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8(금) ~ 2022-08-28(일)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회화의 죽음 뒤에 이루어진 개념 미술을 계승한 예술가 중 하나이다. 어려운 말이 두 개 나온다. 하나는 ‘회화의 죽음’이다. 이는 회화가 갖는 예술적 의미가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의아할 수 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회화가 존재하는데 왜 사라졌단 말일까. 20세기 초에는 그랬다. 사진과 영화가 등장하며 ‘사물의 재현’이라는 회화 본연의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개념 미술이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개념’을 미술의 소재 또는 주제로 이용한 것이다.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마르셸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이다. 개념, 다시 말해 컨셉 자체가 예술의 주제 또는 소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예술’이라 믿는 예술적 행위 또는 작품보다 이를 위해 머릿속에 떠올린 관념(생각)이나 미술 작품의 제작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미술사적 의미를 떠나 보는 재미가 있는 전시이다. 매우 대비되는 색감으로 표현해 놓은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성을 충족시켜주지 않을까. 더욱이 대형 작품들이라 시각적 만족감이 더 크다. 물론 이것은 작가가 의도한 것이기도 하다. 크게 보면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지나치는 것들의 아주 작거나 숨겨진 부분들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더 친근감이 있다. 스마트폰, 맥북(노트북), 공, 가방, 커피컵 등이다. 작가는 이런 것들의 배치와 재배치를 통해 인간이 사물에 대해 갖는 생각이나 의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기를 시도한다. 이처럼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개념미술과 설치미술, 그리고 ‘언어’를 활용한(개념미술을 하는 그답게)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는 6개의 테마로 구성된다. Exploration(탐구: 예술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 Language(언어: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 도구, 글자), Ordinariness(보통 : 일상을 보는 낯선 시선), Play(놀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적 유희), Fragment(경계: 축약으로 건네는 상상력의 확장), Combination(결합: 익숙하지 않은 관계가 주는 연관성)이 그것이다.
예술이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이죠. 예술에서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이미 주위에 있는 것을 은유나 상징적으로 다루는 것이죠. 산문이 아닌 시라는 말입니다. 현대의 재앙이라면 바로 이 시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죠.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사진 촬영이 금지된 작품들이 많아 직접 관람을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사실 그런 작품들이 더 의미있다.]
예술은 공감이다 - in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