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며 살고자 하는가

글쓰기의 쓸모에 대해

by 경험 디자이너

‘나는 왜 글을 쓰며 살고자 하는가?’ 이 질문은 내게 ‘왜 사는가?’라는 존재의 이유까지 탐색하게 했다. 삶의 모든 길목에서 글쓰기는 늘 가장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행위였다. 솔직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 글을 쓸 때였다.


나의 내면에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요동쳤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늘 서툴렀다.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할 때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타인의 시선 앞에서 곧잘 얼어버렸다. 목소리는 기어 들어갔고 동작은 부자연스러웠다. 그런 내게 쓰기는 ‘자유’ 그 자체였다. 글을 쓸 때만은 아무도 의식하지 않았고 떠오르는 것을 툭툭 던지듯 글을 썼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쓰고 나서 첫 독자로서 글을 읽을 때의 희열은 말도 못 한다.


내가 쓴 글을 다듬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갔다. 글쓰기는 나를 숨 쉬게 했고 나를 사람답게 만들어줬다. 이것만으로도 글쓰기는 자신의 쓸모를 다 증명한 셈이지만 몇 가지 덧붙여 본다.


왜 나는 여전히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려는 건지.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물건이 마땅치 않은 내게 쓰기는 가장 익숙한 연장이다. 글을 통해 응축된 메시지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 나의 상품은 오롯이 글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는 곧 나도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한다.


언젠가부터 내 글에 담긴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과 연결될 때가 있다. 그 기쁨이 글쓰기를 멈출 수 없게 한다. 활자 속에서 공명하는 마음들과 만날 때면 나의 글벗들이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생각과 감정의 파편들은 글쓰기를 통해 제자리를 찾는다. 사유의 조각들은 글로 엮이면서 정돈되고, 명확한 자리를 부여받는다. 생각이 명료해지는 과정은 글쓰기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나는 사물과 현상 속에 숨어있는 가치를 나만의 프리즘을 통해 발견하고, 여기에 나의 인사이트를 담아 글로 완성하는 것을 좋아한다. 소박함 속에 담겨있는 귀한 의미를 내 글을 통해 반짝반짝 빛나게 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 이 글쓰기가 너무 좋아 ‘인사이트 저널링’이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언젠가부터 ‘나’와 함께 있을 때 내가 가장 편안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 나와 오롯이 만난다. 그 시간 동안 나의 글은 객관적 조언으로 나를 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따뜻한 포옹으로 나를 보듬어준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쓴 글은 내 모습을 비춰보게 하는 거울이 되고 내게 건네는 위로가 된다. 하루를 버티듯 살아내며 남긴 문장들이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무엇인가를 계속 읽고 듣고 보는 과정만 반복하다 보면 나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공고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가득 차올라 흘러넘치는 생각이 글이 되어 나를 충만케 한다. 나도 꽤 괜찮은 사람임을 알게 된다.


쓰다 보니 왜 써야 하는지 더 선명해진다.

글을 쓸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내 남은 인생이 기대된다.


난 축복받은 사람이다.