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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솔 Feb 26. 2020

나의 그림 이야기

소소 에세이

가끔 그림을 그린다. 그냥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있어 그린다. 취미도 아니고 그림을 배운 것도 아니기에. 어릴 때 난, 그림을 참 못 그렸다. 사람을 그리면 얼굴은 동그라미, 몸은 네모, 팔도 네모 정도로 그렸다. 도저히 구체적인 사물은 그릴 수 없어 그냥 이 정도로만 표현했다. 잘 그리는 친구들이 부러웠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듯하야 부러움도 가질 이유도 어느덧 사라졌지만.


이후로도 그림을 그리겠다는 욕망은 사라지지 않았고, 아이패드를 사고부턴 아이패드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냥 되는대로.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다. 굳이 구체 사물을 그릴 수 없거나(그릴 능력이 없다면) 그냥 추상화를 그리자. 그래서 그리기 시작한 추상화. 정말 드문드문, 어떤 영감이 떠오를 때 그렸다. 몇 달 만에 하나 그릴 때도, 한 일 년에 하나 그릴 때도 있었고, 또 어느 날엔 영감이 밀려와(대단하진 않을지라도) 몰아서 그리기도 했다.


처음엔 이런 그림을 어딘가에 소개한다는(SNS에 올리거나) 것 자체가 어색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아닌데 무슨, 정도로. 그러다 그냥 올려 보자. 누가 보든 아니든, 그리고 내 그림이 수준이 있든 말든, 어차피 이걸로 밥벌이를 할 게 아니라면 뭐 어떤가. 그런 생각으로 하나 둘 인스타그램에 올려보았다. 물론 올리면서 상상은 해 보았지. 뜨거운 반응을. 하지만 역시 그건 차가운 상상이었다.


지금 이 그림 역시 인스타그램으로 올린 그림 중 하나이다. 새벽에 눈을 뜬 어느 날, 거실에서 잠이 들었는데, 한창 보름달이 지나고 있었다. 길게 밀려온 보름달의 빛이 내 손에 가 닿았고, 어둠 속에서 짧게 드리우던 그 순간의 느낌이 참 좋았다. 밀려드는 밤과 흘러가는 달빛과 그곳에 살짝 끼어든 나를. 그리고 이를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론 세 번째가 좋다.)



그리고 이 그림으로 굿즈를 만들어 보았다. 팔려고 만든 게 아니라 그냥 기념으로. 하나의 창의 실험으로.


이건 노트
이건 아크릴 액자

하지만 사 갈 사람이 있다면 팔아보련다.

지금까지 나의 그림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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