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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9일, 미국 비자 인터뷰를 봤고 그 자리에서 승인을 확인받았다.
인터뷰를 보고 와서 바로 글을 작성하고 있다.
인터뷰까지의 일을 이 글에 쓰고, 이후의 일들은 다음 편에 이어서 써보려 한다.
사무실에서 설계만 하는 거 말고,
다른 일도 해보고 싶다고 팀장님에게 어필했고, OK 해주셨다.
제일 해보고 싶었던 건 미국에 가서 일해보는 것이었고
미국 법인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서로 타이밍이 잘 맞았다.
기존하던 업무도 미국 프로젝트를 담당했기에 반대 없이 미국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운과 타이밍이 여러모로 아주 좋았다.
나는 주로 미국과 해외 프로젝트만 담당했기에 현장에 나가볼 일도 별로 없었고
갑갑한 사무실에만 매일같이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있었다.
지금까진 배울 것도 많았고 새로운 경험을 사무실에서도 할 수 있었지만
점점 소재가 떨어져 나갔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미국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나한텐 인생의 변곡점이 생길 일이고 큰 기회라고 생각된다.
내가 받은 비자는 E-2 employee visa 다.
미국 법인에서는 변호사를 붙여주었고 여러 가지 서류와 비자 인터뷰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영문으로 된 이력서, Resume를 작성했다.
A4용지가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3면이 채워졌다.
물경력은 아니었나 보다.
자유 양식에 익숙지 않아서 일주일이나 걸렸다.
미국은 역시 자유를 빼면 시체인가 봄
이력서, DS-160 등 기타 서류를 준비하고 변호사에게 제출하여 비자 인터뷰를 예약했다.
내가 받아야 할 비자는 조금 생소한 E-2 Employee (Essential) Visa 다.
이 비자를 받는 이유는 나는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부족하기에 Manager 포지션이 아닌,
Speciallist 로서 비자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키 포인트는 미국 회사에서의 내가 essential 함을 소명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꼭 미국에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인터뷰를 준비하는 게 노하우다.
인터뷰 예약 시간은 12/19(목) 09시, 평일이라 길이 막힐까 걱정되어 아침 5시 30분 차를 타고
광화문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인터뷰 준비를 했다.
변호사가 일찍 움직여서 8시까지 가라고 해서 8시에 미국대사관에 갔는데
건물 바깥까지 줄이 한참 서있었다. 날이 추워서 떨면서 기다렸다.
백팩, 전자기기, 커터칼 등 반입 안 되는 물품은 공화문역 무인보관함에 맡겨놓고 핸드폰과 서류만 들고 와야 한다.
난 카페에 잠시 짐을 맡겨두고 왔다.
까칠스러운 출입관리자를 지나 대사관에 들어갔고, 핸드폰은 맡겨둔 후 비자 심사를 받는 2층으로 갔다.
첫 번째로는 체크인을 하고
두 번째로 서류 확인 및 지문 정보를 뺏기는 과정을 거쳐
세 번째 과정으로 비자 심사를 받는다.
E비자는 별도의 줄을 서서 심사 대기를 했고, 앞에는 두 팀뿐이 없었다.
모두 웃는 얼굴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내 차례
30대의 백인 남성 영사가 심사를 했고 이 분은 한국말을 조금 하신다.
받은 질문으로는
어느 회사로 가는지,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 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거기는 직원이 몇 명인지
이 정도였다.
나는 가서 무슨 일 하는지에 대해 제품 카탈로그까지 보여주면서 주저리주저리 대답을 했고, TMI였는지 영사가 말을 끊고
거기 직원이 몇 명인지 물어보는 질문에 조직도를 보여주면서 설명하니 바로 지문을 찍으라고 했다.
your visa approved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
2주 동안 인터뷰 준비를 했다. 그리고 5분 만에 끝났다.
선배라 부르기도 힘든.. 내 선배는 25년 경력의 차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환상의 콤비 었다고 생각된다.
기존 미국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선배(대리)가 퇴사하면서
차장님과 미국 프로젝트를 함께 한지는 7개월 됐다.
이 7개월 동안 배운 게 2년 동안 배운 거만큼 된다.
왜냐면 차장님은 일을 안 하셨다.
차장님은 사고가 날만한 특이사항만 체크하셨고,
나머지는 모두 나에게 일임하셨다.
경력이 2년밖에 안된 나부랭이한테
이렇게까지 맡겨두시니
야생 초원에 버려진 얼룩말이 된 기분이었다.
모르는 것, 어려운 것 모두 꼬치꼬치 캐물어가면서 일했다.
차장님은 지식과 노하우를 가르쳐주었고
나는 그걸 최대한 흡수하여 실행에 옮겼다.
25년의 경력자의 경험치를 받아갈 수 있는 찬스라고 생각했고,
최대한 쩔(?)을 받아냈다.
미국을 갈 수 있게 된 건 차장님의 덕이 컸다.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말로는 힘들어서 글로나마 남겨본다.
미국을 가고 싶었던 이유는 사실 별 거 없다.
첫째, 아메리칸드림
둘째, 경험
셋째. 영어 공부
회사에 취직해서 2년 동안은 삽질을 많이 해서 자격증이고 뭐고 없다.
내가 한 삽질 중에는 주식 공부가 있는데
주식 공부를 하면서 왜인지 아메리칸드림이 생겼다.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준비하면서 여권도 처음 만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어서 미국에 가보려고 했다.
다양한 경험이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옆자리에 해외 영업팀 과장님이 앉아계신다.
영어를 겁나게 잘하신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미국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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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병에 걸리면 미국에 가야 낫는다고 한다.
가면 완치돼서 한국을 오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