이에 몇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나는 삶의 의미를 묻지 않은 채 하루 하루 즐겁게 살아가며, 세간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다른 하나는 삶의 의미를 계속 추구해 나가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 -자신이 선택할 수 없어 받아들여야 하는 환경 또는 여태 살아오던 삶의 방식- 을 유지하며 좀 더 의미있는 또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삶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고
몇 가지 삶의 선택지는 가능하다

아니면 또 다른 선택인 삶을 마감하는 자살도 있다. 물론 자살은 대개 극단적인 선택으로 여겨지거나 의지 박약의 선택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존엄사와 같이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 없음에 관한 하나의 선택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건 감동을 자아내는 장면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겐 그저 하나의 연명에 불과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살을 옹호하거나 자살 찬양론을 펼치자는 의도가 아니라 그만큼 인간에게 삶의 의미가 중요할 수 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또는 목적을 묻는 것 이외에 이 질문은 또 다른 상위의 질문을 안고 있다. 인간의 삶 자체가 의미가 있는지 묻는 것이다. 일단 태어났으니 살아야 한다면 그 의지 또는 동력을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전자의 물음이라면, 후자의 물음은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행위 자체가 유의미한 시도인지를 밝히는 문제이다. 인간의 삶이 무의미한 것이라면 의미를 찾을 일도 없기에. 이러한 물음을 물을 만큼 인간이 우주에서 가치있는 존재일까? 만일 그럴 만한 존재가 아니라면?

삶의 의미가 있지도 찾을 수도 없다면
내 스스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그리고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다. 바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삶의 의미가 있지도 찾을 수도 없다면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다만 누구에게나 이 의미는 다를 수 있기에 몇 가지 조건은 필요하다. 함부로 생명을 해치지 않을 것, 누군가의 삶을 도와줄 것, 살아있는 것이 의미가 없을지라도 살고자 하는 것들의 의지를 꺾진 않을 것, 이런 걸 따져묻는다고 한심해 하는 사람들을 한심해하지 말 것, 그리고 타인의 삶을 존중해 줄 것. 이 무슨 고리타분한 얘기냐고? 죽음이 아니라면 삶을 선택해야 하므로.


삶의 의미를 꼭 물어야 할 것은 아니다. 지금 삶만으로 충분하다면.
다만, 삶의 의미를 물어야 한다면 한 번쯤 진지하게 물을 필요는 있다. 적어도 내가 무얼 하고 사는지, 나란 인간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려주기에.
그리고 나머지는 ‘의미’를 뺀, 기대보다 ‘별 일 없는’,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자.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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