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무엇이고, 예술가란 누구인가?
예술을 위한 공간 <Aㅏ트> 매거진
이 글은 예술플랫폼 아트렉처에도 실릴 예정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대체 이게 뭔데?’ 또는 ‘이런 게 예술이야?’라는 의아함이다. 예술가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대체 그들은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 것일까? 작품 앞에 선 감상자라면 누구나 물을 수 있는 질문이다. 예술은 분명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에게 무언가 특별함을 안겨주는 것이 분명하지만 예술이 주는 감흥이 모든 인간마다 천차만별이라는 데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예술을 이해한다는 건 경험해 보지 못한 달나라를 상상해 보는 일이고, 예술가를 이해한다는 것 역시 달나라에 살던 사람과 대화를 하는 일과 비슷할 것이다.
우린 궁금하다. 예술이 무엇이고 인간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 그렇지만 예술은 우리에게 쉽게 그 의미를 밝혀주거나 친절하게 자신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술 감상은 어렵기만 하다. 공부를 해도 알 수 얻을 수 없는 미적 감각과 공부를 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의 주제. 미술관에 걸린 수많은 작품들을 수없이 들여다보고, 한 작품 앞에서 5분이고 10분이고 서 있는다 해도 작품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제목과 작가의 이름과 간단한 설명뿐이다. 일반 사람에게 예술은 손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서 있는 풍경에 불과할 때가 많다.
대체 인간은 언제부터 예술을 시작했을까? 인류의 예술품이 등장한 것은 빙하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약 2만년 전이었다. 동물이나 인간의 형상을 한 각종 조각상이나 이러한 형상을 뼈에 새긴 그림 또는 석판 위에 여러 가지 추상적 형태가 등장하였다. 가슴과 엉덩이 형태를 강조한 빌렌드로프의 비너스 상은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특히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의 그림은 고대 수렵채집인이 그린 걸작으로 역동적이고 생생한 그림으로 손꼽힌다. 천장을 가득 채운 동물 그림은 두 가지 이상의 색을 사용했고 매우 입체적으로 표현하여 놀라움을 자아낸다.
초기의 예술가들은 아마도 ‘예술’을 한다는 생각 없이 예술을 했을 수도 있다. 당시엔 그저 단순한 ‘표현’이었을 수도 있고, 집단의 염원이 담긴 일종의 종교적 행위이거나 한 집단의 세계관을 표현한 정치적 행위에 해당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이 ‘예술’이란 범주가 없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비록 목적은 그가 원하는 바와 다를지 몰라도 ’인간의 의도'가 깃든 새로운 무엇을 창조하는 일, 그리고 이러한 의도를 '미적 감각'으로 구상해 내는 일을 하고 그것을 즐긴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이 지닌 '예술적 능력' 또는 예술가들의 ‘예술적 행위’란 무엇일까? 딱 하나로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예술이란 예술가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형태나 색감을 구현해 낸다거나, 수많은 사물들이 지닌 고유한 모습과 수많은 현상들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들이나 법칙들을 특별한 형태로 재현하고 구상해 본다거나, 아니면 평상시에는 지각하고 감각하며 인식할 수 없었던 황홀경이나 몰아일체의 경지들을 표현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보는 걸 다른 이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볼 수 있게 그 방식을 찾는 것, 이것이 예술가의 마음이자 숙명일 것이다.
개인과 집단의 염원을 표현했던 초기 인류의 예술은 시간이 지나며 정치 체제 또는 종교 교리를 상징하는 권위와 신비로움을 표현했다. 근대에 들어서 예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일과 더불어 새로운 인식과 관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현대에는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거대한 산업이 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예술이 아닌 것과 예술인 것을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카페의 인테리어에서, 아파트의 건축에서, 제품의 포장지에서, 사람들의 패션에서, 도시의 거리에서 예술은 언제 어디서든 발견되고 있고, 다시 생산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예술은 그 목적과 기법 및 그 역할에 있어 지속적인 변화를 겪어왔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변하지 않는 정체성 또는 역할이 남아있다. 고대의 예술가들이 당시의 사람들의 행위에 담긴 의미들을 ‘시각화’하여 보여준 것처럼, 현대의 예술가들은 현대의 문명에 숨겨진 다양한 삶의 흔적들을 ‘시각화’하여 잠든 현대인들의 마음을 일깨우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예술가든 과거의 예술가든 그들은 ‘이것이 예술’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도 예술’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 이상을 향한 인간의 진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