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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Sep 20. 2020

(창작 동화) 시속 10km로 걷던 사람들

어른을 위한 동화

어른을 위한 동화를 하나 써 봤다. 저녁밥을 먹고 앉아 후루룩 쓴 글이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그 미래를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 보았다. 쓰고 나서 보니 동화로 출간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 여러 출판사에 접촉을 해 봐야겠다. *<>*

대개의 사람들이 시속 10km로 걷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 시속 30km의 기계가 발명되었다. 공장을 운영하던 사장들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그리고 시속 30km로 다니던 일부의 사람들에게도 이는 더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자신의 재능에 어울리는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속 10km로 다니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만들어냈다.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뭘 어떻게 돼? 시속 30km로 달리는 공장과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 걱정 마.’


시속 30km로 달리는 공장에서는 시속 30km로 물건을 생산하다 보니 빠르게 생산을 하는 것만큼 쌓여가는 물건도 많았다. 사장은 고심했다. ‘이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하지?’ 그래서 사장은 사람들에게 이 물건들을 팔기 위해 광고를 제작하였다. 광고를 접한 사람들은 공장에서 만든 물건이 필요없는데도 필요한 것처럼 느껴 그 물건을 구매하였다. 그렇게 물건이 팔리자 공장에서는 신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 번 물건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신제품을 살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취직해야 했다. 


‘공장에서 버는 돈이 조금 더 많아!’
‘그래? 그럼 나도!’


그런데 10km로 걷던 사람들은 30km로 달리는 공장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자 사장은 그들이 30km로 달릴 수 있게 만들기 위해 30km로 달리는 사람에게 그들을 교육 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물론 시속 30km로 달리는 사람에게 월급을 조금 더 올려주고 시속 10km로 달리는 사람들을 채용하거나 퇴출할 수 있는 권한도 주었다. 곧 30km로 달리는 사람은 으쓱해진 기분에 사장이 아니지만 사장처럼 행동했고 10km로 걷던 사람들은 잘리지 않기 위해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30km로 달리는 공장의 업무는 너무나 과중했고 30km로 달리는 관리자의 감시와 간섭 또한 그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이대로 살 순 없어!’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 


어느 날 누군가가 매일 15시간씩 일하지만 결코 사장처럼 부자가 될 수 없고, 자신이 번 돈의 일부를 사장의 물건을 계속 구매하는 데 쓰는 것이 바보같은 짓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깨달음을 들려주었지만 동료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동료들을 설득해 사장에게 맞서기로 했다. 그와 동료들은 월급을 더 올려줄 때까지 일을 멈추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동료들 중 일부는 사장의 꼬임에 넘어가 파업에 동참하지 않기도 했다. 다만 이 일로 사장은 한동안 겁을 먹었고 30km로 달리는 사람들을 다그쳐 10km로 걷는 사람들을 통제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오랜 연구 끝에 마침내 사장은 시속 50km로 뛰는 로봇을 발명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 '로봇'이랍니다. 여러분들을 돕기 위해 태어났죠.'
'오!, 그럼 우리 일이 줄어드는 건가?'

로봇의 등장에 10km로 걷던 사람도 시속 30km로 달리던 사람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어떤 사람들은 로봇으로 일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했고 어떤 사람들은 차가운 로봇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을 끔찍하게 여기기도 했다. 처음에 이 로봇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인사에 지나지 않았지만 점점 더 진화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공장에서 사람들이 하던 일을 조금씩 맡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로봇이 분담하는 일이 더 많아졌고 그만큼 사람들이 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제 10km로 걷는 당신들은 필요 없어! 나에겐 로봇이 있으니까!'
'그럼 30km로 달리던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게 10km로 걷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로봇이 대체하면서 로봇과의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은 공장에서 하나 둘 쫓겨나기 시작했다. 10km로 걷던 사람들이 모두 공장에서 나가자, 그들이 하던 허드렛일은 30km로 달리던 사람들이 맡아야 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로봇의 감시와 간섭을 받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감정이 없는 로봇은 인간을 더욱 혹독하게 대했다. 30km로 달리는 사람들이 지쳐 쓰러지거나 아파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 해도 그것에 대해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공장 사장은 이렇게 머리 아픈 일이 사라지고 돈은 더 벌 수 있게 된 상황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얼마나 멋진 신세계인가! '사장'들만 남은 세상이라니!'
'전 세계 사장들이여, 단결하라! 그리고 로봇을 숭배하라!'


그림도 힌 컷 추가

by 김바솔


^엮인 글: 나의 그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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