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미에게 전하는 편지2
안녕, 보고있어고 반갑고 계속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누미찡.
오늘도 새벽부터 나를 찾아 오느라 많이 분주 했지?
사실 별일 없음에도 불구하고 늘 똑같은 루틴으로 찾는 네가 부지런하게도 느껴지고, 어쩔땐 무섭기도 하단다.
어쩜 저렇게 한결 같은건지.
그냥 아는체 하고 사라지는 것 뿐인게 다인 너인데 너는 그 찰나의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내 방을 찾아오고,
문을 열라고 냐옹~ 이라는 앓는 소리를 내지.
진짜. 그것 뿐인데도 너는 ‘뭐 더 없어?’ 라고 묻지도 않고 행동의 생략도 없어.
그냥 그 자리에서 너의 인사 퍼포먼스를 할 뿐.
보상은 그냥 나를 본 후 긴 몸을 기지개 하는 그 순간의 그 뿐.
인간들은 찰나의 순간을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락하는 것을 정말 어렵고 버겁게 여겨,
심지어 그 순간이 지나가면
‘에게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든 입밖에 튀어나오든. 불평의 찌꺼기들이 남기도 해.
학창시절 몇년 쌓아놓은 공부가 , 찰나의 순간으로 대학이 정해지고,
열심히 매일매일 연습한 누군가의 훈련에서. 찰나의 순간으로 올림픽 메달이 결정되고,
열심히 그토록 사랑을 했는데. 찰나의 순간으로 헤어지기도 하고
열심히 준비한 취준 끝에. 찰나의 순간에 당락이 결정 되기도 해.
찰나 후에는 기쁘던지 짜릿하던지 슬프던지 화가나던지 허무하던지.
어쨌든 감정만 남아.
그리고 ‘에게게? ’ 가 돌아와 ..
이럴려고 내가,내가 이 모든 고생들을 사서 했나? 고작 이 자그마한 찰나 때문에?
현타가 뇌를 잠식할 쯔음.
그냥 그런거구나 그렇게 사는 거구나 인생 별거없구나 라는 생각에 도달 하기도 해.
이쯤 되었으면 정신승리 같긴한데. 또 한뼘 성장한 거 이기도 해.
인간들이 사는 세상의 모든 클라이막스는 찰나의 한 가운데에 있는데,
우리는 그걸 자꾸 망각하고 ‘에게게?’ 라는 말을 반복하고 토해내고, 다시 깨닫기를 반복 한단다.
여기서 인간의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문장이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
누미찡.
너의 그 한결같음으로
찰나를 행복하게 여기고
기뻐하고 다시 네 일을 하러가는 니가.
참 멋지다고 생각이 들어.
평소엔 귀엽지만
오늘은 너, 참 멋지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